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책임, 약속…' 세월호 '9주기' 눈물의 기억식
세월호 참사 304명 희생…잊지 말아야
세월호 유가족 "진상규명 꼭 돼야"
입력 : 2023-04-16 17:13:27 수정 : 2023-04-17 18:42:52
 
 
[뉴스토마토 박한솔 기자] "우리는 아직 그날의 진실을 모두 밝히지 못했습니다. 그저 왜 내 아이가 희생됐는지 알고 싶을 뿐입니다."
 
9번째 봄, 선선한 바람에 꽃잎이 흩날리는 계절이 돌아왔지만 아직 봄을 만끽하지 못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2014년 4월16일 사랑하는 가족을 떠나보낸 세월호 유가족들입니다. 이들은 그저 그 날, 그 사고가 왜 일어났는지, 왜 304명의 희생자가 발생했는지 진실이 알고싶을 뿐입니다.
 
16일 안산시 화랑유원지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9주기 기억식'에 참석한 시민들. (사진=박한솔 기자)
 
세월호 참사 9주기…시민 3000여명 자리
 
세월호 참사 9주기를 맞은 16일 오후 3시 경기도 안산시 화랑유원지에서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4·16세월호참사 9주기 기억식'이 진행됐습니다. 
 
해양수산부가 주최하고, 4.16재단이 공동주관한 이번 기억식엔 유가족과 정치계 인사들, 시민 약 3000여명이 참석해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아이들의 손을 잡고 추모를 온 가족들부터 중고등학생, 어르신까지 각계 각층 인사들이 한데 모였습니다.
 
340명의 희생자를 기억하자는 의미로 추모식이 아닌 '기억식'으로 불리는 행사는 추모 묵념을 시작으로 추도사와 304명 합창 공연, 10주기 위원회 발족선언문 낭독과 '참사 희생자' 가족의 편지낭독, 추모공연 순으로 진행됐습니다.
 
이날 김동연 경기도지사를 대신해 추도사에 나선 염태영 경제부지사는 "참사를 대하는 태도에서 그 사회의 품격이 드러난다"며 "정권이 바뀌어도 안전과 인권의 가치가 달라질 순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경기도는 유가족과 생존희생자, 그리고 세월호를 기억하는 수많은 시민과 뜻을 같이 할 것"이라며 "4·16생명안전공원이 차질없이 준공될 수 있도록, 도가 할 수 있는 모든 방안을 찾겠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김종기 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9년이 됐지만, 눈을 뜨고 있어도, 눈을 감고 있어도 아이가 생각나고 잠을 자려고 누우면 또 한번 보고 싶어진다"면서 "수학여행을 가다가 침몰하는 세월호에서 구조받지 못하고 희생됐는데 왜 그 큰 세월호가 침몰했는지 아직도 분명하게 알지 못하는 것이 이해ㄴ되지 않는다"고 호소했습니다.
 
해외 일정으로 불참을 통보했던 이민근 안산시장도 이날 자리했습니다. 이 시장은 "모든 시민이 회복하고 치유할 때 까지 묵묵히 기다릴 것"이라며 "기억식 참석에 뜻하지 않은 여러 상황이 있었지만, 안산의 화합을 바라는 마음으로 항상 여러분과 함께 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며 4·16합창단과 시민합창단 304명이 추모공연을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공연을 하며 세월호 희생자 304명의 이름을 들고 기억해 달라는 퍼포먼스를 하기도 했습니다.
 
16일 안산시 화랑유원지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9주기 기억식'에서 304명의 합창단원이 공연을 하고 있다. (사진=박한솔 기자)
 
'밖은 아직도 차고 깜깜'…눈물의 편지 낭독
 
이후 이어진 약속 편지 낭독에선 세월호 참사 희생자 이영민 군의 형인 이영수씨가 자리했습니다. 이영민 씨는 "영민아, 밖은 아직도 차고 깜깜하다"며 "시간이 약이라고 하는데, 내가 보기엔 틀린 말인 것 같다. 시간이 갈수록 잊혀지는 것 같아 무섭다"고 말하며 울먹였습니다.
 
보고 싶은 동생에게 말하는 형의 편지 낭독에 울음을 참던 유가족들은 끝내 눈물을 터트렸습니다. 시민들도 연신 눈물을 닦으며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냈습니다.
 
기억식을 찾은 이민성(안산시·44)씨는 "4월이 되면 안산시 자체가 무겁고 잠겨있는 느낌이 드는데, 아마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아이들 때문인 것 같다"며 "마음 많이 아프고 슬픔이 가득하다. 만약 내 일이었다고하면 난 살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날 추모식에선 진상규명에 대한 국가의 책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쏟아져 나왔습니다.
 
김광준 4·16 재단 이사장은 "참사의 온전한 진실규명과 책임자의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고 소리높여 말했지만, 아직까지 어느 것 하나 이뤄진 것이 없다"며 "언제까지 기다려야 진상규명이 돼 유가족들의 아픔이 씻겨 나갈지 모르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내년이면 10년이 된다. 10년을 다 채우고 나서야 이런 과제들이 해결될 까, 그 기대를 안고 1년을 더 버텨본다"며 "원칙과 상식이 통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9년의 시간이 헛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습니다.
 
16일 안산시 화랑유원지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9주기 기억식' 참석자들이 생명안전공원 건립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박한솔 기자)
 
안산=박한솔 기자 hs6966@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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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한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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