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타-화웨이 기술제휴하고 독일 총리는 두 번째 중국 갔는데…
(황방열의 한반도 나침반)총선 참패 윤 대통령, 안보실은 쇄신 제외
입력 : 2024-04-19 06:00:00 수정 : 2024-04-19 06:00:00
일본 토요타가 중국의 화웨이, 모멘타(자율주행 기술업체)와 손잡고 인공지능(AI) 지능형 주행 설루션을 전 세계 차종 모델에 탑재하기로 했다는 뉴스는 주목할 만합니다. 그간 스마트콕핏(디지털 운전석) 분야에서 화웨이와 집중 협력해온 토요타가 지난달 중국 시장에서 9세대 캠리를 출시하면서, 이 모델에 화웨이와 공동으로 만든 차량 기기 시스템을 탑재했는데, 이제 중국에 이어 글로벌 출시 모델에도 화웨이 기술을 쓰기로 했다는 겁니다.
 
토요타는 일본은 물론이고 전 세계 1위 자동차 업체입니다. 지난해 독일의 폭스바겐을 제치고 4년 연속 세계 신차 판매 1위를 기록했습니다.
 
화웨이는 세계 1위 통신장비 업체입니다. 미국의 집중 견제 속에서도 지난해 세계 통신시장 점유율 31.3%로 1위 자리를 지켰습니다. 중국 인민해방군 출신 런정페이가 창립했는데 '중국을 위하여', '중화(민족)를 위해 분투한다'라는 '중화유위(中華有爲)'를 줄여 화웨이(華爲)로 회사 이름을 지은 것으로도 유명하죠.
 
세계 1위 자동차 기업 일본 토요타, 미·중 갈등의 뇌관 중국 화웨이와 손잡아
 
화웨이를 사실상 중국 국영기업으로 보는 미국이 트럼프 정부 때부터 '반(反) 화웨이' 전선을 구축했고, 이에 동조한 유럽 국가들이 화웨이 통신장비 사용을 중단하고 이를 교체하는 움직임도 있었습니다. 런정페이의 딸이자 화웨이 부회장인 사브리나 멍을 금융사기 혐의로 캐나다에 압력을 넣어 구금하도록 하기도 했었지만, 결정적 타격을 주지는 못한 걸로 보입니다.
 
아시아에서 명실상부 미국의 최고 동맹인 일본의 대표 기업이 미·중 갈등의 뇌관이라는 말까지 듣는 화웨이와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한 기술제휴를 하고 있는 겁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지난 10일 오전(현지시간)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한 정상회담에서 악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10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워싱턴 DC정상회담에서 미·일 동맹의 대대적 업그레이드에 합의했습니다. △미군과 일본 자위대의 지휘·통제 연계 강화 △극초음속 미사일 탐지·추적 협력 △영토분쟁 중인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방위 공약 재확인 △(중국의) 힘에 의한 현상 변경 강력 반대 △미 항공우주국(NASA) 달 탐사에 일본인 우주 비행사 참여 등 방안에 합의한 겁니다.
 
기시다 총리는 그다음 날 미국 연방 상·하원 합동 연설에서 "일본은 미국의 '지역 파트너'에서 이제 '글로벌 파트너'가 됐다"면서 "미국은 혼자가 아니다. 우리가 함께 한다"고 말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이 가장 좋아하는 표현이라는 "오늘의 우크라이나는 내일의 동아시아"라는 말도 빼놓지 않았습니다.
 
미·일 군사동맹은 미국·영국·호주 안보협의체인 오커스(AUKUS)와의 협력으로도 확대됩니다. 앞서 지난 8일 오커스 국방장관들이 공동성명에서 “일본의 강점 및 우리 3개국과의 긴밀한 양자 안보 파트너십을 인식하면서 오커스의 '필러2' 첨단 역량 프로젝트 (인공지능·양자컴퓨팅·사이버 안보·해저기술·극초음속 미사일 등 8개 분야 첨단 군사 역량 공동 개발)에서 일본과의 협력을 추구하고 있다”고 발힌 것을 이어 받아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미·일 정상회담에서 일본의 '필러2'참여를 공식화했습니다. 또 미·일·호주 3국 공동의 미사일 방어 네트워크 협력을 추진하고, 내년부터 미·일·영 3국의 정례 군사훈련도 실시합니다.
 
관련해 앤서니 앨버리지 호주 총리는 "'필러2'에 한해 프로젝트별로 일본과 협력하겠다는 의미일 뿐 멤버십 확대는 아니"라고 했습니다. 일본의 '필러2' 협력을 계기로 오커스가 일본을 추가해 조커스(JAUKUS)가 될 것이라는 일각의 예측에 선을 그은 겁니다. 그럼에도 일본은 미국이 아시아 동맹 체제를 자신을 중심으로 다수의 양자 동맹을 구축하는 '수레바퀴형(hub and spoke·중심축과 바큇살)' 구조에서, 여러 개의 소다자 동맹 구조를 확대한 '격자형(lattice-like) 구조'로 전환하고 있는 상황에서 핵심 위상을 갖게 될 거라는 전망입니다.
 
이 같은 미국의 움직임은 모두 단 한 가지 목적, 중국 견제·포위를 위한 것이고, '전쟁을 할 수 있는 보통 국가' 목표를 위해 일본은 이에 적극 협력하고 있는 겁니다.
 
미·일 동맹 대대적 업그레이드…그래도 몰빵하지 않는 일본
  
하지만 일본은 '몰빵'하지는 않습니다. '도요타-화웨이 기술협력'은 그 한 사례입니다.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지난해 3월 중국과 일본은 군사 당국 간 핫라인을 개설했고, 11월에는 미국 샌프란시스코 아시아·태평양경제공동체(APEC)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기시다 총리가 65분간 회담했습니다. 당시 윤석열 대통령은 우연히 시 주석을 만나 불과 '3분 환담'을 했을 뿐입니다.
 
나쁘게 말하면 약삭빠르고, 좋게 말하면 민첩하고 유연한 이런 외교는 일본의 전통적인 장기라 할 만합니다. 이런 약삭빠른 외교는 일본의 장기입니다. 1971년 키신저 국가안보보좌관에 이어 1972년 2월 닉슨 대통령의 중국 방문을 통해 미국이 중국 관계 개선의 물꼬를 트자마자, 일본은 바로 그다음 해 1972년 9월에 중국과 수교해 버렸습니다. 정작 미·중 수교는 1979년 1월에야 이뤄졌습니다.
 
북한에 대해서도 그렇습니다. 북한에 대한 핵심 제재국이면서도 최근까지도 북한과 정상회담을 위해 고위급 협의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세계 4위 경제 강국의 외교는 이렇습니다.
 
 
올라프 숄츠(왼쪽) 독일 총리가 16일 중국 베이징의 댜오위타이 국빈관에서 시진핑 국가주석과 회담 전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두 번째 방중 숄츠 독일 총리 "EU와 중국 관계 발전에 적극 역할 용의"
 
지난해 일본을 제치고 세계 경제 3위 자리를 차지한 독일은 또 어떻습니까.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독일 기업인들은 이끌고 지난 14일부터 16일까지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주석을 만났습니다. 그는 시 주석에게 "독일은 EU와 중국의 관계 발전에 적극적 역할을 할 용의가 있다"고 했는데,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를 독일 등 일부 유럽 국가들이 중국과 화해하려는 모양새라고 전했습니다. 숄츠 총리의 중국 방문은 2021년에 이어 두 번째입니다. 독일과 우리는 대중 관계, 대미 관계에서 유사점이 많습니다. 독일은 글로벌 제조업 순위 4위이고 한국은 6위인데, 둘 다 중국이 가장 중요한 무역 상대국입니다. 해외 주둔 미군 수는 독일이 2위이고 한국이 3위입니다.
 
자, 우리는 어떤가요? 지난 10일 총선에서 역대급 참패를 당한 윤석열 대통령은 대통령실을 전면 물갈이하겠다면서도 안보실은 제외했습니다. 집권 2년 동안 외교·안보는 잘 해왔다는 겁니다.
 
중국과는 시 주석은커녕 리창 총리가 참석하는 한·중·일 정상회의 개최 하나 갖고도 헉헉대고 우리를 상대로 '인질외교'까지 벌이는 러시아는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전문가 패널 연장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에 대북제재에 큰 구멍을 낸, 심각한 상황인데도 말입니다. 
 
황방열 통일·외교 선임기자 hb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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