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윳값 카운트다운…'밀크플레이션' 현실화 불가피
낙농진흥회 소위원회, 19일 기한으로 협상
6월 우유 물가상승률 9%…더 상승 전망
"식품 가격 인상 불가피…보수적 결정 필요"
입력 : 2023-07-16 12:00:00 수정 : 2023-07-16 12:00:00
 
 
[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최근 높은 물가 품목 중 하나인 우유 가격이 더 오를 전망입니다. 조만간 결정될 원유 가격 상승 폭에 따라 우윳값이 인상될 경우 관련 식품들도 잇따라 오르는 등 이른바 '밀크플레이션(우유+인플레이션)'이 발생 가능성이 농후해지고 있습니다.
 
16일 정부와 우유 업계 등에 따르면 유가공협회, 우유 업체, 낙농가 관계자 등으로 구성된 낙농진흥회 소위원회는 오는 19일을 기한으로 원유 가격 인상 폭을 논의하고 있습니다. 소위원회가 원유 가격을 결정하면 낙농진흥회 이사회 의결을 다음 달 1일부터 적용할 예정입니다.
 
그동안 생산비만 반영해 원유 가격을 결정하던 기존의 체계는 올해부터 생산비와 시장 상황을 반영해 결정하도록 정부가 개선한 바 있습니다.
 
이에 따른 협상 가격 범위는 리터(ℓ)당 69~104원 수준입니다. 이는 기존 체계 기준 협상 범위인 ℓ당 104~127원보다는 낮은 수준입니다.
 
현재 ℓ당 원유 가격은 996원입니다. 최소 폭으로 오른다고 해도 ℓ당 가격은 1000원을 처음 넘길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달 소비자 물가상승률이 2.7%인 것과 비교해 우유 물가상승률은 9.0%에 이를 정도로 높은 수준인데, 원유 가격이 인상되면 해당 수치는 더 높아질 전망입니다. 
 
16일 정부와 유업계 등에 따르면 유가공협회, 유업체, 낙농가 관계자 등으로 구성된 낙농진흥회 소위원회는 오는 19일을 기한으로 원유 가격 인상 폭을 논의하고 있습니다. 자료는 우유 물가상승률 추이. (그래픽=뉴스토마토)
 
통계청에 따르면 전년 대비 우유 물가상승률은 올해 1월 8.6%, 2월 8.9%, 3월 9.0%, 4월 8.9%, 5월 9.1%, 6월 9.0% 등으로 8~9%대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식품산업통계정보가 집계한 지난 13일 기준 1ℓ 용량 우유의 평균 가격은 2914원으로 원유 가격 인상이 반영되면 3000원을 넘게 됩니다. 지난해 원유 가격이 ℓ당 52원 올랐을 당시 흰우유 가격은 100~200원 정도 상승한 바 있습니다.
 
치즈, 발효유, 빵 등 우유와 관련된 식품의 물가상승률도 높은 수준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전년 동월 대비 치즈의 6월 물가상승률은 22.3%를 기록했습니다. 발효유는 13.7%, 빵은 11.5%로 집계됐습니다. 아이스크림은 9.4%, 케이크는 8.5%로 조사됐습니다. 
 
유업계 관계자는 "원유 가격이 올라가면 업체 입장에서는 우유 가격이 반영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원유 가격이 오르지 않는 것이 좋지만, 낙농가 의견대로 올리더라도 인상 폭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문제는 우유 가격의 인상은 빵, 치즈 등 가공식품 가격과 우유를 사용하는 커피전문점의 메뉴 가격을 함께 상승시킨다는 것입니다.
 
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주요 식품의 원료 사용 비중을 조사한 결과 유가공품류는 우유가 90.3%, 치즈가 1.7% 포함됐습니다. 
 
아이스크림류는 우유 44.4%, 유크림 7.6%, 탈지분유 5.0%가 사용됐습니다. 커피·코코아류에도 우유 29.1%, 전지분유 0.9%가 들어간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우유 가격이 오르면 우유가 들어가는 식품의 전반적인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며 "올해는 지난해와 달리 시장 경제의 원리가 도입돼 상한선을 낮춘 것은 바람직한데, 오랜 기간 소비자들이 물가 인상으로 어려움을 겪은 만큼 원유 가격의 인상을 보수적으로 결정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습니다.
 
그러면서 "정부는 낙농가에 인상을 최대한 자제해 달라고 설득해야 한다"며 "그와 동시에 장기적으로는 영세한 낙농가를 통폐합하거나 지원을 확대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습니다.
 
그러나 올해도 우유 업계와 낙농가의 견해차가 큰 만큼, 협상 시한을 넘겨 원유 가격 인상 폭이 결정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낙농가에서는 100원을 넘게 인상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지금 이대로라면 의견이 너무 갈리기 때문에 시한을 넘길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지난해 가격 결정 체계의 개편 과정을 보면 이견에 따라 통상 원유 가격 인상이 적용됐던 8월1일보다 석달을 넘기는 등 11월3일 인상 폭이 확정된 경우입니다.
 
정부는 지난 12일 낙농가를 만나 원유 가격 인상 자제를 요청한 상태입니다. 이에 앞서 7일에는 우유 업계에 유제품 가격 인상 최소화를 요구했습니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지난해 상승한 생산비를 올해 반영해야 하는 상황이다. 소득 감소에 따른 농가의 어려움을 일부라도 해소하기 위해 올해 어느 정도의 원유 가격 인상은 불가피하다"며 "원유 가격이 인상되더라도 흰우유 등 유제품 가격이 과도하게 오르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16일 정부와 유업계 등에 따르면 유가공협회, 유업체, 낙농가 관계자 등으로 구성된 낙농진흥회 소위원회는 오는 19일을 기한으로 원유 가격 인상 폭을 논의하고 있습니다. 사진은 대형마트 내 우유 판매대. (사진=뉴시스)
 
세종=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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