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공영운 "현 정부 탈중국 정책, 기업들 시장 좁혀…속 엄청 탔다"
(황방열의 핫피플)화성을 출마 예정 공영운 전 현대차 사장 "혁신성장과 청년 기회창출 위해 정치 나섰다"
입력 : 2024-02-28 17:10:41 수정 : 2024-02-28 19:20:13
4월 총선을 위해 민주당이 영입한 공영운(59) 전 현대자동차 전략기획담당 사장의 이력은 특이합니다. 문화일보 기자(1991년~2005년)로 15년 일한 뒤 현대차 그룹(2005년~2022년)에 픽업돼 기업인으로 18년 일한 뒤 정치인으로 변신했습니다. 기자 출신 기업인은 많고 기업인 출신 정치인도 적지 않지만, 두 가지 경력을 모두 거친 정치인은 희귀합니다.
 
기자 출신 기업인들이 보통 홍보 등 대언론 활동이나 대관업무(정부·국회·검·경찰 등 관을 상대로 벌이는 커뮤니케이션 활동)를 맡는 것과는 달리 그는 주로 해외 진출, 전략기획 등 분야에서 일했다는 것도 특이합니다. 정 전 사장의 현대차 시절 업무를 지켜봐 온 한 인사는 "그는 2007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계기로 현대차의 미국 진출 전략을 입안해 이후 현대차가 국내 시장을 넘어 확실하게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는데 기여했다"고 평가합니다.
 
2022년 6월 최상목 당시 대통령실 경제수석이 이른바 '탈중국' 발언을 했을 때 현대차 전략기획담당 사장이었던 그는 "속이 많이 탔다"고 합니다. "중국 1년 신차시장 규모가 2000만대가 훨씬 넘는데, 우리는 150만대"라며 "우리 전체 시장보다 훨씬 큰 시장을 그냥 탈중국해서 포기한다는 게 향후에 우리의 큰 전략상 맞느냐"는 겁니다.
 
민주당은 그를 경기 화성을(동탄2신도시)에 전략공천하겠다는 방침을 세우고 지역구 분구 결정이 나면 발표한다고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가 "동탄2신도시는 평균연령 34세의 전국에서 가장 젊은 선거구가 될 가능성이 높다"며 분구를 전제로 출마 가능성을 시사했습니다. 상황에 따라서는 화성을구가 전국적 관심지역이 될 가능성이 생긴 겁니다.
 
공 전 사장은 "화성에 연구원 1만 3000명이 근무하는 현대차 연구개발본부가 있고, 그 연구원들 거주지가 화성을(동탄 2기 신도시)에 상당히 많다"며 "저는 혁신 성장과 청년을 위한 기회 창출을 캐치프레이즈로 내걸고 정치에 입문했는데 이 지역에서 새로운 성장의 엔진역할을 하고 싶다"며 의욕을 불태웠습니다. 다음은 27일 <뉴스토마토> 사옥에서 공 전 사장과 나눈 문답 요약입니다.
 
이번 4·10 총선에서 경기 화성을에 출마 예정인 민주당 영입인재 공영운 전 현대자동차 사장은 <뉴스토마토> 사옥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현 정부의 탈중국 정책으로 기업들의 시장이 좁아졌다"고 지적했습니다. (사진=뉴스토마토)
 
"혁신성장·미래먹거리 발굴해 청년에게 기회 줘야"
 
-2022년 말에 현대차에서 퇴임했는데요. 어떻게 정치할 생각을 갖게 됐습니까.
 
직접 정치를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은 없어요. 그런데 퇴임 이후 민주당에서 제의가 온 게 계기가 됐습니다.
 
-지난 달 22일에 9호 민주당 인재로 영입되면서 기자, 기업인에 이어 인생 3막을 올리신 셈인데요. 한 달 동안 직접 경험해 본 정치인 생활, 어떻습니까.
 
정치인 생활은 아직 제대로 시작했다고 보기 어렵고요. 제가 기자 생활을 15년 정도 한 뒤에, 현대차가 국내 기업에서 글로벌으로 뻗어나가던 2005년에 입사했어요. 그때부터 현대차가 본격적으로 해외공장들을 짓기 시작했고, 그 이후에 전기차나 미래차 분야에서 선두까지 올라갔는데요. 기자 생활을 하면서 외교부·국제부 등을 담당하면서 해외 취재를 많이 했고, 통상 협상에 대해서도 취재를 많이 했는데요. 이 경험이 글로벌 관점에서 새롭게 기획하고 설계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됐어요. 
 
-한미 FTA 체결을 계기로 현대자동차가 미국 등 글로벌 진출 전략을 입안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처음 입사했을 때 회사가 본격적으로 해외에 공장을 짓고, 판매망을 전 세계로 확장하는 시기였습니다. 인체로 치면 뼈와 근육을 키우는 단계였죠. 그런데 분석을 해보니 신경망 부분, 즉 통상 문제가 취약했어요. 기업이 성장을 하다보면 (상대 국가에서) 견제가 있고, 또 안전·환경 문제는 각국 정부의 정책에 많이 연관돼 있어요. 그래서 현지 정부의 정책 동향과 통상 압력을 사전에 탐지해서 계획을 짜고 사전에 반영해 대응하는 시스템을 구축한 거죠. 
 
"중국 신차시장 연 2000만대 훨씬 넘어, 탈중국해서 포기하는 게 맞나"
 
-현대차에서 전략개발, 해외정책, 전략기획 분야에서 근무하셨습니다. 미중 갈등 여파를 직접 감당해야 하는 위치였습니다. 최근 미국과 유럽연합이 중국에 대한 전략 기조를 디커플링(공급망 분리)에서 '공급망다변화-디리스킹(위기관리)'로 전환했습니다. 
 
우리나라가 국제적인 판도 변화의 규칙을 정하는 위치에 있지 않아요. 국제적 흐름을 좌우하는 입장이 아니기 때문에 (국제 정세)흐름에 빠르게 적응해야 하는 입장인 거죠. 기업도 마찬가지예요. 
 
물론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는 데 중점을 두고 판을 짜면 국제 정세 판도가 그렇게 바뀌는 건 맞습니다. 그런데 큰 흐름을 거스를 수 없다고 해도, 그 흐름에 적응할 때 무조건 미국 따라가기만으로는 (해결이) 안 된다는 거예요. 우리 쪽에 유리하게, 빨리 적응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이 중요하거든요. 그런 역량이 국가적으로도, 개별 기업에도 필요한 거죠. 우리는 미국과 중국 양쪽 모두에게 입장을 관철시키기 위한 치열한 협상을 해야 하고, 우리 관점에서 모든 걸 끌고 나가야 합니다. 특히 정부가 그런 관점을 잘 유지해야 돼요. 한쪽으로 너무 쏠려서 따라가는 식으로 운영하면 국가 전체에 상당한 손해를 끼칠 수 있는 거죠. 
 
-요약하면 한국 정부도, 현대자동차도 미국만을 따라가서는 안 된다?
 
그렇습니다. 미국이 판의 흐름을 많이 좌우하지만, 우리는 순전히 우리 관점에서 어떻게 대응할 건지를 짜야 하는 거죠.
 
-2022년 6월에 당시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이 "지난 20년간 우리가 누려 왔던 중국을 통한 수출 호황 시대는 끝나가고 있다"며 이른바 '탈중국'발언을 했습니다. 공 후보는 당시 현대차 전략기획담당 사장 시절이었는데, 이 발언에 대해 어떤 생각을 했습니까.
 
미중 갈등이 커지면서 우리나라가 설 땅이 좁아졌습니다. 그런데 중국이라는 어마어마하게 큰 시장 자체를 도저히 놓칠 수 없어요. 과거에도 그랬고, 미래에도 그렇습니다. 중국 1년 신차시장 규모가 2000만대가 훨씬 넘는데, 한국은 150만대예요. 중국 시장 10%만 잡아도 우리 1년 전체 시장보다 훨씬 큰 시장아닙니까. 그런 시장을 우리가 그냥 '탈중국'해서 포기한다는 것이 큰 전략상 맞습니까?
 
갈등이 있다고 해서 어느 한 편에 서야겠다 이렇게 하는 거는 우리나라처럼 해외 시장에 의존도가 큰 국가는 절대 안 맞는 전략이고요. 시장 규모에 맞춰서 확장하는 전략이 필요한 거죠. 
 
이재명 대표가 신년 기자회견에서 이런 얘기를 했어요. 노태우정부 때 했던 북방정책을 유지해야 한다. 북방정책이라는 게 결국 중국·러시아와 국교를 맺은 거잖아요. 지난 30여 년 동안 우리 경제 성장동력이 된 엄청나게 큰 시장을 개척한 셈이 된 거죠. 그런데 노태우정부와 같은 색깔인 이 정부가 기본 정책마저 뒤집어가면서 한쪽으로 쏠리는 정치를 하냐는 거예요. 
 
-윤석열정부의 대미·대중 정책이 현대자동차나 우리 기업들의 국제 영업 활동에 영향을 줬다고 평가합니까.
 
우리나라 기업 전반을 볼 때 시장을 좁히는 방향으로 작용했다고 봅니다. 중국과 문제가 있을 때 우리가 어려울 수는 있지만, 우리가 먼저 나서서 중국과의 갈등을 유발할 필요는 없잖아요. 
 
국정 책임자들이 너무 과잉해서, 탈중국을 언급하고 대만 문제에 대해 지나치게 많은 말을 하면서 중국의 반발을 불러일으켰고, 대중국 무역 수지가 역전돼 20개월 연속 적자로 이어지는 역대급 기록을 만들고 있는 겁니다. 
 
-담당 사장으로서 속이 탔겠네요.
 
그러니까요. "저렇게까지 할 필요가 없는데"라는 생각을 했죠.
 
-기업 쪽에서 정부에 이런 이야기들을 전달한 적은 없습니까. 
 
비공식적으로 의견을 표명하긴 합니다. 하지만 외교는 외교의 영역이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는 공식적으로 이야기하기 어렵죠. (비공식적으로 얘기해도) 큰 변화는 없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국내는 물론 해외 행사에 재벌 총수들을 동행하는 일이 많습니다. 이전 정부와 비교해보면 확연하게 눈에 띄는 수준입니다. 특히 지난해 12월에는 부산 국제시장에서 재벌총수들과 나란히 서서 떡볶이를 먹는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습니다. 기업들은 불만이 없습니까. 
 
국내 대표 기업들은 모두 글로벌 기업들니다. 브랜드 이미지가 중요한데, 정부에 자꾸 좌지우지되는 것처럼 보이면 회사 브랜드 이미지가 손상됩니다. 그래서 정부도 분명한 자제력을 보여야 하고, 기업 스스로도 이미지가 굳어지지 않도록 노력해야 됩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9차 인재영입식에서 공영운 전 현대자동차 사장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 19일 정강정책연설 방송에서, 민주당이 정책목표로 밝힌 '경제성장률 3%'를 강조하면서 '혁신'과 '글로벌 감각'으로 이 목표를 이뤄낼 수 있다는 취지로 연설했습니다. 그런데 선진국반열에 들어간 한국은 3% 성장은 어렵다는 진단도 많습니다. 
 
우리 체질에 해당하는 잠재성장률이 2% 밑으로 떨어졌다는 분석이 많습니다. 우리의 체질이 점점 약화되고 있다는 겁니다. 전문가들이 걱정하는 건 잠재성장률이 0%로 가고 있다는 거예요. 지난해 경제성장률이 1.4%였는데 이건 IMF외환위기 같은 극단적 경우를 제외하면 6·25 전쟁 이후 최저치에요. 실제 우리 서민들의 실제 생활은 전쟁과 비슷하게 어려운 상황으로 흘러가고 있는 겁니다. 
 
단기적인 지원책도 필요한 상황이긴 한데요. 경제 체질 자체를 강화하기 위해 '혁신 성장'이라는 일관된 화두로 끌고 나가야 합니다. 혁신 성장을 일관성 있게 밀어 붙여서 3% 성장이 가능하도록 체질을 갖춰야 합니다. 제가 연설에서 이야기한 포인트도 우리에게 5년이라는 시간이 있고, 이 시간이 대전환을 이룰 수 있는 골든타임이라는 건데요. 이 시기를 놓치지 않고 체질 강화를 해낸다면 잠재성장률을 3%대로 끌어올릴 수 있습니다. 그래야만 청년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고 기회를 열어줄 수 있습니다. 
 
-미중 갈등 속에서 기업이 처한 어려움을 이야기하셨는데요. 윤석열정부의 대응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윤석열정부가 내건 게 가치 외교잖아요?. 가치 외교를 일반론적으로 해석하면 인류 공통의 가치인 인권 문제 등에 대해 우리가 더 많이 기여해야 한다는 거죠. 그런데 가치 외교의 실제 전개를 보면 이념적 색깔을 띠고 있어요. 이념적 잣대를 가지고, 편을 가르는 듯한 행동으로 이어진 건데, 그렇게 폭을 좁혀서는 안 된다는 말씀을 드리는 겁니다.
 
우리와 국가 체제나 이념이 다른 상대방 중에는 경제적으로 굉장히 큰 중국·러시아 등이 있어요. 그 나라들 입장에서는 윤석열정부의 외교가 자신들을 배척하는 것으로 해석되는 행동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거예요. 결국 상대국이 반발하고, 우리에 대한 거리를 두고, 문을 좁히는 대응을 하다 보니 폭이 좁아진 거죠. 
 
"민주당 정부서 기업 죄악시? 그렇지 않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그동안 기업을 죄악시해 왔다고 표현합니다. 기업이 민주당을 그렇게 보고 있습니까. 
 
그렇지 않죠. 1987년 민주화 이후 지금까지 약 우리나라의 정권 변화를 보면 절반씩 집권하지 않았나요? 김대중·노무현·문재인 대통령이 15년을 집권했잖아요. 그 기간이 기업을 배척한 기간이라고 보기 어렵지 않겠습니까? 정책을 되짚어보더라도 김대중 전 대통령은 IT혁명을 통해 우리나라에 새로운 분야 기술혁명 토대를 만들었죠. 노무현 전 대통령은 지방분권이라는 화두를 가지고 계셨고, 문재인 전 대통령도 5대 신산업 육성 정책을 펼쳤죠. 
 
민주당 정부 시절에 기업 내부 시스템을 혁신적으로 바꿔달라는 요청을 많이 받은 것은 사실입니다. 의사결정 방식이나, 노사 간 대화 및 협력 방식, 협력업체와의 관계에 대해서 더 선진적인 방식으로 바꾸라는 요구를 많이 받았습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스트레스인 측면도 있지만 기업 생태계 전체가 건전해지는, 미래를 위해 불가피한 과정인 측면도 있었죠. 
 
"동탄의 교통·교육·문화 혁신 만들고 싶다"
 
-지난 21일 안규백 민주당 전략공천관리위원장이 “경기 화성을은 공영운 후보를 생각하고 있다”면서 “다만 화성은 아직 지역구 분구 결정이 안 돼서 발표를 미루고 있다”고 했더군요. 
 
화성시 권역 안에 현대자동차 연구개발본부가 있는데요. 연구원이 1만3000명 가까이 있습니다. 연구원들이 통탄 신도시 쪽에 많이 거주하는데요. 기아자동차 화성공장도 화성시에 있고, 협력업체 들도 수백개가 있죠. 그래서 아무래도 화성을이 부합하다는 판단을 했던 것 같아요.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가 화성 동탄이 분구되면 출마할 수 있다는 얘기를 했습니다. 
 
선택은 각자의 자유고, 선택하면 하는 대로 경쟁할 수 있겠죠. 
 
-화성을이 이번 총선 관심 지역이 될 수도 있겠네요. 
 
화성은 대한민국 장동차 산업의 심장이 있는 곳이에요. 우리나라 주요 산업 근거지가 화성에 있는 건데요. 그 생태계 안에 협력업체들과 스타트업들도 몰려 있습니다. 그래서 지역 젊은이들에게 더 좋은 일자리를 줄 수 있도록 성장해야 하고, 인구가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어서 교통 혁신이 필요합니다.  또 다른 지역은 초중고생이 줄어드는데 여기는 굉장히 빠르게 늘어나고 있어서 교육 인프라 조성도 중요하고, 문화 인프라도 시급합니다. 적 욕구를 채울 수 있는 인프라 조성이 시급해요. 그래서 교통과 교육·문화 부분에서 혁신하는 동탄, 품격있는 도시로 발전시키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은 말은.
 
혁신 성장과 청년을 위한 기회 창출을 캐치프레이즈로 내걸고 정치에 입문했는데요. 동탄 2기 신도시가 제 캐치프레이즈의 한 단면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지역 사람들과 호흡하고 귀를 기울이면서 지역을 발전시키는 계기로 삼고 싶습니다. 또 이를 통해 국가 정책으로도 반영시켜서 국가 전체의 경제도 일으키는 새로운 성장 엔진 역할을 하고 싶다는 포부를 가지고 있습니다. 
 
대담=황방열 기자 정리=한동인 기자 hb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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