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캥거루족' 532만명…10명 중 4명 "부모한테 손 벌려"
부모 집에 얹혀사는 청년세대 532만명 육박
캥거루족 41.8%, '생활비' 부모한테 지원받아
취업난·주거비 부담 등 영향…"홀로서기 지원책 필요"
입력 : 2023-11-27 17:37:24 수정 : 2023-11-27 17:37:24
[뉴스토마토 조용훈·김유진·이민우 기자] 부모로부터 독립하지 못한 이른바 청년세대(만19~34세) '캥거루족'이 국내 530만명대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10명 중 4명은 부모한테 생활비를 받아쓰는 등 생계 의존형인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27일 통계청이 발표한 ‘인구주택총조사 결과로 분석한 우리나라 청년세대의 변화’ 자료를 보면, 2020년 기준 부모와 같이 살고 있는 청년(만 19~34세)은 총 532만1000명으로 집계됐습니다.
 
성별은 남자가 52.5%로 여자(47.5%)보다 5.1%포인트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연령별 비중은 19~24세가 45.7%로 가장 많았습니다. 특히 25~29세는 35.0%로 집계됐습니다. 30~34세(22.1%)도 뒤를 이었습니다.
 
이 중 경제 활동을 할 수 있는 25~29세의 '캥거루족'은 5년 전과 비교해 2만3000명 증가한 186만명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구성비로는 2.8%포인트 증가한 35% 규모입니다.
 
 
27일 통계청이 발표한 ‘인구주택총조사 결과로 분석한 우리나라 청년세대의 변화’ 자료를 보면, 2020년 기준 부모와 같이 살고 있는 청년(만 19~34세)은 총 532만1000명으로 집계됐다. 표는 부모와 동거하는 청년세대 특성별 비중.(표=뉴스토마토)
 
특성별 비중을 보면 미혼은 97.2%로 나타났습니다. 학업을 종료한 경우와 경제활동을 하는 청년은 각각  66.4%, 53.6%로 집계됐습니다.
 
특히 캥거루족의 생활비 원천을 추적한 결과, 41.8%는 부모로부터 경제적 지원을 받는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이는 혼자 사는 청년세대(20.5%)의 약 2배로 부모 집에 얹혀사는 상황에서 사실상 전적으로 생계를 의존하고 있는 셈입니다.
 
나머지 54.2%는 본인의 일이나 직업으로 생활비를 마련했습니다. 1.8%는 금융자산·부동산·연금으로, 0.8%는 자녀 도움·국가 및 지방자치단체 보조로 생활비를 충당했습니다.
 
사실상 부모 세대로서는 청년세대와 노부모를 부양해야 하는 이중 부담에 놓인 형국입니다. 높아진 취업 문턱에 고금리, 고물가 등으로 생활비 부담까지 가중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기본적으로 청년 노동시장 사정이 좋지 못한 상황에서 직장을 구하지 못하는 청년들은 부모와 살 수밖에 없다"며 "일부 소득이 있다고 하더라도 주거비로 나가는 돈이 커지면서 부모와 함께 사는 주거형태도 늘어난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는 과거 일본 같은 저성장을 거친 국가에서 일반적으로 나타났던 현상"이라고 강조했습니다.
 
27일 통계청이 발표한 ‘인구주택총조사 결과로 분석한 우리나라 청년세대의 변화’ 자료를 보면, 2020년 기준 부모와 같이 살고 있는 청년(만 19~34세)은 총 532만1000명으로 집계됐다. 사진은 서울 소재 대학 인근 원룸 밀집 지역의 모습.(사진=뉴시스)
 
서울에 거주하는 대학생 A(28세)씨의 경우는 숨만 쉬어도 한 달에 100만원이 나간다고 토로합니다.
 
A씨는 "학비는 학자금대출로 어떻게든 마련할 수 있지만 월세와 관리비, 기본 생활비는 부모님 도움 없이는 불가능하다"며 "'아르바이트해서 벌면 되지 않냐'고 할 수 있지만 취업을 준비하는 입장에서 학업에 지장을 주면서까지 일하기도 쉽지 않다"고 토로했습니다.
 
부동산 정보 플랫폼 다방에 따르면 올해 8월 기준 서울 주요 대학가의 원룸(전용면적 33㎡ 이하) 평균 월세 가격은 59만9000원으로 집계됐습니다.
 
청년들이 부모품을 벗어나려면 온전히 홀로 설 수 있는 요건이 마련돼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성태윤 교수는 "청년 계층이 어느 정도 자립해서 살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며 "이는 연쇄적으로 결혼, 출산 등에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우리나라가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 중 하나"라고 말했습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지금의 청년세대를 둔 386세대(30대·80년대 학번·60년대생)는 비교적 경쟁이 치열하지 않았기 때문에 본인 자식들에게 밖으로 나가라고 발길질 하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그러면서 "부모와 함께 사는 건 청년이 많다는 건 이들을 밖으로 끌어낼 유인책이 부족하다는 의미"라며 "퍼주기식 정책 지원은 경계하되, 국가 차원의 지원책은 고민해야 봐야 할 때"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세종=조용훈·김유진·이민우 기자 joyonghu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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