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입가경 의정 갈등…“공공의료는 실종”
의정갈등 어디에도 ‘공공의료’ 없어…오로지 ‘의사 숫자’ 싸움
입력 : 2024-02-28 16:53:24 수정 : 2024-02-28 17:49:31
 
 
[뉴스토마토 안창현 기자] “전공의들이 사직서를 내며 요구한 의대 증원 반대와 집단파업을 지지하지 않는다. 우리나라 의사 수가 부족한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윤석열정부의 ‘무조건 2000명 증원’만으로는 지역의료와 필수의료 붕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우석균 전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대표)
 
“정부는 코로나19 사태에 헌신하느라 경영난을 겪는 공공병원 지원 예산을 전액 삭감하려다 보건의료노동자들의 장기간 단식으로 겨우 3개월치 적자분만 복구했다. 이번 의료공백 비상대책도 공공병원 진료시간을 늘리고 응급실을 개방하는 것이었다. 정부가 의대 증원만 내세우지 말고, 지속가능한 공공의료 정책을 내놔야 한다.”(서해용 보건의료노조 부위원장)
 
시민단체들과 노동계가 공공의료 강화와 공공보건인력 증원을 위한 구체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했습니다. ‘의사 숫자’만을 놓고 일주일 넘게 이어진 정부와 의사단체들의 강대강 대치로, 정작 필요한 공공보건의료 논의는 실종됐다는 겁니다.
 
좋은공공병원만들기운동본부가 28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안창현 기자)
 
“‘공공의료’ 한 글자도 없어”
 
참여연대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인의협) 등 36개 시민사회단체들이 모인 좋은공공병원만들기운동본부(운동본부)는 28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증원에 결사 반대하는 의사단체들의 몽니도, 의료 시장화를 부추기는 정부의 고집도 시민과 노동자, 환자들을 위한 대안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들은 “이미 일상이 된 의료붕괴와 머지않아 다가올지 모르는 제2의 코로나 위기상황에서 공공의료자원을 지금부터라도 국가가 책임지고 확충해야 한다”며 “공공의료기관에 종사할 의사와 공공병원을 늘리는 등 공공보건의료 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4월 총선을 앞둔 각 정당에 △5년 내 공공병원 2배 이상 확충 △공공병원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법제화 △간호사 등 충분한 보건의료인력 확충 △공공의대 설치·운영을 통한 공공 의사인력 양성 △공공의료 컨트롤센터인 국가 공공의료관리위원회(가칭) 신설 등의 정책 과제를 제안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우석균 전 인의협 대표는 정부가 발표한 필수의료 정책패키지에 ‘공공의료’라는 말이 한 글자도 없다고 힐난했습니다. 그는 “숫자만 늘리면 수요와 공급 법칙에 따라 의사들이 알아서 필수의료와 지역의료를 찾아갈 것이라는 시장방임 증원 정책은 무책임하다”며 “권역별로 공공의대를 신설하고 공립의대 증원 등을 통해 정부가 책임지는 공공 지역의사 양성과 의무복무제도 시행 등 구체적 정책 대안이 나와야 한다”고 주문했습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민주당이 400~500명 증원을 언급하는 등 최근 의대 증원 규모에 대한 정치권 공방에 대해 “2000명 증원은 전문국책기관의 수요추계 결과로 의과대학 수요조사를 고려한 수치”라며 “증원 규모가 아니라 의료 취약지에 대한 인프라 확충과 공공의사 양성 방안이 논의돼야 한다”고 했습니다.
 
의정 대치 지속…경찰도 나섰다
 
한편 경찰은 이날 보건복지부가 의료법 위반 등의 혐의로 고발한 대한의사협회(의협) 관계자들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습니다. 이에 대해 의협 비대위는 성명을 내고 “전임의와 인턴 등의 계약이 갱신되는 29일을 앞두고 정부가 본격적인 겁박을 시작했다”며 “의사들의 파업보다 더 무서운 것이 의사들의 포기라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정부는 이에 아랑곳없이 사직서를 내고 병원을 이탈한 전공의들에게 29일까지 근무지로 복귀할 것을 요청하며 “3월부터는 미복귀자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라 최소 3개월의 면허정지 처분과 수사, 기소 등 사법절차의 진행이 불가피하다”는 강경 방침을 유지했습니다.
 
안창현 기자 chah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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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창현

산업1부에서 ICT 분야를 담당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