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쇼크에 '긴급처방'…현실은 '재탕·삼탕'
윤석열 대통령, '인구 국가비상사태' 선언
저출산고령사회위, 인구전략기획부로 전환
수년간 저출생 대책 예산대비 효과, 미지수
입력 : 2024-06-19 17:06:57 수정 : 2024-06-19 18:51:50
[뉴스토마토 윤영혜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언급했던 부총리급 '저출생대응기획부' 신설 방침을 구체화했습니다. 현행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를 중앙 행정부처로 전환, 예산권을 지닌 '인구전략기획부'를 신설해 저출생 정책을 추진력 있게 끌고 나가겠다는 건데요. 다만 세부적인 내용은 기존 사업의 재탕·삼탕에 머물러 있는 데다 저출생 대책은 예산 대비 효과가 낮은 정책이어서 실효성에는 여전히 물음표가 찍힙니다.  
 
'인구전략기획부' 신설…'예산 사전심의권' 부여
 
윤석열 대통령은 19일 HD현대 아산홀에서 '저출생 추세 반전을 위한 대책'을 주제로 관계 부처 합동 '2024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회의'를 주재했습니다. 대통령이 작년 3월에 이어 두 번째로 직접 주재하는 회의인데요. 
 
정부는 '인구 국가비상사태'를 선언하고 총력적인 대응 체제를 가동하기로 했습니다. 우선 장관이 사회부총리를 겸하는 '인구전략기획부'를 신설해 저출생, 고령사회, 이민정책을 포함한 인구에 관한 중장기 국가발전 전략을 수립합니다. 과거 '경제기획원'처럼 저출생 예산에 대한 사전심의권 및 지자체 사업에 대한 사전협의권을 부여해 강력한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토록 한다는 방침입니다.
 
윤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가장 근본적이고 치명적인 문제는 바로 초저출생으로 인한 인구 위기라고 할 수 있다"며 "오늘 인구 국가 비상사태를 선언하고 저출생 문제를 극복하는 그날까지 범국가적 총력 대응 체계를 가동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지난 16년 간 280조에 이르는 예산을 투입했다. 그럼에도 출산율은 매년 역대 최저 기록을 갱신하고 있다"며 "대통령실에도 저출생 대응 수석실을 설치해서 정책을 직접 챙기겠다"고 말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19일 경기도 성남시 HD현대 글로벌R&D센터 아산홀에서 '저출생 추세 반전을 위한 대책'을 주제로 열린 2024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돌봄 확대부터 주택공급까지…특단 대책 없었다
 
정부는 이날 △일·가정 양립 △교육·돌봄 △주거 및 결혼·출산·양육 등 3대 분야 15대 핵심 과제를 제시했는데요. 
 
우선 '일·가정 양립'과 관련해 연 1회, 2주 단위 사용이 가능한 단기 육아휴직이 도입됩니다. 가족돌봄휴가, 배우자출산휴가 등을 시간단위로 사용할 수 있도록 개선 유도합니다. 육아휴직 급여도 기존 월 150만원에서 최대 250만원까지 인상됩니다. 출산휴가 신청 시 육아휴직도 통합 신청할 수 있게 됩니다. 
 
0∼11세까지 교육·돌봄도 확대됩니다. 내년 5세를 시작으로 윤석열정부 임기 내에 무상보육을 3∼4세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입니다. 대기업·지자체 등의 상생형 직장 어린이집을 확산하고 초등 대상 늘봄학교를 2026년까지 전 학년으로 확대합니다. 
 
집 걱정 없이 결혼·출산할 수 있는 여건 조성을 위해 주거 마련 부담도 완화됩니다. 내년 이후 출산한 가구에 대해서는 구입·전세자금 대출의 소득 요건을 2억5000만원으로 추가 완화합니다. 또 신생아 특례 대출 기간 중 추가 출산한 가구에 대해서는 추가적으로 0.4%포인트의 우대금리 인하를 적용합니다. 
 
신혼·출산 가구를 대상으로 주택공급도 확대되는데요. 그린벨트 해제 등을 통한 신규 택지확보·매입임대 등으로 신혼·출산·다자녀가구 주택공급을 확대한다는 방침입니다. 분양주택 신생아 우선 공급 신설·확대 등을 통해 출산 가구를 대상으로 기존 공급계획 7만호에서 연간 12만호+알파(α)를 공급할 계획입니다. 
 
혼인신고 시 특별세액공제 도입도 추진됩니다. 1가구 1주택을 각각 보유한 남녀가 혼인해 2주택 보유 시 양도소득세·종부세에서 1주택자 간주 기간도 기존 5년에서 10년으로 확대됩니다.
 
현행 임신 준비 부부를 대상으로 1회만 제공되던 필수 가임력 검진비 지원도 확대됩니다. 결혼 여부나 자녀 수와 무관하게 25~49세 남녀를 대상으로 최대 3회까지 제공합니다. 난임 시술 지원의 경우 여성 '1인당'에서 '출산당' 25회로 확대됩니다. 
 
저출산이 계속되는 가운데 시내 한 병원에서 갓 태어난 아기들을 간호사들이 돌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민 10명 중 9명, 정부 주도 정책 "반감"
 
정부가 강력한 컨트롤타워를 내세우며 부서 신설을 발표했지만 '세수 펑크'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제대로 된 예산 편성이 이뤄질 지는 미지수입니다. 저출생 대책은 수십년간 수조원을 쏟아부었지만 눈에 띄는 효과가 없어 예산 대비 효과가 저조한 정책으로 손꼽혀 왔습니다. 
 
실제 지난 2006년 1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에 담긴 중앙정부 저출생 사업 예산은 2조1000억원이었으며, 2010년 7조4000억원, 2015년 14조7000억원, 2022년 51조7000억원이었습니다. 반면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지난 2015년 1.24명에서 지난해 0.72명으로 지속 하락해 OECD 국가 중 최하위를 기록했습니다. 바로 위인 스페인(1.19)과 비교해도 격차가 큽니다. 
 
15대 핵심과제의 세부적인 내용도 기존 정책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있습니다. 금액이나 횟수만 증가한 재탕, 삼탕 정책에 머무르고 있는 셈인데요.
 
이날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한국리서치를 통해 전국 25~49세 남녀 약 2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기존 저출생 정책에 대해 응답자의 90.8%가 "효과가 없다"고 답했습니다. 89.7%는 정부 주도 저출생 캠페인에 대해 "반감이 들거나 별다른 느낌이 없다"고 응답했습니다.
 
저고위는 "저출생 정책의 주기적 평가를 통해 실효성 있는 정책을 보강·확대하고 효과가 낮은 정책은 과감히 축소·폐지하는 게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내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사진=연합뉴스)
 
 
윤영혜 기자 yy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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