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마진 해소' 한전, 3분기 흑자 기대에도…'갈 길' 먼 45조 탈출
5월부터 구입단가보다 판매단가 높아져
국제유가 안정·40.4원 요금 인상 등 영향
영업비용 감안 땐 단기간 '흑자'는 어려워
입력 : 2023-07-24 16:41:09 수정 : 2023-07-24 18:51:05
 
 
[뉴스토마토 주혜린 기자] 한국전력의 전력 판매단가가 구입단가를 앞지르면서 10개월 연속 유지됐던 역마진 구조가 깨졌습니다. 전력 수요 피크기를 맞은 가운데 3분기 '흑자 전환'의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는 실정입니다. 하지만 45조원 규모의 누적적자를 해소하기에는 재무구조 개선, 요금 인상 등 풀어야 할 과제가 산재돼 있습니다.
 
24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에 따르면 한전은 3분기 1조6705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는 등 흑자 전환에 성공할 전망입니다. 올 2분기에는 영업손실 2조2543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지난해 2분기 적자(6조5164억원)의 '3분의1' 수준입니다.
 
한전의 실적 개선 배경에는 역마진 구조 요인의 해소가 큽니다. 한전의 5월 전력통계월보를 보면 지난 5월 전력판매단가는 킬로와트시(㎾h)당 138.83원으로 신재생을 포함한 구입단가 132.43원보다 6.4원 높았습니다. 판매단가가 구입단가보다 높은 것은 지난해 7월 이후 10개월 만입니다.
 
한전은 지난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전후로 국제 연료비 시세가 급등하면서 역마진 상태에 빠졌습니다. 지난해 6월 잠시 반등한 것을 제외하면 2021년 10월 이후 19개월 동안 역마진 상태였습니다. 
 
역마진 구조 해소는 원자잿값 하락과 전기요금 인상에서 비롯됐습니다. 유연탄(호주 뉴캐슬 기준) 월 평균 가격은 지난해 3월 톤당 200달러를 넘어섰으나 이후 꾸준히 하락하는 등 올해 1월 134.23달러, 지난달 89.99달러까지 내려왔습니다. 
 
지난달 액화천연가스(LNG) 가격은 톤당 687.0달러입니다. 최근 1년 사이 가장 높았던 지난해 9월(톤당 1470.4원)부터는 등락을 반복하다 하향했습니다. 
 
SMP 역시 지난해 말 254원에서 올해 1분기 237원, 2분기 152원으로 줄었습니다. 전기요금은 지난해부터 올 5월까지 5차례에 걸쳐 킬로와트시당 40.4원(39.6%) 인상됐습니다.
 
특히 때이른 무더위가 찾아오면서 7월 전력 사용량도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습니다. 일 최대전력이 8만MW를 상회한 날은 총 13일로 높은 기온의 영향으로 전력수요가 급증했습니다. 
 
유재선 하나증권 연구원은 "연간 기준으로는 적자가 불가피하나 적어도 분기 단위 적자는 2분기를 마지막으로 상당 기간 흑자 기조를 유지할 수 있을 전망'이라며 "원자재 가격이 하락하면서 나타나는 비용 절감 모멘텀(동력)이 조금씩 현실화되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24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에 따르 한전이 3분기에는 1조 6705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며 흑자전환에 성공할 전망입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다만 10개월 연속 지속된 역마진 구조가 지난 5월 해소됐지만 한전 재무상 영업흑자로 돌아서지는 않습니다.
 
이는 전기요금 산정 시 반영되는 '총괄원가'에 전력 구입단가, 판매단가뿐 아니라 전기의 생산·공급에 들어가는 일체의 영업 비용과 법인세 비용, 송·배전망 등에 대한 보수 비용 등이 포함되기 때문입니다.
 
한전 관계자는 "전력통계상 구입단가와 판매단가 차이가 '플러스'로 전환하더라도, 재무적으로 영업흑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며 "전기 판매수익과 구입 전력비를 제외한 나머지 매출과 영업비용의 차이를 상회할 수 있도록 전력 구입단가보다 판매단가가 더 높은 수준이 돼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여름기간 판매단가가 다른 계절 대비 높아지는 특성상, 현재 구입단가가 유지된다고 가정하면 3분기 이후 사정은 다소 나아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45조원 규모의 적자를 해소하기에는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입니다.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서는 풀어야 할 과제가 여전히 많습니다. 
 
현재 한전은 송·변전 설비 등 계통 확충에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고 있습니다. 2036년까지 56조원의 자금이 투입될 예정입니다. 
 
또 지난 2012년부터 시행된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RPS) 제도로 해마다 거액의 RPS 이행 비용을 지불하고 있습니다. 막대한 부채를 안고 있는 한전이 이같은 자금을 조달하기에는 벅찬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옵니다. 
 
전기요금 인상을 미뤄온 사이 한전의 누적적자가 대규모로 쌓인만큼, 향후 3년간 전기요금 인상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때문에 가정용보다 전력 사용량과 경제적 여력이 큰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을 통해 한전 적자를 해소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실정입니다.
 
한전과 산업통상자원부는 전체 누적적자를 해소하고 경영정상화에 돌입하는 시점을 최소 2027년 이후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송유림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하반기 실적에 대한 긍정적 전망에도 여전히 연간 적자 탈피가 불가능하고, 최근 늘어난 차입금과 이에 따른 이자 비용 부담 등을 고려하면 전기요금 인상 등을 통해 한전 정상화에 대한 가시성을 높여줄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송 연구원은 "실적 정상화 이후에도 재무구조 개선, 배당 지급까지는 가야할 길이 멀다"면서도 "다만 완전한 정상화를 위한 첫 단추가 실적회복이라는 점에서 3분기 턴어라운드의 가시화는 의미가 크다"고 덧붙였습니다.
 
24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에 따르 한전이 3분기에는 1조 6705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며 흑자전환에 성공할 전망입니다. 사진은 한국전력 서울본부. (사진=뉴시스)
 
세종=주혜린 기자 joojoosk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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