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액결제 돈 안 되는데…" 애플페이 주저하는 카드사
단말기 가격도 부담…현대카드 단말기 보급 소극적
"누가 먼저 나설까" 카드사들 눈치보기
입력 : 2023-06-14 06:00:00 수정 : 2023-06-14 06:00:00
 
[뉴스토마토 윤영혜 기자] 카드사들이 애플페이 서비스 도입을 두고 고민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애플페이가 호환되는 근거리 무선 통신(NFC) 단말기 보급이 관건인데요. 현재까지 현대카드의 애플페이 이용패턴을 보면 소액결제에 집중이 된 만큼 단말기 설치 비용을 부담하더라도 이익 회수가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13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현대카드가 지난 3월 애플페이를 국내 처음으로 도입한 이후 아직까지 도입 의사를 밝힌 카드사는 전무합니다. 최근 애플측에 사업참여 의향서를 제출했다고 알려진 국민카드와 신한·우리카드는 "참여의향서조차 제출한 바 없다"거나 "정해진 게 없다"고 밝혔습니다.
 
카드사들은 애플페이 도입과 관련해 결정된 바가 없다며 공식적인 언급은 자제하고 있는 가운데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습니다. 애플페이로 결제하기 위해서는 가맹점에 NFC 단말기가 설치돼야 하는데요.
 
현재가지 NFC 단말기 보급률은 10% 안팎으로 미미한 상황입니다. 우리나라 대부분 가맹점 단말기는 마그네틱보안전송(MST) 방식이며 삼성페이도 이를 채택하고 있습니다.
 
현재 15만~20만원으로 알려진 NFC단말기 교체 비용은 초기 현대카드에서 일부 보조금을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정부도 가맹점들의 NFC 단말기 도입을 지원하고 있는데요. 신용카드사회공헌재단과 동반성장위원회는 연매출 30억원 이하의 영세·중소가맹점을 대상으로 NFC·QR 단말기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현대카드가 단말기 보급에 소극적으로 나서면서 애플페이 도입 후발주자들이 단말기 부담을 떠안아야 하는 구조입니다.
 
카드사 관계자는 "현대카드의 애플페이 서비스가 '독점'이 아닌 '우선 출시'로 바뀌면서 단말기 보급에 소극적으로 바뀌었다"며 "카드사들이 동시에 애플페이를 도입하기 어려워진 만큼 누가 먼저 나설지 눈치를 보는 분위기"라고 말했습니다.
 
카드사들이 애플페이와 제휴 시 단말기 설치비용을 부담할 경우 수익성이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는데요. 애플페이 이용패턴이 젊은 층 중심의 편의점 등 소액 결제 위주다보니 단말기 설치 대비 이익 회수도 쉽지 않다는 평가입니다.
 
현대카드가 집계한 결과 애플페이는 주요 편의점 중 GS25(25%)에서 가장 많이 사용됐고 가장 많은 금액이 결제된 곳 역시 생필품을 구매하는 코스트코(22%)였다. 온라인 가맹점 중에서는 ‘배달의 민족’에서 애플페이가 가장 많이 쓰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카드업계 한 관계자는 "애플페이가 젊은 층을 주요 소비층인 만큼 소액 결제가 이뤄지는 가맹점을 중심으로 단말기가 보급됐는데, 특정 연령층과 사용처에 집중하는 전략은 결제 수익 측면에서 독이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서울 용산구 현대카드 스토리지 외벽에 애플페이 홍보 문구가 붙어있습니다.(사진=뉴시스)
 
윤영혜 기자 yy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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