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전쟁 확전…선박운임 2배 상승
후티반군 공격에 대란…희망봉 우회로 운임 급등
해운주 웃었지만 물가 자극 우려…금리 인하 늦어질라
입력 : 2024-01-16 02:00:00 수정 : 2024-01-16 02:00:00
 
 
[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에 후티 반군과 이란이 뛰어들며 중동 전쟁이 확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는데요. 홍해를 운항하는 선박들이 타깃이 된 탓에 해운운임이 한 달 새 2배가 됐습니다. 해운사들의 주가는 강하게 오르고 있지만 이제 막 한고비를 넘긴 인플레이션을 자극할까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지난주 미국과 영국이 예멘의 후티 반군 통제지역을 공급했습니다. 후티 반군이 홍해를 운항하는 선박들을 공격한 데 대한 보복이었습니다. 우리 시간으로 15일엔 후티 반군이 미국 군함을 순항미사일로 공격해 격추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개전 초기만 해도 이스라엘의 일방적인 공격으로 전개되던 전쟁이 확전 양상으로 치닫는 상황입니다. 이스라엘은 하마스에 이어 레바논의 헤즈볼라도 이미 공격한 터라 중동지역 3개 무장단체가 모두 전쟁에 참여한 상황입니다. 더구나 이들의 배후에 있던 이란까지 미국의 유조선을 나포하면서 전면에 나서 전쟁이 어떻게 흘러갈지 예측하기 어렵게 됐습니다.
 
선박 우회하며 운송 장기화·운임 급등
 
이처럼 주고받는 난타전이 벌어지면서 여러 나라들이 피해를 보고 있습니다. 직접적인 타격은 후티 반군이 공격한 홍해와 수에즈운하를 오가는 선박들입니다. 홍해는 중동지역 국가들은 물론 아시아에서 유럽을 운항하는 선박들이 주로 이용하는 항로입니다. 홍해를 거쳐 수에즈운하를 통과해 지중해로 나갑니다. 
 
하지만 홍해 운항이 위험해진 탓에 수에즈운하를 포기하고 아프리카 남단 희망봉을 거치는 우회로로 속속 경로를 변경하고 있습니다. 덴마크의 머스크(Maersk)와 독일의 하파그로이드(Hapag-Lloyd)는 수에즈운하 통행을 포기하고 아프리카대륙 남단 희망봉을 통과하는 루트로 우회 중입니다. 프랑스 CMA CGM도 수에즈운하 통과 선박을 줄이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미쓰이O.S.K, 니폰우체선 등 일본 해운사들도 홍해를 피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일부만 희망봉 항로로 돌리고 나머지는 계속 수에즈운하로 보내겠다는 해운사도 있지만 소수에 그칩니다.
 
물류데이터업체 프로젝트44에 따르면, 수에즈운하의 선박 물동량은 후티 반군 공격 이전과 비교해 하루 평균 5.8척으로 61% 감소했습니다. 그 타격을 이집트가 받고 있습니다. 수에즈운하를 운영하는 이집트는 선박 한 척당 50만~60만달러의 통행료를 받는데요. 이 수입이 급감한 겁니다. 
 
선박들도 운항거리와 소요기간이 그만큼 길어지는 탓에 운임도 급등할 수밖에 없습니다. 수에즈운하는 전 세계 컨테이너 선박의 약 3분의 1이 이용하고 있습니다. 이 배들이 아프리카 남단으로 우회할 경우 운송거리는 9000㎞가 늘어나고 운행기간은 7~10일이 더 걸립니다. 예를 들어 중국 상하이에서 수에즈를 경유해 그리스 피레우스로 가는 항로는 7844해리지만 희망봉을 경유하면 1만4253해리로 늘어납니다. 아시아와 북유럽을 왕복할 경우 연료비만 최대 100만달러 추가된다고 합니다. 전쟁에 따른 위험도 상승으로 보험료도 인상됩니다. 
 
(사진=envato)
 
CNBC에 따르면, 컨테이너선박의 경우 상하이~유럽 현물 운임은 12월 초 이후 237% 상승하며 컨테이너(TEU)당 2870달러를 넘어섰습니다. 상하이~지중해 스팟운임은 12월 초 대비 187% 상승한 3620달러이며, 상하이~미국 동부연안 운임은 61% 상승한 3931달러입니다. 
 
중동지역에 산유국들이 몰려 있어 유조선 운항도 많은데요. 유조선 운임은 더 뛰었습니다. 걸프만에서 수에즈운하를 거쳐 지중해로 가는 TD23 항로의 수에즈막스급 유조선 운임은 한 달 전 1만7592달러였으나 현재 3만958달러입니다. LR2급 선박의 TC15(중동~극동)항로 및 TC20(중동~영국)항로 요금은 작년 12월4일 각각 하루에 8129달러, 2만988달러였는데 지금은 2만5996달러, 5만7422달러로 2~3배나 뛰어오른 상태입니다. 
 
해운사들은 운임 증가분을 고객사들에게 전가하고 있습니다. 세계 1위 해운사 MSC는 지난 8일(현지시간) 오는 15일부터 해운운임을 대폭 인상하겠다고 고객사들에게 통보했습니다. 3위 해운사 프랑스의 CMA CGM도 같은 날부터 아시아~유럽 컨테이너선 운임을 인상합니다. 항만에서 상하역 등에 들어가는 비용을 포함할 경우 한 달 전보다 운송비용이 120% 급등하는 것입니다. 
 
지난주 미국 등 12개국이 이에 대해 우려하는 성명을 냈지만 큰 의미는 없어 보입니다. 이 성명 내용을 참고하면, 전 세계 해상무역의 25%가 홍해를 지나고 있습니다. 곡물무역의 8%, 해상 석유무역의 12%, LNG 무역의 8%가 여기에 포함됩니다. 
 
다 잡은 물가 놓칠라…금융시장 긴장
 
결국 운임 상승은 해당 원자재를 수입하는 국가와 기업들의 부담 증가로 연결될 수밖에 없습니다. 다만 원자재를 수입하고 셍산제품을 수출하는 국내 기업들에게는 천천히 영향을 주겠지만, 운임 상승 기대감은 해운사 주가에 즉각 반영된다는 시간차는 발생합니다. 국내외 해운주들의 주가는 이미 강한 상승세에 올라탔습니다.
 
흥아해운은 지난 12일 상한가를 기록한 데 이어 15일에도 20%대 강세 행진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중동 전쟁이 발발한 후 11월 하순부터 상승세를 이어오다 이날 불을 뿜었습니다. 대한해운도 흥아해운보다 상승폭만 덜할 뿐 비슷한 흐름입니다. 다만 HMM과 팬오션은 하림그룹으로의 인수라는 큰 이슈가 지배하고 있어 다른 해운주들에 비해 전쟁 변수를 온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해운사들 역시 강세 행진 중입니다. 머스크, 하파그로이드, 미쓰이O.S.K.상선, COSCO에너지운송 등은 국내 해운주만큼은 아니어도 눈에 띄는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미쓰이O.S.K.상선의 경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가입니다.  
 
여기에 국제유가까지 편승할지 주목됩니다. 러시아와 함께 산유국들의 감산을 주도했던 사우디아라비아가 지난주 돌연 아시아지역 판매가격을 배럴당 2달러 인하하겠다고 발표했는데요. 감산이 자국에게 큰 이익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로 인해 국제유가(WTI)가 하락하며 배럴당 70.77달러를 위협했으나, 후티 반군의 공격 소식에 다시 72달러 후반까지 반등했습니다. 아직은 전쟁이 유가 하락을 막은 정도지만 향후 확전 양상에 따라 추가로 상승을 자극할 가능성 남아 있습니다. 
 
천연가스 가격은 이미 고공행진 중입니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지난달 12일 2.31달러를 기록했던 천연가스 선물가격은 이달 12일 3.31달러가 됐습니다. 
 
해상운송에 차질이 생기면서 금리 인하를 고대하던 글로벌 금융시장에도 변수가 생겼습니다. 긴축 정책의 원인이 고물가였는데 물가 상승을 자극할 골칫거리가 생겼기 때문입니다. 올해 시장 전망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습니다. 
 
한편 벌크선 운임은 이들과는 다른 행보를 걷고 있습니다. 벌크선이 주로 실어 나르는 철광석, 석탄, 곡물 등은 호주에서 아시아로 태평양을 운항하고, 브라질에서 대서양을 건너 유럽으로 이동해 전쟁 지역을 벗어나 있기 때문입니다. 우크라이나 항구의 곡물 수출만 전쟁의 영향을 받습니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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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창경

<매트릭스>의 각성한 네오처럼, 세상 모든 것을 재테크 기호로 풀어 전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