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어린이가 유권자라면
입력 : 2024-02-29 06:00:00 수정 : 2024-02-29 06:00:00
둘째 아이의 유치원 입학을 앞두고 최근 부모 교육 모임에 참석했습니다. OO유치원의 교육 철학을 설명하던 중 저의 눈길을 끄는 활동이 있었습니다. 지난 2017년 대선 당시 아이들과 어떤 사람을 대통령으로 뽑으면 좋을 지를 이야기 나눈 결과였습니다. 
 
7살 아이들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 사람', '우리가 도움을 청할 때 우리를 도와주는 사람', '말로만 하지 않고 행동으로 보여주는 사람', '친구를 위협하지 않고 욕하지 않고 사랑해주고 친절한 사람', '진짜 평화를 가진 사람' '처음만 잘하지 않고 끝까지 잘하는 사람' 등을 대통령의 덕목으로 꼽았습니다. 
 
아이들의 답변은 누가 봐도 고개가 끄덕여지는 당연한 이야기들입니다. 어린 아이들의 생각이 어쩜 저렇게 깊을까 기특함도 잠시, 현실 속 대통령은 어떤가 떠올려봤습니다. 지금의 대통령은 국민이 도움을 청할 때 도와주고 있을까? 친구를 사랑해주고 친절한 사람일까? 평화를 가진 사람일까? 어떤 질문에도 쉽게 '그렇다'라고 답할 수 없다는 결론에 다다르자 부끄러움이 밀려왔습니다. 
 
유치원 원장님께서는 지난 2020년의 국회의원 선거와 2022년 대통령 선거는 코로나19로 정상적인 등원이 어려웠을 때라 하지 못했지만, 돌아오는 4월 총선에서는 또 한 번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눠볼 계획이라고 했습니다. 때로는 어른들은 상상도 할 수 없는 기상천외한 답을 내놓는 어린이들이지만 아마도 '올바른 지도자'에 대한 답변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엄마의 일터가 국회라는 것을 알게 된 8살 큰 아이는 부쩍 국회에 대한 궁금증이 늘었습니다. 국회에서는 무슨 일을 주로 하냐기에 우리가 살아가는 데 필요한 법을 만든다고 답해줬고, 그런 법은 누가 만드냐길래 법을 만드는 일을 하는 사람이 국회의원이라고 말해줬습니다. 국회의원은 어떻게 해야 될 수 있느냐, 법은 어떻게 만드냐 질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습니다. 
 
이야기의 끝은 "나도 국회에 가보고 싶다"로 이어졌습니다. 종종 국회 견학을 오는 유치원생과 초등학생들을 봤던 터라 "언젠가 시간을 내서 구경을 시켜주겠다" 약속을 했습니다. 
 
국회 방문을 고대하는 아이를 보고 있자니 한편으로는 걱정도 됩니다. 초등학생들이 방청석에 앉아있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고성을 지르며 싸우는 국회의원들이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선거는 민주주의의 축제라고 불립니다. 하지만 축제가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지금, 설렘은커녕 혼란만 가득합니다. 축제를 치를 무대가 제대로 마련되지도 않았고 축제를 준비하는 사람들은 그저 자리다툼에만 여념이 없습니다. 축제의 주인공이 되야 할 국민은 뒷전으로 밀린 지 오래입니다. 축제에 초대를 받아도 딱히 참석하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습니다. 
 
언제까지 이런 축제를 반복해야 할까요? 우리 아이들에게 물려줄 자산 중 '선진 정치'는 정말로 불가능한 일일까요? 
 
김진양 국회팀장 jinyang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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