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늬만 합의' 3인 방통위, 수신료 분리징수 추진
여야 추천위원 충돌 속 수신료 분리징수 절차 시작
3인체제 방통위 안건 신속처리…김효재 직무대행 부위원장으로 선출
"직무대행은 현상 유지가 역할…정책 결정권자 아냐"
입력 : 2023-06-14 16:56:14 수정 : 2023-06-15 09:09:36
[뉴스토마토 이지은 기자] 방송통신위원회가 KBS 수신료 분리징수를 위한 시행령 개정을 추진합니다. 첫 단추로 이달 중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후 관계부처와 협의를 거친 뒤 전체회의 의결안건으로 상정할 예정입니다. 전체회의 보고안건으로 올라온 이 사안은 접수 여부를 놓고 3인의 방통위원이 표결한 결과 2대1로 가결됐습니다. 대통령 직속 합의제 독립기구로서 표결을 붙여 결정된 사안이기는 하나, 야권 측인 김현 상임위원의 의견은 모두 묵살된 채, 정부·여당 측 위원들의 찬성으로 통과됐습니다. 3인의 불완전한 체제 속에서 정권의 의향대로 주요 안건이 속도 있게 의결되고 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KBS 수신료 분리징수 절차시작…여야 추천위원 충돌
 
14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방통위 전체회의에서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에 대한 보고가 진행됐습니다. 지정받은 자가 수신료를 징수하는 때에는 지정받은 자의 고유업무와 관련된 고지 행위와 결합해 이를 행할 수 있다는 방송법 시행령 제43조 2항을 '고유업무 관련 고지행위와 결합해 이를 행해서는 안된다'로 개정하는 것이 골자입니다. 현재 전기요금과 결합해 고지·징수되는 현행 수신료 징수방식을 개선하기 위함인데, 시행령이 개정되면 전기료·수신료 분리 징수의 근거가 마련됩니다. 
 
이는 지난 5일 대통령실이 월 2500원인 수신료를 전기 요금과 분리해서 납부하는 방안을 방통위와 산업통상자원부에 권고한데 따른 후속 조치입니다. 
 
14일 진행된 방통위 전체회의 모습. (사진=뉴스토마토)
 
전체회의에서 상임위원들간 날선 발언들이 오갔습니다. 야권 측인 김현 상임위원은 "수신료 문제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며 "공영방송 재원 구조를 사회적 합의없이 흔든다면 국민에게 피해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대통령실 권고에 따라 시행령 개정을 급하게 서루드는 점도 우려했습니다. 그는 "방통위는 올해 2월만 해도 40년간 동결된 수신료를 현실화하기 위해 재정 투명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취지의 이야기가 나왔는데 3월9일 대통령실에서 국민제안 형태로 분리징수 얘기를 했다"며 "수신료 문제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데, 법을 무시하고 시행령을 고쳐 3인 체제 방통위에서 2인 동의로 이 안건을 의결하는 게 맞느냐"고도 반문했습니다. 
 
이에 대해 대통령 추천인 이상인 상임위원은 "정부가 교체되면 국민 의견을 반영해 국정 방향도 달라질 수 있다"며 "수신료 금액과 징수 방식은 시대 변화를 반영해 시행령을 개정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KBS 이사로 역임한 바 있는 이 상임위원은 "2009년부터 2015년까지 KBS 이사를 지내면서 KBS의 수신료 인상안에 두 번 찬성했는데 방만 경영 해결과 공적 책임 수행이 전제였다"며 "그러나 그로부터 1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개선 노력이 현저히 미흡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상임위원 간 평행선 논쟁에 안건 접수 여부를 놓고 표결이 진행됐습니다. 3인 위원이 표결해 2대 1로 가결됐습니다. 방통위 안팎에서는 법제처 심사 등을 거친 뒤 개정안을 의결할 예정입니다. 방통위 의결 후 차관회의·국무회의 심의와 의결, 개정안 공포까지 3개월 정도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고 관측됩니다. 
 
방송통신위원회. (사진=뉴스토마토)
 
3인체제지만 속전속결…"직무대행 정책 결정권자 아니다"  
 
"방통위의 합의성을 망각하고 2인 의견으로 하는 것이 심히 우려된다". 이날 김현 상임위원이 전체회의 도중 한 발언입니다. 김현 상임위원은 수신료 징수방식 개선 내용을 담은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에 대해 논의하던 중 퇴장했습니다. 의견을 내도 "짧게 해달라"는 발언만 되돌아올 뿐, 현안에 대한 합의 없이 수적 우세에 놓인 여권 측의 표결대로 결정되자 결국 자리를 뜬 것입니다. 
 
방통위는 5명의 상임위원으로 구성된 합의제 기구입니다. 합의가 안 될 경우 표결을 통해 안건이 통과됩니다. 다만 방통위원장을 포함해 2인을 대통령이, 여당 1인, 야당 2인씩 추천을 받아 대통령이 임명합니다. 합의제 기구이지만, 대통령 임명권에 따라 여대야소로 재편이 가능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정권 입맛에 맞는 결정이 나올 수밖에 없는 모습입니다. '무늬만 합의제'란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기도 합니다. 
 
이번 방송법 시행령의 안건 접수가 가결된 것도 무늬만 합의제인 현 구조가 고스란히 반영된 결과라는 비판이 나옵니다. 현재 방통위는 여야 2대1 구도입니다. 한상혁 전 방통위원장은 면직처리됐고, 더불어민주당 추천인 최민희 상임위원 후보의 임명은 보류된 상태입니다. 대통령 몫인 이상인 상임위원은 지난달 임명됐습니다. 임기가 잔존해 있는 상임위원을 포함해 여대야소 구조가 만들어진 것이죠. 위원 5인 중 3인만 남아있고, 위원장 직무대행 상황이지만 방통위의 정책, 인사 등 중요한 결정이 빠르게 처리되고 있습니다. 이날 김현 상임위원 퇴장 후 김효재 직무대행을 방통위 부위원장으로 선출하는 안건도 가결됐습니다. 김 부위원장의 임기는 이날부터 시작해 8월 23일까지입니다. 
 
방통위에 방문한 더불어민주당 조승래 의원은 "직무대행은 상식적으로 기존의 현상을 유지하기 위한 대행이지 인사 처리나 새로운 정책을 결정하는 역할이 아니다"라면서 "비정상 체제에서 졸속으로 절차를 진행하는 것에 대해 유감"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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