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건설 채권 급락이 기회? 이번엔 아냐!
‘태영건설68’ 워크아웃 신청 후 급락…거래량은 급증
채권자 대부분 기관…원금+연체이자 받은 아스트와 달라
입력 : 2024-01-03 02:00:00 수정 : 2024-01-03 02:00:00
 
 
[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태로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을 신청하면서 증시에선 태영건설의 주식과 채권가격이 급락했습니다. 급락을 기회 삼으려는 투자자들도 많아 거래량은 크게 늘었는데요. 특히 채권 특성상 저가에 매수해 원금 상환을 노리는 투자자들이 유입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엔 개인들이 보유한 채권도 정상적인 상환이 어려운 만큼 각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태영건설은 자금난을 극복하지 못하고 지난해 폐장일이었던 12월28일 워크아웃을 신청했습니다. 태영건설이 보증한 PF 대출잔액은 지난해 3분기말 기준 4조4100억원 규모였으나 최근 집계된 PF 대출보증 사업장이 총 122곳, 9조1816억원으로 전해져 충격을 더했습니다. 태영건설의 직접 차입금도 1조3007억원에 달합니다. 떠안은 대출 및 대출보증액이 너무 커서 감당이 안 됐고 결국 기업회생을 신청하기에 이른 것입니다. 
 
이에 12월 하순까지도 비교적 견조하게 버티던 주가와 채권가격은 워크아웃 하루 전부터 급락세로 돌아섰습니다. 그러나 주식과 채권 모두 거래는 크게 증가해 투자자들의 관심을 대변했습니다.   
 
특히 유일하게 채권시장에서 거래되는 태영건설의 채권 ‘태영건설68회’에 뜨거운 관심이 쏠렸는데요. 태영건설은 2021년 7월19일에 3년만기 이표채 태영건설68회를 발행해 1000억원을 조달했습니다. 예정대로라면 올해 7월에 상환해야 하는데 만기를 반년 정도 남긴 시점에서 차질이 생긴 겁니다. 
 
워크아웃 신청 이틀 전만 해도 9700원대에 머물러 있던 태영건설68 채권은 27일 8747원, 28일 6124원으로 급락한 뒤 새해 첫날 장초반 6000원선마저 무너뜨렸다가 최대주주의 사재 출연 소식에 반등해 6349원으로 거래를 마쳤습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거래가 급증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28일엔 평소 거래의 30배가 넘는 거래량을 기록했습니다. 채권가격 급락을 기회로 판단한 투자자들이 대거 유입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개인 채권자, 채무조정 반발해도 영향력 없어
 
채권은 주식과 달리 만기에 채권원금을 받을 수 있는 권리를 갖습니다. 채권을 액면가보다 싸게 매수해도 채권만기엔 액면가와 이자를 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처럼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로 갈 경우엔 정상적인 상환이 어려워지고 경우에 따라 채무가 조정될 위험이 큽니다. 
 
엄청난 부채를 떠안는 상황에서도 태영건설68에 투자자들이 몰려든 이유는 개인 채권자들이 워크아웃의 근거가 되는 기업구조조정촉진법의 대상이 아니라는 사실을 기대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금융채권단과 달리 개인은 채권을 전액 보상받을 수 있다는 기대감입니다.   
 
개인들이 이런 기대를 가질 만한 사례가 최근에 있었습니다. 현재 워크아웃을 진행 중인 아스트는 지난 12월 사채권자집회를 소집해 아스트11회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보유한 개인 채권자들에게 채무조정안을 내밀었습니다. 하지만 다수의 개인 채권자들이 조정안을 거부하며 버텼고 결국 회사는 채권 원금 전액과 연체이자까지 지급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문제는 아스트11회와 태영건설68회는 경우가 다르다는 것입니다. 무엇보다 채권자 중 개인 비중이 적어 일부가 버틴다고 해서 이들의 뜻이 관철될 가능성은 크지 않습니다.  
 
아스트11회는 기관의 접근이 어려운 BB 등급 채권이다 보니 채권자 대부분이 개인입니다. 이들이 뭉칠 경우 사채권자집회 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기에 서둘러 회생절차를 진행하길 원하는 금융채권단이 결국 양보한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채권금액도 태영건설68회보다 적습니다. 
 
반면 태영건설68회 채권자는 기관이 월등하게 많습니다. KDB산업은행이 태영건설 채권단에 발송한 공문에 따르면, 키움투자자산운용이 500억원, 멀티에셋자산운용이 200억원 삼성자산운용 100억원, 산은이 80억원을 보유 중입니다. 
 
기관들은 워크아웃이 결정되고 채무조정안이 나오면 동의할 가능성이 큽니다. 사채권자집회에서 채무조정을 의결할 경우 일부 개인 채권자들이 이를 되돌릴 수는 없습니다. 이에 반발해 사채권자협의회에 보유채권을 사줄 것을 청구할 수는 있지만 제값을 받을 가능성은 희박합니다. 
 
구조조정안 확정 후로 투자 미뤄야
 
따라서 태영건설68 채권의 시세가 급락했다고 해서 무리하게 덤벼들기엔 위험이 너무 큽니다. 채무조정이 소폭으로 이뤄질 경우 6000원대 채권가격이 매력적일 수 있으나, 얼마나 삭감될지 상환유예기간이 얼마나 길어질지는 현 단계에서 예측이 불가능합니다. 채권의 절반만 상환하고 나머지를 주식으로 출자전환하더라도 무상감자가 실시될 경우 보유자산 가치는 크게 줄어들 수 있습니다.
 
태영건설이 워크아웃 신청이 받아들여질 경우 채권단과 정부의 주도로 회생 절차를 밟게 됩니다. 채권단의 결정에 따라 개인 채권자들도 손실을 감수해야 합니다. 채권 투자 시점은 구조조정의 큰 그림이 그려진 이후로 미뤄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한편 태영건설68회의 신용등급 변경 과정도 논란입니다. 태영건설68 채권은 발행시 A등급이었다가 작년 6월18일에 A-로 한 단계 내려갔고, 12월엔 A- 안정적에서 A- 하향검토로, 기업어음은 A2-에서 A2- 하향검토로 변경됐습니다. 이후 28일 워크아웃을 신청하면서 곧바로 CCC급로 직행했습니다. 워크아웃을 신청할 만큼 상황이 악화된 채권이 A등급에서 오래 머물러 있던 데 대한 비판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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