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량안보 현주소)①해외 의존 심각…먹거리 자급률 '위기'
세계식량안보지수 39위…"OECD 최저 수준"
낮은 곡물·소고기 자급률…절반 수준도 안돼
"식량안보도 국방 만큼 중요…자급률 높여야"
입력 : 2024-07-04 16:00:00 수정 : 2024-07-04 17:49:24
 
[뉴스토마토 김성은 기자] 국민 생활 안정의 근간이 되는 식량안보가 흔들리고 있습니다. 국가 차원에서 지원금을 통해 가격을 보전해 온 쌀을 제외하면 곡물 자급률은 턱없이 낮고, 축산물 중 소고기의 약 70%는 수입산입니다. 식량 자급률은 국내에서 소비하는 식량 중 얼마나 국내에서 생산했는지를 나타내는 비율입니다. 자급률이 곧 식량안보는 아닙니다. 해외에서 부족한 식량을 조달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잘 갖춰져 국내에 공급된다면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다만 세계 정세 급변에 따라 해외 의존이 높은 먹거리는 수급과 가격이 요동칠 수밖에 없고, 이런 흐름이 심화하면 식량안보가 튼튼하다고 보기는 어렵죠. 밖으로는 국제 정세 불안이 가중되고, 안으로는 생산비 증가와 시장 개방에 따른 농가의 어려움, 1인당 쌀 소비량 감소 등으로 식량 자급률을 끌어올리기 쉽지 않은 가운데 식량안보가 위협받고 있습니다.
 
곡물 자급률 22.3%…쌀, 감자·고구마 빼면 수입산 태반
 
4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양곡 자급률은 49.3%로 나타났습니다. 2013년부터 2018년까지 50%대를 유지했던 양곡 자급률은 2019년 49.3%를 기록한 이후 4년째 40%대에 머물고 있습니다. 세부적으로 △쌀 104.8% △감자·고구마 등 서류 103.1%로 자급률이 높지만, △콩 28.6% △보리쌀 27.2% △옥수수 4.3% △밀 1.3%로 다른 양곡류는 절반을 밑돌았습니다.
 
사료용을 포함한 곡물 자급률은 22.3%에 불과합니다. 2014년 26.5%에서 7년 연속 내림세를 보였던 곡물 자급률(사료용 포함)은 2021년 20.9%까지 줄었으나, 이듬해 1.4%포인트 올랐습니다.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곡류 자급률은 심각한 수준입니다. 2020년 우리나라 곡류 자급률(서·두류 제외)은 23.4%인데 반해, 일본 31.1%, 스위스 50.7%, 이탈리아 63.7%, 미국 72.9%를 기록했습니다. 영국, 캐나다, 덴마크, 프랑스 등은 100%를 넘겼습니다.
 
곡물 자급률을 높이기 위해선 소비량이 뒷받침돼야 하는데, 문제는 소비량마저 떨어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2022년 1인당 주요 양곡 연간 소비량은 64.7㎏으로, 30년 전 소비량인 120.5㎏ 대비 절반 수준입니다. 특히 우리나라의 주식이자 양곡 소비량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쌀의 경우 1997년까지 한 사람이 연간 102.4㎏를 소비했으나, 꾸준히 감소해 2022년 56.7㎏로 쪼그라들었습니다.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내 벼농사 체험장에 벼가 익어가고 있다. (사진=뉴시스)
 
설 자리 잃어가는 한우…우유·어패류도 자급률 낮아
 
곡류뿐만이 아닙니다. 국가농식품통계서비스를 보면, 2021년 육류 자급률은 75.5%로 조사됐는데 이 중 쇠고기 자급률은 36.8%에 불과합니다. 돼지고기와 닭고기는 각 76.4%, 86.9%로 비교적 높았습니다. 또한 우유류 46.4%, 어패류 51%의 낮은 자급률을 보였습니다. 국내 소고기 시장 70%가량은 수입산에 의존하고 있고, 우유 또한 절반 이상은 수입해 오는 것이 현실입니다.
 
꾸준한 생산비용 상승으로 축산 농가의 어려움은 쌓여가지만,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른 시장 개방으로 수입산이 밀려오며 한우의 입지는 줄어드는 실정입니다. 전국한우협회는 "4차례 소값 파동이 발생하면서, 한우 농가는 2000년 29만명에서 2012년 14만명으로, 2024년 5월 기준 8만명으로 한우 파동 때마다 반토막났다"며 "생산비 폭등과 소비 여력 약화로 적체된 한우의 도매가격은 바닥을 치고 있다. 소 한 마리 출하 시 200만원 이상의 적자가 이어지고 있다"고 어려움을 호소했습니다. 지난 3일 국회의사당 앞에서 한우산업 안정화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기도 했습니다.
 
농가의 소득이 보장되지 않으면 후계 양성에 더욱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고, 이는 생산량 감소에 이어 자급률 하락까지 연결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식량안보 성적 39위…갈수록 하향곡선
 
이렇다 보니 우리나라의 식량안보 점수는 사실상 하위권입니다. 글로벌 정치·경제 분석기관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이 발표한 2022년 세계식량안보지수(GFSI)에서 한국은 총 113개 국가 중 39위(70.2점)를 기록했습니다. 세계식량안보지수는 식량 부담·공급능력, 품질과 안전, 지속 가능성과 적응 측면에서 식량안보를 결정짓는 다양한 지표를 바탕으로 점수를 매겨 정해집니다.
 
흔히 비교 대상이 되는 일본(79.5점)이 6위를 차지했고, 도시 국가인 싱가포르(73.1점)는 28위로 한국보다 높은 순위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한국 앞뒤로 페루(70.8점)와 바레인(70.3점)이 각 37위와 38위를, 파나마(70점)와 말레이시아(69.9점)가 40위와 41위로 조사됐습니다.
 
(표=뉴스토마토)
 
임송수 고려대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는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서 발간한 보고서에서 "우리나라는 지난 2012년 세계식량안보지수 21위를 기록한 이래 계속 20위권을 유지하다가 2021년에 처음 32위(71.6점)로 내려앉았는데, 2022년에는 이보다 낮은 순위를 기록했다"면서 "다른 고소득 국가나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과 비교할 때 최저에 가까운 점수"라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면서 "한국과 같은 식량 순수입 국가에서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식량안보 지표인 자급률을 봐도 한국의 식량안보 상황이 악화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전문가들은 식량안보와 이를 지지하는 식량 자급률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입을 모읍니다. 기본적인 식량 자급률을 높이거나 유지하지 않으면 추후 공급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는 데다 세계적으로 식량 문제가 격화하면 패권 경쟁 발단이 될 수 있다는 시각입니다.
 
순병민 충남대 농업경제학과 교수는 "식량안보도 국방안보와 같다고 생각해야 한다"면서 "전쟁 등으로 식량 수입을 할 수 없게 될 시 국내 생산물에 의존해야 하는데 식량 자급률이 낮으면 전체 인구의 소비량을 충당할 수 없다"고 경고했습니다.
 
 
김성은 기자 kse5865@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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