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벌어지는 대-중기 격차…근본 구조 손질 목소리
연봉·복지·생산성 차이 심화…임금체불 문제도
중기 생산성·경쟁력 강화 필요성 대두
"중기 경력 가점 등 인력 유입 늘려야"
성과공유제·협상기구 도입 주장도
입력 : 2023-05-02 06:00:15 수정 : 2023-05-02 09:16:24
[뉴스토마토 변소인·이범종 기자] 근로자의 날 '황금연휴' 잘 보내셨나요? 인천국제공항공사는 4월29일~5월7일 인천공항 하루 평균 이용객이 올해 평균보다 14% 오른 14만6300명으로 예상하고 혼잡 완화 대책을 마련했을 정도니, 이번 달은 시작부터 연휴에 대한 설렘으로 가득합니다.
 
그런데 이런 연휴가 '남의 일'인 분도 적지 않았을 겁니다. 앞서 인크루트가 직장인 1095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10명 중 3명은 출근한다고 답했으니까요.
 
황금연휴를 즐기지 못한 사람은 회사 규모가 작을수록 많았습니다. 지난 1일 출근한다고 밝힌 응답자 회사 규모는 상시 근로자 수 5인 미만의 영세기업이(59.1%)로 절반을 넘겼습니다. 5인~300인 미만 중소기업(28.7%)과 300인~999인 미만 중견기업(24.4%)이 그 뒤를 이었습니다. 1000명 이상 대기업(21.2%)이 가장 적었습니다.
 
월 소득 차이는 얼마나 날까요. 통계청에 따르면 2021년 대기업 근로자 평균소득이 563만원으로 가장 높고, 비영리기업 335만원, 중소기업 266만원 순이었습니다. 대기업은 전년도보다 6.6% 올랐고 비영리(3%), 중소기업(2.9%)가 뒤를 이었습니다.
 
중소벤처기업부와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해 5000개 기업을 조사해 펴낸 '2021년 기준 중소기업실태조사 보고서'를 보면, 2021년 신규 대졸 직원 평균 연봉은 2500만원 미만이 71.6%로 가장 많았습니다. 2500만원 이상 3000만원 미만은 20.9%에 불과했습니다. 대졸 경력직 연봉은 3500만원 이상 4000만원 미만(31.2%), 3000만원 이상 3500만원 미만(23.6%) 순이었습니다.
 
반면 주요 대기업 대졸자 연봉은 두 배 가까이 많습니다. 사람인이 지난해 94개 대기업 평균연봉을 분석한 결과, 대졸 사원급이 5356만원으로 집계됐습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21년 300인 미만 기업의 '법정 외 복지비용'은 300인 이상 기업의 42.6%에 머물렀습니다. 300인 이상 기업의 1인당 월평균 복지비용은 36만4000원인 반면, 300인 미만 기업은 15만5000원으로 절반 아래였습니다. 법정 외 복지비용은 근로자 복지를 위해 임의 부담하는 비용으로 주거와 건강보건, 식사, 자녀 학비 보조 등 비용입니다.
 
임금체불 문제도 심각합니다. 지난해 사람인이 직장인 2286명에게 임금체불 경험을 물었더니, 응답자의 22.2%가 임금체불 경험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기업 형태는 중소기업(80.7%)이 압도적으로 많았습니다. 그 뒤로 스타트업(11.6%), 중견기업(5.5%), 대기업(2.2%) 순이었습니다. 임금 체불 기간은 3개월(27%), 1개월(25.4%) 순이었고, 체불 형태는 월급여 전액 미지급 됐다는 응답이 63.4%에 달했습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이처럼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격차가 점차 크게 벌어지면서 더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합니다. 중소기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강해져 중소기업을 기피하는 현상이 더 고착화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 기업의 99.9%를 차지하는 중소기업을 기피하다보면 일자리 미스매칭과 불균형이 더욱 심화하겠죠.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문제점을 파악해 구조적으로 손질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입니다. 노민선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중소기업의 생산성을 높여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주장합니다. 이를 위해 연구·개발(R&D)나 혁신활동에 대해 지원하고 교육훈련 등에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고 제안했습니다.
 
특히 중소제조기업의 경우 절반 정도가 대기업의 하청업체이기 때문에 중소기업 스스로 생산성을 키우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매출의 상당부분이 위탁기업인 대기업에서 나오는 탓인데요. 대기업도 이 문제를 인식하고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같이 상생협력을 통해 격차 완화를 줄이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이 노 연구위원의 의견입니다. 노 연구위원은 "정부차원에서 중소기업의 생산성 향상을 위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고, 대기업은 중소기업과 상생을 통해 공동의 활동을 통해 서로의 이익을 같이 증진하도록 도모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임채운 서강대 경영학과 명예교수는 중소기업이 대기업 이직으로의 징검다리 역할도 마다하지 않아야 한다는 파격적인 주장을 내놨습니다. 현재 중소기업의 인력난이 심각한 상황에서 대기업으로 취직하기 전 청년층이 중소기업부터 시작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바꿔야 한다는 겁니다. 이를 위해 대기업이 신입사원을 뽑을 때 중소기업 인턴 경력을 가진 이들에게 가점을 주는 등 정책적 변화를 줘야 한다고 주창했습니다.
 
이렇게 돼야 더 우수한 인재가 중소기업에 원활하게 유입될 수 있다는 시각입니다. 중소기업에 가더라도 근로자가 자신의 경력을 관리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거죠. 그동안 정부는 청년재직자 내일채움공제 등을 통해 중소기업에 청년들을 소위 중소기업에 묶어두는 정책을 주로 펼쳐왔습니다. 이에 대해 임 명예교수는 중소기업 인력에 대한 지원을 중소기업의 관점에서만 보고 청년 관점에서는 보지 않은 한계라고 지적했습니다. 근로자 입장에서는 더 좋은 기회가 열리면 좋은 것이기 때문에 이후 이탈을 감수하고서라도 일단은 좋은 인력이 유입되는 것에서부터 출발해 중소기업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중소기업에 성과공유제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이어졌습니다. 임 교수는 "중소기업에 동고는 있지만 동락은 없다"면서 "어려울 때는 직원들에게 고통을 분담하자고 하지만 잘 될 때는 결실은 오너가 다 갖고 가는 구조다. 스타트업의 경우 스톡옵션이 있고 대기업의 경우 인센티브가 있지만 중소기업은 그런 것이 부족하다. 중소기업 근로자들도 일할 때 꿈이 있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양옥석 중소기업중앙회 상생협력실장은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문제를 상생으로 풀어야 한다고 힘줘 말했습니다. 중소기업의 경우 대기업과 협상력 자체가 다릅니다. 대기업의 수탁업체로서 협상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은 대기업에 의해 단가 후려치기를 당하기 일쑤죠. 이같은 구조에서 비롯된 낮은 영업이익 고스란히 낮은 중소기업 임금으로 이어지는 게 현실입니다. 양 실장은 중소기업을 대변할 수 있는 협동조합이나 중기중앙회가 협상에 나서서 공동 대응할 수 있도록 공정거래법을 손질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변소인·이범종 기자 bylin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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