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재테크 10대 뉴스)금리와 2차전지 그리고 둔촌주공
입력 : 2023-12-26 02:00:00 수정 : 2023-12-26 02:00:00
 
[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거시부터 미시까지 세계 경제에서부터 작은 테마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전쟁이란 돌발변수까지 등장해 올해도 자산시장은 민감하게 요동쳤습니다. ‘고금리’란 짐을 아직 벗어 던지지 못했지만 그래도 좀 나아진 것 같습니다. 하지만 부동산 PF처럼 찜찜한 뒤끝도 남아 있습니다. 올해의 재테크 10대 뉴스를 뽑았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①금리가 다했다
-올해에도 금융시장은 연준(Fed) 바라기였습니다. 미국의 기준금리는 올해 7월 5.50%에 도달할 때까지 계속 인상됐습니다. 7월 이후엔 3회 연속 동결됐죠. 11월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금리 인하 고민”을 언급한 뒤 시장이 금리 인하를 선반영해 내달렸으나 금리 인하 기대감은 작년 말부터 시작됐음을 떠올릴 필요가 있습니다. 최근까지 매파적 기조가 유지된 탓에 채권가격은 추가로 하락했습니다. 다만 주가는 많이 올랐습니다. 21일 현재 S&P500지수는 21.9% 올랐으며 코스피는 16.2% 상승했습니다.
 
②미국 뜨고 중국 지고
-미국 증시가 오른 것과 달리 중국은 서방세계의 강한 견제에 헝다, 비구이위안 등 대형 부동산 개발업체들까지 위기에 몰려 주저앉았습니다. 상하이종합지수는 같은 기간 -5.5%, 홍콩항셍차이나(홍콩H)지수는 -16.1%로 하락해 상대적 박탈감이 더 컸습니다. 내년 성장도 둔화가 예상돼 정부의 경기부양책이 더욱 중요해졌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③오직 ‘2차전지’
-올해 국내 증시는 2차전지를 빼고 할 말이 없을 정도로 그 위세가 대단했습니다. 주가 버블 논란에도 핵심종목은 물론 2차전지를 스치기만 해도 신고가를 기록했으니까요. 코스닥 시장에선 관련주들이 시가총액 상위를 장악했습니다. 주가가 먼저 오른 탓에 실적이 뒤따르지 못하는 종목이 나올 가능성이 큽니다. 고평가 논란은 필연이고 옥석 가리기는 필수입니다. 
 
④IPO와 ‘따따블’
-기업공개(IPO) 시장은 올해 출발이 좋지 않았습니다. 미국의 긴축에 대어급 후보들이 IPO를 미뤄 투자자들이 실망했습니다. 하지만 2차전지가 뜨면서 관련 새내기들이 속속 등장했습니다. 더불어 공모주의 상장일 주가 산정기준이 변경되면서 상장 당일 공모가의 4배까지 오르는 ‘따따블’ 종목이 출현하는 등 분위기가 확 바뀌었습니다. 에코프로머티리얼즈, LS머트리얼즈 등 2차전지 재료, 부품사들이 주목받은 것도 특징입니다. 
 
지난 12일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LS머트리얼즈의 코스닥 상장기념식에 참석한 홍영호 LS머트리얼즈 대표이사(왼쪽에서 네번째)와 관계자들의 모습.(사진=한국거래소)
 
⑤사태, 사태, 사태
-4월24일 SG증권 창구로 삼천리, 서울가스, 대성홀딩스, 다우데이타 등 8개 종목의 매물이 쏟아지며 동반 하한가를 기록하는 이른바 ‘라덕연 사태’가 발발했습니다. 라덕연 등은 차액결제거래(CFD)를 이용해 주가를 조작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어 6월14일엔 방림, 만호제강, 동일산업, 동일금속, 대한방직이 동반 하한가를 기록했습니다. 저평가주에 투자하며 주주운동을 하던 바른투자연구소가 진원지였기에 개미들의 충격이 더 컸습니다. 10월엔 영풍제지 주가조작 사건이 불거졌으며, 11월엔 홍콩발 ELS 사태가 이슈화됐습니다. 고위험 상품을 불완전판매했다는 논란은 현재진행형입니다. 
 
⑥시장에 구애하는 정치
-9월과 10월 주가 낙폭이 커지자 11월6일 정부는 내년 6월말까지 공매도를 전면 중단시켰습니다. 개인 투자자들은 환호했지만, 특별한 위기 징후 등이 없었다는 점에서 한국 증시의 신뢰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제기됐습니다. 21일엔 주식 양도세 부과 기준을 기존 10억원에서 50억원으로 전격 완화하더니, 22일엔 30년 넘은 노후주택을 안전진단 없이 재건축할 수 있게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주택 구입 시 실거주 의무를 폐지하는 법개정도 막판까지 논의 중입니다. 김포시의 서울 편입 이슈는 내년에도 계속되겠죠. 총선을 앞두고 투자자들을 향한 정부와 정치권의 구애는 계속될 것 같습니다.
 
⑦해외 부동산펀드의 몰락
-금리 상승으로 해외 부동산펀드를 만든 운용사들이 고전하고 있습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2016년에 설정한 펀드로 8억2770만달러에 매입했던 미국 댈러스 소재 오피스를 5억8000만달러에 매각해 대규모 손실을 냈습니다. 원금의 절반도 건지지 못한 투자자들은 금감원에 민원을 내는 등 대응에 나섰습니다. 이지스자산운용(독일 트리아논 빌딩)과 한국리얼에셋운용(이탈리아 밀라노 빌딩)은 자산 매각을 미루고 부동산펀드의 만기를 연장했습니다. 11월 시장금리가 하락 반전하면서 리츠(REITs)들은 기사회생했지만 해외 부동산펀드들는 여전히 늪에서 허우적대고 있습니다. 
 
⑧둔촌주공에서 둔촌주공까지
-2023년 부동산시장은 둔촌주공이 떠받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지난해 11월 둔촌주공아파트를 재건축 일반분양한 올핌픽파크포레온에서 대규모 미계약 발생했습니다. 파장이 커질 것을 우려한 정부는 1월3일 전매제한과 실거주의무를 폐지하는 ‘1.3대책’을 발표했고, 이를 기점으로 서울과 수도권 분양시장이 살아났습니다. 원자재가 상승으로 분양가가 치솟는데도 분양단지마다 완판이 이어졌습니다. 덕분에 전체 아파트 시세도 반등했습니다. 하지만 10월경부터 다시 거래가 감소하고 시세가 하락 중입니다. 올림픽파크포레온 계약 1년을 앞두고 정부가 약속한 실거주의무 폐지가 성사될지가 관건입니다. 
 
'둔촌주공 구하기'란 평가를 받았던 1.3대책 이후 부동산 시장이 반등했지만 실거주의무 폐지가 불발될 위기에 처해 또 한번 둔촌주공이 화제의 중심에 놓이게 됐다.(사진=뉴시스)
 
⑨부동산PF, 미뤄둔 폭탄
-지난해 10월부터 본격화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기는 ‘진압’되지 못한 채 폭탄을 키워가는 중입니다. 정부의 지원은 해결이 아니라 미루는 임시처방입니다. 벌어놓은 시간 안에 시장이 안정돼야 하는데 뚜렷한 변화는 없는 상황입니다. 지방 건설사들의 도산이 이어지고 있으며 최근엔 태영건설까지 부도설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내년엔 더 늘어날 전망입니다. 이와 관련된 금융회사들도 잔뜩 긴장하고 있습니다.
 
⑩두 개의 전쟁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에 이어 지난 10월7일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이 시작됐습니다. 유럽과 중동에서 동시에 전쟁이 진행돼 전 세계가 긴장했으나 러-우 전쟁 때와는 달리 주요 지표들은 비교적 안정적입니다. 국제유가(WTI)는 배럴당 70달러대에서, 금 시세는 개전 초기 온스당 2000달러를 넘었으나 그 가격대에서 횡보하고 있습니다. 비트코인만 3만달러 아래에서 4만3000달러대까지 뛴 상태입니다. 후티 반군이 수에즈운하 운항 선박을 공격해 운임이 급등하는 등 변수는 남아 있어 내년에도 긴장을 늦출 수 없습니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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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트릭스>의 각성한 네오처럼, 세상 모든 것을 재테크 기호로 풀어 전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