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신세계 회장 등극
정용진, 18년 만에 승진…이명희, 총괄회장
실적 부진에 소통 문제도 노출…산적한 과제 부담
입력 : 2024-03-08 15:51:47 수정 : 2024-03-08 18:42:23
 
[뉴스토마토 김충범·김성은 기자] 정용진 신세계그룹 총괄부회장이 8일 회장으로 승진했습니다. 2006년 부회장에 오른 지 18년 만입니다. 이커머스 공룡 쿠팡의 도약에, 최근 중국 플랫폼들의 거센 공세까지 더해지면서 전통적 유통 강자인 신세계도 난관에 봉착했습니다. 사업 외적 잡음도 있었습니다. 소통 과정에서 갖은 설화로 물의를 빚는 등 '용진이 형' 리더십은 말도 많고 탈도 많았습니다. 신세계가 신임 정용진 회장 체제로 공식 전환하면서 그가 그려갈 미래에 관심이 집중됩니다.  
 
'정용진 시대' 공식화…이명희, 총괄회장으로
 
신세계그룹은 이번 인사에 대해 정용진 회장을 중심으로 빠르게 변화하는 경영환경을 정면으로 돌파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유통 시장의 경쟁이 날로 치열해지고 과거 대비 훨씬 다양한 위기 요인이 쏟아지는 만큼 수장의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부연했습니다. 정 회장이 이미 그룹 전반을 장악한 상황임에도 그를 다시 한 번 부각시키는 데 힘을 쏟았습니다. 
 
정 회장의 모친인 이명희 회장은 그룹 총괄회장으로 자리를 옮깁니다. 경영 전반을 정 회장에게 맡기되 든든한 배경이 돼 주겠다는 뜻입니다. 이명희 총괄회장은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의 막내딸로, 삼성가의 일원입니다. 정용진 회장은 일찌감치 후계자로 낙점, 신세계에 몸을 담았습니다. 1995년 신세계 전략기획실 전략팀 대우이사로 입사해 1997년 기획조정실 상무, 2000년 경영지원실 부사장을 거쳐 2006년 부회장이 됐습니다.
 
신세계그룹은 2015년 12월 정유경 신세계백화점 부사장을 백화점 총괄사장으로 승진시키며 '남매 경영 시대'를 열기도 했는데요. 이를 통해 정용진 부회장은 이마트·식품·호텔 부문을, 동생 정유경 총괄사장은 백화점과 면세점, 패션 부문을 맡는 2원 체제로 전환했습니다. 다만, 이번 인사 대상에 정 총괄사장은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연말 정기 인사가 아닌 3월에 전격 단행된 이번 인사를 놓고 이명희 총괄회장의 뜻이란 게 일반적 분석입니다. 
 
이종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는 "(이번 인사로) 그룹 내부는 달라질 게 없을 것"이라며 "이미 정용진 회장이 경영 일선에 있고, 직원들도 정용진 회장 승진을 당연시하고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신세계그룹이 위기라고 하지만, 정용진 회장을 필두로 꿋꿋하게 위기를 극복해 나가겠다는 시그널을 시장과 기업 내부, 투자자들에게 줬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 프로필. (인포그래픽=뉴스토마토)
 
실적 악화일로, 소통 문제점도 노출
 
국내 유통업계에서 '롯데'와 함께 최강자로 군림해온 신세계는 최근 녹록치 않은 경영환경에 직면해 있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를 전후해 유통 업황의 패러다임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급격히 전환됐음에도, 신세계는 여전히 오프라인에 기반을 둔 채 기민하게 대응하지 못했습니다. 
 
이마트의 경우 지난해 연결기준 46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는데요. 이는 2011년 법인 설립 이래 첫 적자입니다. 부동산 시장 침체로 1878억원의 영업손실을 낸 신세계건설의 부진 여파가 컸지만, 이마트 역시 별도기준 영업이익이 1880억원으로 전년 대비 27.4% 급감하는 등 과거와는 다른 모습을 보였습니다. 앞서 이마트는 야심차게 중국에 진출, 대륙 공략에 나섰지만 계속된 부진에 철수해야만 했습니다. 
 
유통 생태계 변화의 주역인 이커머스 업체들의 약진도 이마트에게는 큰 위협 요인이 됐습니다. 지난해 연 매출을 보면 이마트는 29조4722억원을 기록, 쿠팡(31조8298억원)에게 1위 자리를 내줬습니다. 굴욕이었습니다. 중국 플랫폼들의 공세도 거센 상황인데요. 애플리케이션(앱)·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지난달 모바일 월간활성사용자수(MAU)는 쿠팡이 3010만명으로 1위였지만 그 뒤를 전년 대비 130% 성장한 알리(818만명)가 무섭게 추격했습니다. 테무는 581만명으로 4위였고, 신세계 계열사인 G마켓은 553만명으로 5위에 그쳤습니다.
 
때문에 재계는 정용진 회장이 본업인 이마트 실적을 회복하고, 이를 토대로 그룹 전반의 경쟁력을 높이는 동시에 신성장 동력 확보에도 성공할 수 있을 지 주목합니다. 앞서 정용진 회장은 올해 신년사를 통해 수익 구조를 안정화하고 이를 재투자해 사업 영역을 확장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습니다. 신세계 측은 빠르게 바뀌는 유통 트렌드와 흐름을 같이 하는 동시에, 더욱 까다로워진 고객을 만족시키기 위해 한 박자 빠르고, 한 발짝 더 나아가는 전략을 세우겠다고 강조했는데요. 정 회장은 지난해 연말 기능 중심의 컨트롤타워로 개편한 경영전략실을 통해 기민한 의사결정과 실행에 나선다는 방침입니다.
 
정용진 회장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한 소통 행보를 이어나갈 지도 관심사입니다. 그간 정용진 회장은 기존 재벌 3세들과는 달리 SNS로 자신의 의견을 거리낌 없이 밝혀왔습니다. 솔직하고 소탈하다는 평가도 있었지만, 감정적 발언도 내놓는 등 적지 않은 논란의 주인공이기도 했습니다. 
 
특히 지난 2022년 대선 당시 멸치와 콩 사진을 올리며 '멸공' 논란에 휩싸였고, 이는 곧 이마트와 스타벅스 등 주력 계열사들의 불매운동으로 이어지면서 결국 사과해야만 했습니다. 프로야구단 운영에 있어서도 적지 않은 논란을 빚었습니다. 최근에는 비판성 기사를 보도한 기자들을 저격하는 등 정 회장의 일탈은 계속됐습니다. 재계에서는 책임이 막중한 회장에 오른 만큼 이 같은 소통 방식에 일부 변화가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 (사진=신세계그룹)
 
김충범·김성은 기자 acech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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