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은 물가·MB식 물가잡기…"실효성 없어, 보여주기식"
정부·한은 예상 빗나가…물가상승률 4%대 '목전'
사과 2배 '폭등'…14년 만에 우유 14.3%↑
MB식 품목별 공무원 지정…"효과 없을 것"
스테그플레이션 상황…실효성 없는 정책 보여주기식
입력 : 2023-11-06 17:45:14 수정 : 2023-11-06 20:41:17
 
[뉴스토마토 이민우·김소희 기자] 정부가 치솟는 물가에 대응하기 위해 ‘MB 물가’와 비슷한 방식의 물가 관리 체계를 가동했으나 통제 효과는 미지수입니다. 수요와 공급으로 결정되는 품목별 가격을 공무원 담당자가 밀착 관리하는데도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농림축산식품부 등 정부는 라면과 빵, 과자, 커피, 아이스크림 등 7개 주요 품목의 담당자를 지정, 물가를 전담 관리한다고 6일 밝혔습니다.
 
이날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을 보면, 10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3.8% 올랐습니다. 물가상승률은 지난 7월 2.3%까지 떨어졌다가 8월 3.4%, 9월 3.7%로 오르며 현재 4%대를 목전에 두고 있습니다.
 
정부는 당초 10월부터 계절적 요인 완화의 영향으로 물가가 안정화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한국은행도 물가 둔화 속도가 당초보다 완만해질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지만, 10월 물가는 정부·한은의 예상을 모두 깨고 0.1% 올랐습니다.
 
특히 먹거리물가로 불리는 식료품·비주류음료 물가는 올해 1월부터 10월 누계비 5.1% 상승하며 2011년 이후 처음으로 3년 연속 5%를 넘기고 있습니다. 품목별로는 사과가 72.4% 오르며 가장 크게 올랐습니다. 
 
사과값이 2배가량 뛰자, 정부는 11월 출하되는 비정형과와 소형과 최대 60만봉지(약 1500톤)를 산지유통센터를 통해 시장에 공급할 계획입니다. 
 
상추 40.7%, 수박 36.1%, 파 24.6%, 풋고추 23.8%, 토마토 22.8%, 시금치 16.6%, 귤 16.2%, 부추 12.8%, 오이 10.9%, 포도 8.9%, 바나나 8.7% 등 과일·채소 품목의 상승세도 두드러지고 있는 추세입니다.
 
우유 가격도 14.3% 크게 올랐습니다. 글로벌 금융위기 영향권에 있던 2009년 8월 20.8% 이후 14년 2개월 만에 최고치입니다. 발효유도 14.7% 오르며 아이스크림(15.2%), 분유(10.6%), 빵(5.5%) 등의 물가를 끌어올렸습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11월 사과 도매가격이 생육 부진에 따른 출하량 감소로 10㎏에 5만~5만4000원으로 1년 전보다 79.9~94.2% 오른 두 배 수준이 될 것으로 예측했다. 사진은 한 대형마트 모습. (사진=뉴시스)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으로 지정학적 리스크도 커지면서 소비자물가 상방압력은 더욱 거세질 전망입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가 연말까지 석유 감산과 공급 감축 기조를 분명히 하며 최근 소비자물가 하락에 기여하던 석유류 가격 안정 효과를 반감시켰습니다.
 
실제 공업제품 중 석유류 물가는 지난 9월 4.9% 내렸다가, 10월 들어 1.3% 감소하는 등 하락 폭이 줄었습니다. 지난 7월 배럴당 70달러 수준까지 떨어졌던 국제 유가 벤치마크(기준)인 브렌트유는 지난 9월 94달러까지 치솟았다가, 현재 85.7달러 수준을 보이는 등 가격 널뛰기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정부는 국민 민감도가 큰 7개 품목의 물가를 집중 관리하는 TF를 가동한다는 방침이나 부정적 견해가 커지고 있습니다.
 
2012년 이명박 정부 당시에도 쌀·라면·밀가루 등 52개 품목별 가격 안정화 담당자를 지정해 관리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도입 이후 약 3년간 지정 품목의 물가상승률이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7%가량 웃도는 등 큰 효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수요와 공급으로 결정되는 게 가격으로 사람이 통제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며 "생활물가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좋지만, 품목별로 사람을 지정해서 책임을 지게 하는 방식은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물가가 오히려 오르는 현상인 스테그플레이션 상태"라며 "담당 공무원이 물가 감시를 한다고 해서 물가가 잡힐리 없다. 11년 전에도 큰 실효성 없었다. 실효성 없는 정책을 다시 한다고 하니 보여주기식밖에 더 되나 싶다"고 강조했습니다.
 
정부 관계자는 "TF팀이 구성되면 소속 직원들은 물가 관리 업무에만 집중한다. 관련된 내용은 세부적으로 계획 수립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물가가 워낙 올라가 있고 실무자 뿐만 아니라 고위직도 현장 행보를 하고 있다. TF팀을 통해 업체 애로사항을 적극 해결하고 소통을 강화하려는 목적"이라고 말했습니다.
 
6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을 보면, 10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3.8% 올랐다. 사진은 주유하는 시민 모습. (사진=뉴시스)
 
세종=이민우·김소희 기자 lmw383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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