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량안보 현주소)③자급률 높인다지만…"인구 감소 걸림돌"
식량안보 강화 나선 중·일…우리 정부는?
식량 자급률 55.5% 목표 설정…가루쌀 제품 개발 노력
"전략작물 재배 늘리고…농가 인력 양성 절실"
입력 : 2024-07-04 16:00:00 수정 : 2024-07-04 16:00:00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김충범·김성은 기자] 전 세계적으로 식량 안보에 대한 위기의식이 확대되면서 각국에서는 이에 대한 대응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입니다. 식량 안보 항목의 법적 구속력을 강화하는가 하면 자급자족 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저마다의 식량 주권 경쟁력 강화에 나서고 있는 것인데요. 우리나라도 이 같은 문제를 인식하고 대응책을 내놓고 있지만 여전히 단편적인 수준에 그치는 데다, 인구 구조 변화에 따른 소비량 감소까지 더해지면서 뾰족한 해법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에 업계는 정부가 식량 안보 문제를 보다 거시적인 측면에서 바라볼 것을 주문하고 있습니다. 다시금 국내 곡물 시장 소비 흐름, 선호도 변화 등 면밀히 지표를 파악하고, 진정한 식량 자립 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종자 국산화, 곡물 생산량 증대 등 보다 실효성 있는 방안 마련에 골몰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옵니다.
 
식량안보 위기감 확산…정부 "2027년까지 자급률 55.5% 달성"
 
4일 각 나라 외신 등에 따르면, 최근 일본은 식량안보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식료·농업·농촌 기본법'을 개정했습니다. 해당 법이 1999년 제정된 이후 처음으로 개정됐는데요. 식량안보에 대한 정의를 손보고, 식량 자급률 등 식량안보와 관련된 목표를 설정토록 했습니다.
 
중국은 이달부터 식량 공급 과정에 관한 내용이 담긴 '식량안보보장법'을 시행했습니다. 중국 정부는 지난 2012년부터 해당 법 시행에 힘써 왔으나, 식량안보 위기감이 확산한 코로나19 사태 이후 탄력을 받아 지난해 12월 공표됐습니다. 이 법을 두고 중국이 해외 식량 의존도를 낮춰 자급자족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옵니다.
 
한국 정부도 식량안보 확보를 위해 자급률 상승 대책을 내놨습니다. 지난해 발표한 '2023-2027 농업·농촌 및 식품산업 발전계획'에서 5대 전략 중 첫 번째로 '굳건한 식량안보 확보'를 내세웠습니다. 2017년 이후 하락하는 식량 자급률을 상승세로 전환시키기 위해 식량 자급률 목표를 55.5%로 설정하고, 밀·콩·가루쌀 중심의 생산·소비 체계로 전환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또한 농림축산식품부는 올해 '업무 추진계획'에서 가루쌀과 밀 등 전략작물 중심으로 식량 자급률 상승세를 이어나갈 것이라고 공언했습니다. 이를 위해 가루쌀을 원료로 한 신제품 개발을 적극 지원하고 있습니다. 가루쌀은 밀처럼 빻아 가루로 만들 수 있는 쌀입니다. 국민의 생활 여건과 입맛 변화로 늘어난 밀 수요를 가루쌀 공급으로 대체해 공급 과잉인 쌀을 소진하고, 밀 수요를 줄이겠다는 복안입니다.
 
다만 인구 감소로 내수 시장 규모가 축소되고 국내 소비량 자체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이런 노력은 역부족일 것이란 관측도 나옵니다. 국내 농축산물 생산비용 증가에 따른 가격 문제도 걸림돌입니다.
 
실제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총인구는 2022년 5167만명에서 2030년 5131만명, 2040년 5006만명, 2072년 3622만명으로 축소 전망됩니다. 가임기 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추정되는 출생아 수가 1명도 채 되지 않는 상황에서 인구수 감소는 피할 수 없는 현실입니다.
 
순병민 충남대 농업경제학과 교수는 "인구 감소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쌀의 경우 소득 증가로 소비량이 줄어들고 있다. 시장 개방으로 수입 의존도가 굉장히 높아 국내에서 생산한 농산물이 가격 경쟁력을 갖추기 어려운 구조"라고 진단했습니다.
 
면밀한 현상 파악이 우선…거시적 측면의 플랜 운용 필요
 
전문가들은 식량 안보 확보에 앞서 우리나라의 근본적인 인구 구조 변화에 입각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합니다. 특히 국민들의 곡물 선호도 변화에 대해 면밀히 체크하고 이에 따른 실효성 있는 진단이 선행돼야 한다는 분석인데요.
 
순 교수는 "쌀만 놓고 보면 과잉 생산에 따른 공급 과다로 가격이 떨어지고 쌀 농가의 소득은 불안정해지는 악순환이 지속되고 있다"며 "쌀 소비가 줄어드는 대신 국수나 빵 등의 원료인 밀의 소비는 늘어나는 실정"이라며 현재 곡물 소비 세태를 짚었습니다.
 
이어 "쌀을 재배하는 농가가 밀, 옥수수, 콩 등으로 전환하도록 지원해 쌀을 제외한 곡물의 수입량을 낮춰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정부가 수입 의존도가 높은 전략 작물을 재배하면 농업인의 소득 안정을 지원하는 '전략작물직불금'을 통해 식량 자급률를 높이고자 하는데, 이에 대한 이행력을 더욱 높여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식량 자급률은 곧 국내 생산량 증가와 맥을 같이 하는 만큼, 농업 경영 구조 개선이라는 보다 근본적인 방안을 통해 젊은 층 유입과 가격 경쟁력 강화를 이끌어내야 한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엄지범 순천대 농업경제학과 교수는 "영세 소농 고령자 중심인 우리나라 농업은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 어렵다 보니, 수익성과 생산성에서 효율적이지 못한 측면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개별 농업 규모 확대 등 농업 경영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인력 육성을 통한 젊은 세대 유입, 활발한 후계 양성 구조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지난해 10월 전북 김제시에서 열린 '제7회 우리쌀빵 기능 경진대회'에서 심사위원들이 가루쌀로 만든 다양한 제과·제빵 출품작을 심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농가에서 생산한 원재료가 소비자에게 도달하기까지 중간 다리 역할을 하는 식품 기업에도 막중한 책임감이 요구된다는 분석입니다. 한 식품 업체 관계자는 "자급률을 높이려면 소비가 뒷받침돼야 한다. 소비 증가는 단순히 많은 양을 섭취할 것을 종용하는 수준에서 그치지 않고, 맛, 영양, 편리성을 동시에 향상시킨 가공식품을 만들어 소비자들이 찾도록 해야 한다"며 "이 부분은 식품 기업들이 책임감을 갖고 꾸준히 연구·개발에 나서야 한다"고 역설했습니다.
 
진정한 식량 안보를 위해서는 종자의 국산화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한 육가공 업체 관계자는 "시중에 판매하는 계란이나 닭고기 등이 국내산으로 나와 있을지라도 이를 생산하기 위한 종자는 외국에서 들여오는 경우가 많다"면서 "종자의 국산화를 이뤄야 진정한 국내산이라 할 수 있고, 식량 안보도 확보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식량 안보에 대한 공감대 형성과 정부 차원의 세밀한 플랜이 운용돼야 하는 시점이라는 조언도 나옵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식량 안보 문제는 우리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공통적으로 겪고 있고 대응해나가는 사안"이라며 "이에 대한 위기의식을 전반적으로 공유하고 대비 방안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해나가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라고 말했습니다.
 
김 교수는 "'스마트팜(Smart Farm)' 시스템 고도화를 통해 식재료의 생산량을 늘릴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또 정부가 농가를 지원하는 방안도 다각화해야 한다"며 "아울러 정부가 식량 안보 확보를 위한 계획도 단편적인 수준에서 그치지 않고, 단기, 장기, 중기로 세분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 특히 식량 수급 상황은 한해 한해가 다르게 무섭게 변하고 있는 추세기에 더욱 그렇다"라고 제언했습니다.
 
 
김충범·김성은 기자 kse5865@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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