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메카 꿈꾸는 제주①)"제주, 전국서 가장 다이내믹한 크리에이터 활동"
이병선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장 "제주 창업 생태계 조성이 최우선 과제"
창경센터, 공공 AC 역할 강화해야…중기부 팁스 운영사 신청
입력 : 2023-04-06 06:00:00 수정 : 2023-04-06 17:44:37
2010년 이후 국내에는 '제2벤처붐'이라 할 수 있는 '스타트업' 바람이 불기 시작했습니다. 강남 테헤란로 일대와 판교 등을 중심으로 스타트업 성공 사례가 잇따라 나타나면서 지방에서도 로컬 스타트업들의 성장 기반이 다져졌지요. 제주도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제주로의 이주 열풍까지 더해지면서 '제주 드림'을 꿈꾸는 사람들도 늘었습니다. 풍부한 관광자원, 친환경 사업에 대한 지원 등 제주만의 특별함을 더할 수 있는 요인들도 긍정적으로 작용했습니다.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 제주사회적경제지원센터 등 스타트업 보육 기관들이 잇따라 설립되며 제주만의 스타트업 생태계를 꾸려갔습니다. 흔히 제주는 외지인에 대한 텃세가 심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제주와 육지의 가교 역할을 자처하는 네트워크들이 생겨나면서 제주의 역동성을 높이고 있습니다. 육지에서 제주로 건너간 이들의 입을 통해 제주 스타트업 생태계의 현재와 미래를 짚어봅니다. (편집자주)
 
[제주=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최근 10여년간 제주는 창업도시로서 의미있게 성장하며 변화하고 있습니다."
 
이병선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장은 제주 스타트업 생태계의 오늘을 이 같이 진단했습니다. 다음(현 카카오), 넥슨 등 제주로 근거지를 옮긴 대기업들이 있었지만 이들이 제주의 경제 구조를 바꾸지는 못한 채 다시 서울로 돌아간 반면, 제주에서 자생적으로 형성된 스타트업들이 되레 역동성을 높이는 데에는 더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입니다. 
 
이병선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 센터장. (사진=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
 
이 센터장은 제주의 스타트업을 크게 두 가지로 분류했습니다. 첫 번째는 관광, 농업 등 제주의 천연 자원들을 활용한 로컬 크리에이터들입니다. 전체 제주 스타트업 중에서도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이들은 상호 컬래버레이션을 통해서도 시너지를 내고 있습니다. 이를테면, 농업 스타트업의 작물을 유통 스타트업이 팔아주거나, 현지 카페·레스토랑이 쇼룸 역할을 해주는 식입니다. 이 센터장은 "제주의 로컬 크리에이터는 전국 어느 곳보다 가장 다이내믹하게 활동하고 있다"며 "많은 사람들이 제주를 자신의 재능을 발휘하는 무대로 삼았으면 좋겠다"고 말합니다. 
 
두 번째는 기술 스타트업입니다. 규제 샌드박스나 규제자유특구 등을 통해 다른 지역에서는 하기 어려운 실증 사업들을 제주에서 실행하는 경우입니다. 제주는 '탄소 없는 섬'을 표방해 전기차 충전서비스 고도화 관련 사업에 특화돼 있는데요, 최근에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트렌드와도 맞물린 사업들이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의 투자 포트폴리오사 30여곳 중에서도 절반가량은 기술 기반 스타트업이라고 합니다.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 내부의 라운지 모습. 입주사가 아니어도 누구나 공간을 활용할 수 있다. (사진=김진양 기자)
 
그러면서 이 센터장은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가 단순 보육의 기능을 넘어 엔젤투자자, 액셀러레이터(AC) 등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AC는 민간의 영역에 속해있기는 하지만 이들은 대체로 서울·경기권에 주로 집중을 하고 지역에는 투자를 잘 하지 않습니다. 지방 스타트업은 공공이 AC 역할을 담당해 육성을 시킬 수 밖에 없다는 것이 그의 주장입니다.  창경센터가 단순히 기업으로 지원금을 내려보내는 형식적인 창구에 그치지 않고 투자를 통해 기업의 성장을 도와야 한다는 설명입니다. 성장의 결과 엑시트가 발생하면 또 다시 재투자에 나서는 선순환 고리를 만들어야 할 의무가 있다는 것이 이 센터장의 시각입니다.  
 
이달로 취임 9개월째를 맞은 이 센터장은 제주의 창업 생태계 구축을 임기 내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는데요. 제주창경센터의 임무도 막중하다고 목소리를 높입니다. 민간과 경쟁할 수 있는 역량 강화가 가장 큰 당면 과제입니다. 그 일환으로 지난 2021년 9억원 수준으로 이었던 투자 재원을 지난해 20억원까지 확대했습니다. 
 
이와 함께 중소벤처기업부의 팁스 운영사 선정 공고에도 지원을 했습니다. 팁스는 중기부가 민간 투자사와 유망 스타트업을 발굴하는 기술창업 지원프로그램인데요, 3월 말 현재 전국의 78개 팁스 운영사 중 제주 지역에 기반을 둔 곳은 전무합니다. 창경센터 중에서는 경기, 충북, 울산, 경남, 광주 등이 팁스 운영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제주에 와서 새로운 시도를 해봤으면 좋겠다는 이 센터장은 최근의 경기 둔화가 스타트업들에게는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고도 조언했습니다. 그는 "예년에 비해 정부 지원 사업에 응모하는 기업들이 크게 늘었다"며 "그만큼 외부 자금 조달이 어려워졌다는 방증"이라고 운을 뗐습니다. 이어 "스타트업 투자는 최소 4~5년의 시간이 지나야 결실을 맺을 수 있기 때문에 작은 규모로 투자를 해두고 묻어두면 경기가 나아질 때쯤 좋은 결과를 얻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제주=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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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진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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