김동연의 '금기 깨기'…유쾌한 반란과 철밥통 수호
김 지사, 기득권·세계관·관성과 타성 깨기 강조
레드팀, 인사논란 등 한계 지적
입력 : 2023-02-27 06:00:00 수정 : 2023-02-27 06:00:00
[뉴스토마토 박한솔 기자]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대선 출마 당시 강조해온 일명 '금기 깨기'가 경기도정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고 있습니다. 6·1지방선거에서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며 경기도지사로 당선된 김 지사는 취임 이후 금기 깨기의 일환으로 기득권 깨기, 세계관 깨기, 관성과 타성 깨기의 '3종 깨기'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김 지사는 본인의 저서 '대한민국 금기 깨기'에서 금기를 '케케묵은 고질병'이라 꼬집었습니다. 정치의 양극화와 이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의 분열, 기득권의 안주 등이 바로 그것입니다.
 
지난해 7월 1일 오전 경기도청에 첫 출근을 한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도청 직원들에게서 꽃다발을 받고 인사를 하고 있다.(사진=경기도)
 
공무원 '관성'부터 바꾼다…혁신 도정 실천
 
이에 김 지사는 경기도부터 금기를 깨 보기로 했습니다. 그 출발점이 바로 '기회 경기 워크숍'입니다. 
 
기회 워크숍은 도지사와 부지사, 실국장과 공공기관장, 과장과 팀장 등 간부급 인사 800여명이 머리를 맞댄 회의로 이렇게 간부급 인사가 다같이 스킨쉽 하는 자리는 경기도정 최초의 시도였습니다.
 
기존 공무원 조직, 특히 고위공직자들이 갖고 있는 기득권과 관성과 타성 등을 깨고자 핸드폰과 사전자료, 시간 제약 없이 토론을 진행했습니다. 
 
혹여 도청 간부들이 워크숍에 참석함에 따라 부서 직원들이 자료 제공과 같은 잡무를 하기 위해 사무실에서 대기하지 않도록 사전에 '야근 금지령'을 내리기도 했습니다. 
 
김 지사는 "관성과 타성을 깨는 혁신 도정을 실천하기 위해 도청 실국장, 산하기관장들이 한자리에 모인다"며 "실국장을 지원하기 위해 직원들을 야근시키는 일이 절대 없도록 당부했다. 이런 노력들이 커다란 변화의 시작"이라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
 
이에 따라 경기도 실국장들은 공직 생활 사상 처음으로 맨손만을 갖고 원탁 테이블에 둘러 앉아 자유롭게 토론하며 정책발굴을 진행했습니다. 
 
조직에 쓴소리 '레드팀'…성과는 '글쎄'
 
경기도의 '레드팀'은 공무원들의 관행을 타파하는 '접시 깨기 행정'을 실시하자는 취지로 지난해 신설됐습니다. 김 지사의 금기 깨기를 실행할 수 있는 핵심 조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도는 도청 5급 이하 직원들을 대상을 레드팀을 모집했고, 한 달에 2회씩 격주로 회의를 진행했습니다.
 
그런데 경기도의 새로운 바람, 관습과 관행을 깨는 도정을 만들겠다고 시작한 레드팀의 성과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레드팀의 주요 실적은 '청사 내 1회용컵 사용 제한'으로 도청에 내뱉겠다는 쓴소리와 어떤 연관이 있는지 찾아보기 어려운 실정입니다. 그렇다 보니 도청 내부에서도 레드팀이 딱히 공직사회의 관성을 깨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경기도청 한 공무원은 "레드팀은 명분도 괜찮았고, 시도는 좋았던 것 같은데 성과는 없었다"며 "일회용품 줄이기는 경기도뿐만 아니라 다른 곳에서도 하고 있다. 공무원들이 지적받지 않을 만큼으로 생각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말했습니다.
 
지난해 12월 경기도청에서 열린 경기도 일회용 플라스틱 제로 선포식에서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사용한 컵을 다회용 컵 수거함에 반납하고 있다. (사진=경기도)
 
금기 깨기…김 지사 노력 불구 한계도
 
김 지사는 정치의 진영논리를 깨기 위한 방안으로 '여야정협의체'를 제안해 구성했습니다. 민선 8기 광역단체 중 최초로 만들어진 만큼 큰 의미가 있습니다.
 
또 경기도의회 여야가 78:78로 양분돼 구성 초기부터 갈등을 겪은 만큼 향후 집행부와 도의회 양당의 협치에 물꼬를 트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러나 이미 공직사회가 관성으로 굳어진 만큼 김 지사의 노력에도 '금기 깨기'에 한계가 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기존의 관행을 깨겠다는 김 지사의 포부와 달리 측근 인사를 경기도 고위공직자로 불러들였다는 일명 코드인사에 대한 지적이 있습니다. 특히 김 지사가 경제부총리 시절 함께했던 최측근 김용진 전 기재부 차관은 도의회 여야 대표의원과의 술자리에서 술잔을 던졌다는 구설에 오르며 취임 사흘만에 사퇴하는 등 김 지사의 인사에 논란을 불러일으켰습니다.
 
게다가 경기도가 김 지사의 역점사업과 관련한 17개 과장급(4급) 내부 공모를 실시했는데, 이 중 11개 직위에서 지원자를 모두 떨구고, 지원하지도 않은 공직자를 선발하며 논란을 겪기도 했습니다.
 
경기도는 부서장에 가장 적합한 인력을 뽑으려던 것이라 해명했지만, 비지원 공직자를 선발한 것에 대해서 굳이 굳이 내부 공모를 진행할 필요가 있었냐는 지적은 피하기 어려웠습니다.
 
이같은 상황에 도 내부에서도 금기 깨기에 대한 의견이 분분합니다.
 
한 공무원은 "취임 이후 1년도 지나지 않았는데, 금기 깨기 성과를 이야기하는 것은 이르다"며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반면 김 지사가 반복해서 말한 일명 금기 깨기, 접시 깨기 행정의 정확히 어떤 건지 모르겠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또 다른 공무원은 "지사님이 경기도를 바꾸겠다며 새로운 시도를 많이 하는데, 아직까진 잘 모르겠다"며 "낮은 연차의 직원들은 모르겠지만 간부급 공무원들이 지사님 뜻에 맞춰 바뀌기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안정적인 직장으로 소위 '철밥통'이라고 불리는 공무원 조직에 김 지사의 유쾌한 반란이 어떻게 작용될 지 주목됩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 (사진=경기도)
 
수원=박한솔 기자 hs6966@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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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한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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