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90배 땅에 나무 심은 이건그룹, 마루로 B2C 숲 넓힌다
설립 반세기 맞아 고급 건축자재 시장 선도 선언
인천 이건산업·이건창호 공장서 품질 경영 강조
이건창호로 고급 시장, 이건마루로 B2B 선도
입력 : 2023-06-28 17:53:10 수정 : 2023-06-29 11:31:48
[인천=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한 사람이 참으로 보기 드문 인격을 갖고 있는지를 알기 위해서는 여러 해 동안 그의 행동을 관찰할 수 있는 행운을 가져야만 한다." 
 
오트 프로방스 고산지대의 양치기가 꾸준히 나무를 심어 결국 넓은 숲을 일궜다는 실화 바탕 소설 '나무를 심은 사람'의 첫 문장입니다. 법인도 비슷합니다. 회사의 정성을 알려면 여러 해 동안 제품 만든 방식을 보면 됩니다. 고품질 바닥재를 만들기 위해 수십년 동안 나무를 심어온 이건산업이 대표적 예가 될 수 있을텐데요. 회사는 그간 들인 정성, 그리고 B2B(직판) 시장에서 인정 받은 기술을 바탕으로 이제는 B2C(시판) 사업의 영역을 좀 더 넓힐 채비를 하고 있습니다. 
 
1973년 3월 세워진 이건산업은 올해 50살이 됐습니다. 이건그룹이 종합 건축자재 기업으로 크는 데 기여한 이 회사는 합판 분야에서 세계적인 목재 전문 기업으로 자리잡았는데요. ESG(환경·사회·지배구조)와 거리가 먼 1996년부터 여의도 90배 규모인 솔로몬 군도 조림지를 확보해 유칼립투스 나무를 키웠습니다. 임대 기간은 75년으로 2071년까지 쓸 수 있습니다. 이건산업은 조림지를 18등분해, 올해 18살 된 나무를 베어내는 식으로 현지에서 원자재를 들여옵니다.
 
합판과 마루 생산 공정은 국내에서 진행하는데, 28일 찾아간 인천 남구 이건산업 공장에서는 반세기 업력을 가능케 한 비결과 더불어 B2C 영역을 넓히려는 청사진을 볼 수 있었습니다. 합판 공장에 들어서면 연필 껍질처럼 얇게 떠진 사각 나무판이 높이 쌓여 있습니다. 이게 합판 원자재인 베니어인데, 섬유 방향을 가로세로로 교차해 붙이는 과정을 거칩니다. 이후 프레스 장비로 옮겨져 합판으로 탄생합니다. 합판에 필름과 색이 붙으면서 마루가 됩니다. 이건산업은 이렇게 국내에서 합판부터 마루까지 자체 생산하는 곳이 자사뿐이라고 말했습니다.
 
28일 인천 이건산업 공장에서 마루가 만들어져 포장 단계로 넘어가고 있다. (사진=이범종 기자)
 
이 공장의 1일 마루 생산능력은 2만6000㎡로, 84㎡(32평) 기준 약 300채에 이릅니다. 이는 한 달이면 5000세대 이상 시공 현장 수주 물량도 원활히 공급할 수 있는 규모입니다. 이건산업은 이 공급량이 국내 최대 수준이라고 자부합니다.
 
현재 이건산업은 매출액 기준으로 국내 마루 B2B 시장 1위를 차지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건산업이 공시한 지난해 매출은 3293억3000만원인데, 이날 회사가 밝힌 마루 부문 매출은 1250억원입니다. 이 가운데 직판 매출만 1100억원으로 압도적입니다. 10대 건설사 중심으로 목질계 마루 시장의 약 20%를 차지한다고 합니다.
 
이건산업은 대규모 건축 현장에서 자사 제품을 찾는 이유로 변형과 하자가 낮은 제품 성능을 꼽습니다. 신규 분양 주택 하자보수는 아파트 브랜드 평판과 직결됩니다. 그래서 프리미엄 아파트 브랜드일수록 가격이 아닌 '안정된 품질' 기준으로 마감재를 선택한다고 합니다. 이건그룹은 이건산업 '이건마루'가 현저히 낮은 변형률과 즉각적인 A/S로 주요 건설 현장에서 인기가 높다고 설명했습니다. 
 
최근 이건산업은 'e편한세상 부평 그랑힐스' 5050세대 납품 계약을 마쳤고, 수원 센트럴파크자이 3400여 세대, 거제 레이카운티 4400세대에도 납품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건그룹은 이건산업의 진정성 있는 사업 방식이 품질경쟁 우위로 이어졌다고 자부합니다. 유석희 이건홀딩스 마케팅본부장은 "사업적으로 돈을 남기려고 하면 그냥 합판을 중국이나 인도네시아에서 수입해 오는 게 싸다"며 "이렇게 큰 공장을 운영할 필요도 없다"고 말했습니다.
 
유 본부장은 "제품의 처음부터 출발에 대해서 다 관여를 하고 제품이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그 속까지도 다 생각하는 회사가 대한민국에 얼마나 있을까, 그 진정성을 갖고 사업하는 회사가 얼마나 있을까 생각 한다"고 했습니다.
 
이날 이건산업은 기업 고객에게 인정 받은 품질로 B2C 사업을 공략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건산업의 한해 시판 매출은 150억원입니다.
 
이길수 이건산업 대표는 "친환경적이고 속이 알찬 품질과 기술 중심 마루를 만들어서 우리 고객에게, 인테리어점에 직접 판매하는 노력을 계속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이길수 이건산업 대표가 28일 인천 이건창호 본사에서 사업 방향을 밝히고 있다. (사진=이범종 기자)
 
이건산업 성공을 발판으로 1988년 국내 최초 시스템 창호 기업으로 출발한 이건창호는 B2B 시장에서 입지를 더 단단히 할 계획입니다. 
 
이건창호는 국내 창호 시장에 '독일식 알루미늄 시스템 창호'를 최초 도입했습니다. 인천공항과 국립중앙박물관, 성수동 아크로서울포레스트, 나인원 한남 등 한국 대표 건축물에 주요 제품이 시공된 점이 자랑거리입니다.
 
이건창호 경쟁력의 핵심은 고급 디자인과 높은 단열 성능입니다. 생산 효율성을 높이는 '자동화 창고'와 30년 이상 경력을 보유한 '창호 전문 엔지니어' 덕분이죠.
 
이건창호 인천 생산공장은 대지면적 2만9000㎡, 공장 생산면적 1만8200㎡ 규모로, 수도권 창호 단일 공장으로는 국내 최대 규모라고 합니다. 대표 제품인 알루미늄 시스템 창호와 목창호, PVC창호, 커튼월, BIPV(건물일체형태양광발전)을 모두 생산하는 국내 창호업체 두 곳 중 하나로 연간 15만 세트(일평균 350~400세트) 생산능력을 갖췄습니다.
 
1만7200㎡ 규모 자동화 창고에선 몇 번의 패널 터치로 알루미늄과 하드웨어(부속품) 등 각종 자재들이 자동으로 생산 라인에 공급됩니다. 자동화 설비 도입 전에는 두 명이 8시간 동안 15세트 가량 생산했지만, 설비 도입 후 동일 인원, 같은 작업시간 동안 40세트를 생산하고 있습니다.
 
자동화 공장에 왜 사람이 그대로 있을까요. 이건창호 제품은 100% 주문 생산 하기 때문에 일부 공정에 숙련된 기술자의 노하우가 매우 중요하다고 합니다. 로봇이 병에 돌을 담는다면, 사람은 그 사이 고운 모래를 넣듯 제품을 마감합니다.
 
자동화 시대 숙련된 노동의 중요성은 쉽게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날 둘러본 이건창호 공장 곳곳에는 "제품의 품질은 고객이 평가 한다" "고객의 믿음을 품질로 보답한다"는 문구가 적혀 있었는데요. 이 흔해빠진 구호에 힘을 불어넣은 건 회사에서 인정한 장인들의 얼굴 사진이었습니다.
 
28일 최규환 이건창호 대표가 인천 본사에서 사업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이범종 기자)
 
이건창호는 탁 트인 조망을 살리는 제품 생산 능력을 자랑했습니다. 보통 여닫이창은 창틀과 창짝을 연결하는 힌지(경첩)가 겉으로 드러나 있습니다. 이건창호는 창이 더 크고 얇아 보이도록 힌지를 모두 매립해, 문을 열어야 힌지가 보이게 함으로써 탁 트인 조망과 인테리어 완성도를 얻었습니다.
 
창호의 핵심 역할을 하는 유리도 여기서 만듭니다. 유리 공장에서는 세계 최초로 독일 패시브 하우스 협회(Passive House Institute)의 '패시브 하우스 인증(PHI Component Certification)'을 받은 슈퍼(SUPER) 진공유리를 만듭니다.
 
슈퍼 진공유리는 유리 사이 진공 층이 내외부 열을 막아 260㎜ 두께 콘크리트 벽체와 맞먹는 단열 성능을 갖췄다고 합니다.
 
특히 디자인에 방점을 둔 고급 건축물은 신기술과 미학적 시도가 접목돼 창호 시공이 까다롭습니다. 이건창호는 30년 넘는 경력을 쌓은 기술자들이 1㎜ 단위까지 창호와 유리를 맞춤 제작·시공합니다. 이건그룹 관계자는 "이것이 건축가와 건설사로부터 이건창호가 선택되는 이유"라고 말했습니다.
 
이건창호는 해외에서도 입지를 넓히며 '카타르 국립박물관'과 캐나다 초고층 마천루 '텔러스 스카이'에 이름을 새겼습니다.
 
최규환 이건창호 대표는 건설사 납품 중심인 사업 특성상 B2C로 영역을 넓히기보다는 일단은 지금처럼 B2B 사업에서 역량을 키우겠다고 밝혔습니다.
 
최 대표는 "프리미엄 알루미늄창 시장에서는 압도적인 지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그 지위를 계속해서 강화해 나갈 수 있도록 새로운 제품 개발과 해외 제품 도입까지 계속해서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인천=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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