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총선 '인적 쇄신'이 갈랐다
정권실세·주류인사 불출마시 승리…19대 땐 '박근혜 비대위'로 과반
입력 : 2023-12-13 17:20:20 수정 : 2023-12-13 18:28:42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12일 국회 소통관에서 총선 불출마 관련 기자회견을 마친 뒤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원조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에 이어 김기현 대표마저 백의종군을 택하면서 여야의 인적쇄신 경쟁이 본격화할 전망입니다. 역대 총선을 살펴보면 정권의 실세 또는 당내 지도부·주류 인사가 불출마를 선언했을 때 소속 정당이 승리하는 사례가 많았습니다. 이른바 당내 인적쇄신을 통한 혁신의 성공 여부가 총선 승패를 가른 셈입니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13일 "이번에도 혁신에서 앞서는 쪽이 승리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강재섭·이상득 '불출마'18·19대 연승한 '보수'
 
2008년 18대 총선을 앞두고 한나라당(현 국민의힘)의 수장이던 강재섭 전 대표가 공천 파동 수습을 위해 불출마를 선언했습니다. 강 대표는 당시 당내 비주류였던 친박(친박근혜)계 인사들의 공천 탈락에 반발이 일면서 지도부 책임론까지 제기되자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총선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당시 친박계의 수장이었던 박근혜 전 대통령은 공천 결과에 대해 "저도 속았고, 국민도 속았다"며 당 지도부에 책임을 돌렸습니다.
 
강 전 대표의 불출마 선언으로 친이(친이명박)계와 친박계의 계파 투쟁은 사그라들었고 한나라당은 이명박정부 출범 직후 첫 총선에서 153석을 차지하며 안정적 국정운영 기반을 마련했습니다. 당시 친박계 의원 등으로 구성된 '친박연대'가 14석을 얻은 상황에서 거둔 값진 승리였습니다.
 
2012년 19대 총선 땐 당시 여당 대표였던 홍준표 대구시장 등 당 지도부 인사들의 잇단 사퇴 이후 박근혜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바뀐 것이 새누리당 과반 의석(152석) 달성에 결정적 배경이 됐습니다. 여당의 주류세력이었던 친이계를 상대로 경쟁했던 친박계의 수장인 박근혜 전 대통령이 비대위원장에 선임된 것이 유권자들에게 당내 세력 교체로 인식, 야권의 정권심판론 구호가 약화됐습니다.
 
여기에 정권 실세이자, 이명박 전 대통령의 친형이었던 6선 이상득 전 의원의 불출마 선언에 이어 5선의 김형오, 3선의 박진, 원희룡, 초선 장제원·홍정욱 등이 기득권을 내려놓으면서 당의 인적쇄신 이미지를 강화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20대 총선 당시 '열세' 민주당문재인 불출마로 '반전'
 
2016년 20대 총선에선 집권여당이었던 새누리당(현 국민의힘)의 손쉬운 승리가 예상됐지만, 제1야당인 민주당이 123석으로 원내 1당을 차지했습니다. 새누리당은 122석을 얻었습니다. 당시 여당보다도 야당에서 주류 세력의 인적쇄신이 활발하게 이뤄졌던 게 민주당 승리의 배경이 됐습니다. 민주당의 대표로, 당내 최대 계파인 친노(친노무현)계를 이끈 당시 문재인 전 대통령은 불출마를 선언한 데 이어 대표직에서도 물러났습니다. 또 자신의 측근이었던 노영민·최재성 전 의원 등의 불출마도 이어졌습니다.
 
반면 4선인 이한구 전 의원을 시작으로 6선 강창희, 최고위원이었던 재선 김태호 등이 일찌감치 불출마를 선언했지만, 쇄신 파급력은 약했다는 평가입니다. 여기에 당시 새누리당 대표였던 김무성 대표가 '진박(진짜친박) 공천'에 반발해 대표 직인을 들고 부산으로 내려간 '옥새 파동' 등이 벌어지며 당 내홍이 극심했던 게 새누리당 패배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2020년 4월 치러진 21대 총선 땐 집권여당 민주당의 대표였던 이해찬 전 대표와 정권 실세로 분류된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의 불출마 선언이 있었습니다. 여기에 당시 4선의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 3선의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재선의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등 민주당 소속 장관 겸직 의원 4명이 한꺼번에 불출마를 선언하며 쇄신의 물꼬를 튼 것이 총선 승리까지 이어가는 동력으로 작용했습니다.
 
21대 총선에서 민주당은 지역구 163석, 위성 비례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이 17석 등 모두 180석으로 압승했습니다. 반면 야당이었던 국민의힘의 전신 미래통합당은 지역구 84석, 위성 비례정당 미래한국당이 19석 등 총 103석으로 참패했습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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