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손해사정 공시 추진…"눈 가리고 아웅"
'셀프 손해사정' 50% 초과시 공시해야
"소비자 선택권 확대 글쎄"
입력 : 2023-03-09 06:00:00 수정 : 2023-03-09 07:53:03
 
[뉴스토마토 허지은 기자] 금융당국이 보험사의 자회사를 통한 손해사정 비율을 공시하기로 했지만 '셀프 손해사정'에 따른 폐해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불공정한 관행을 뿌리 뽑기 위해서는 보험사에 대한 직접적인 제재가 필요한데요. 손해사정 비율 공시를 통해 일방적인 정보를 소비자에게 알리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겁니다.
 
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이 추진하고 있는 보험사 자기 손해사정 비율 공시를 두고 독립 손해사정업계에서는 아쉽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보험사의 '셀프 손해사정'으로 인한 관행을 막기엔 역부족이라는 비판입니다.
 
금융당국은 현재 '손해사정 업무위탁 및 손해사정사 선임 등에 관한 모범규준' 개정을 준비 중입니다. 개정안에 담을 내용으로 보험사가 자회사에 손해사정을 맡기는 비중이 50% 이상인 경우 별도로 공시할 수 있는 방안을 담을 예정입니다. 이를 위해 현재 보험업계와 논의를 진행 중입니다. 보험사들이 '셀프 손해사정'을 통해 소비자에게 불리한 방식으로 보험금을 산정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자 제도 개선에 들어간 겁니다.
 
민병진 손해사정사(전 한국손해사정사협회 부회장)는 "공시만으로는 부족하다"며 "보험사의 자기 손해사정을 금지하는 법안을 마련하는 것이 소비자 권익을 진정으로 보호할 수 있는 길"이라고 밝혔습니다.
 
자회사 손해사정을 제한하는 법안은 여러 차례 발의된 바 있지만 국회를 넘지 못했습니다. 2014년에는 당시 정무위원회 소속이었던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자기손해사정 업무 비율을 50%로 제한하는 법안을 발의했는데 회기 만료로 불발됐습니다. 2021년에도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자기손해사정을 금지하는 법안을 발의했지만 정무위원회를 통과하지 못했습니다.
 
소비자들에게 공시를 통해 자기 손해사정 비율이 높은 보험사를 알리겠다는 것이 이번 모범규준 개정 취지이지만, 실제로 소비자들이 공시까지 들여다볼지는 의문입니다. 이해하기 어려운 공시 내용을 파악하고 보험 상품을 선택한다는 방안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최미수 서울디지털대 교수(경영학 보험전공)는 "공시가 의미를 가지려면 보험 소비자들이 보험 가입 전에 내용을 파악하고 그것이 보험 소비에 영향을 미쳐야 하는 것"이라며 "특히 손해사정 관련 공시에 대해 소비자들이 사전에 파악하기도 쉽지 않기 때문에 현실성이 낮은 개선안이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공시 기준이 '자회사 위탁 50%'라는 점도 문제입니다. 자회사에 손해사정 업무를 위탁한 비율이 50%만 넘기지 않으면 공시 자체가 되지 않기 때문에, 직접 손해사정사를 고용해 처리하는 방식으로 회피가 가능한 겁니다. 오히려 자회사 위탁 손해사정보다 보험사가 고용한 손해사정사를 통한 직접 손해사정이 늘어날 수 있습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과반수라는 개념에서, 자회사 위탁이 절반 이상인 경우에는 알려야 할 필요가 있다고 논의 과정에서 정해진 것으로 보고있다"며 기준을 정한 특별한 이유는 없다고 답했습니다. 다만 "금융당국이 손해사정제도 개선에 강력한 의지를 갖고 있다"며 "제도가 완전할 수 없지만 당국이 의지를 갖고 추진하고 있다는 점을 알아달라"고 덧붙였습니다.
 
지난 2월 24일 송파구 방이동 도로에서 교통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송파소방서 대원들이 24일 탑승자를 구조하고 있는 모습. (사진 = 뉴시스)
 
허지은 기자 hj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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