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장해제' 공수처…'존재 의의' 상실
이종섭 출금 해제 위한 명분 제공 비판
입력 : 2024-03-08 15:55:34 수정 : 2024-03-08 18:12:47
 
 
[뉴스토마토 김수민 기자] 고위공직자수사처(공수처)가 '무장해제'됐습니다. 해병대 '채상병 수사외압' 의혹의 핵심 피의자로 지목된 이종섭 전 국방장관에 대한 수사는커녕 이 전 국방장관의 출국을 넋놓고 바라만 봐야 하는 처지가 됐습니다.
 
공수처는 앞선 1월 이 전 국방장관을 출국금지했지만, 지난 4일 이 전 장관이 호주대사로 임명되자 사흘 뒤인 7일 이 전장관을 불러 약 4시간 가량 조사만 거쳤습니다. 이 전 장관의 호주 대사 임명을 위한 '형식적 조사'라는 견해가 법조계에서 우세합니다.
 
이어 법무부는 8일 이 전 장관의 출국금지 조처를 해제했습니다. 공수처는 앞으로 이 전 장관에 대한 수사를 이어간다는 입장이지만, 수사대상도 없는 마당에 공수처가 의욕을 갖고 수사에 박차를 가할 가능성은 낮습니다.
 
검사와 고위공직자에 대한 거침없는 수사를 표방하고 발족한 공수처는 윤석열정부 들어 '존재 의의'를 상실했다는 평가입니다. 출범 이후 제대로 된 성과도 없이 수장 공백과 내우외환에 시달린 공수처의 재기가 멀기만 합니다.
 
이종섭 출국금지 해제...'무력화된' 공수처
 
법무부는 8일 출국금지심의위원회를 거친 결과, 이 전 장관의 이의신청이 이유 있다고 판단해 출국금지를 해제했습니다.
 
법무부는 별다른 조사 없이 출국금지가 수차례 연장돼 온 점, 최근 출석 조사가 이뤄졌고, 본인이 수사 절차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하고 있는 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지난 1월 이 전 장관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를 내린 공수처는 전날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 등을 받는 이 전 장관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습니다. 
 
해당 의혹을 수사 중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이 전 장관 소환조사가 사실상 출국금지 해제를 위한 명분을 제공한 모양새가 되면서 공수처까지 법무부를 포함한 윤석열 정부에 완전히 '무장해제'됐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공수처 "원칙 따라 수사 전념"만 되풀이
 
공수처는 앞으로 진행될 이 전 장관 수사에 적극 협조하기로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전 장관이 출국하면 윗선 수사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지적에는 "종전대로 차분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서 수사에 전념하겠다"고만 답했습니다.
 
공수처가 이 전 장관의 출국금지 해제를 위한 명분 만들기용 조사를 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면서 공수처가 그 존재 이유를 완전히 상실했다는 비판까지 제기되는 이유입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통상 '수사에 협조한다'는 점이 해제 사유가 될 수는 있지만 이 사건은 특별한 경우이기 때문에 다르게 판단해야 하는 사안"이라며 "협조를 이유로 공수처가 이 전 장관의 출국을 방치한다면 국민들도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공수처 방치한 민주당도 책임 피하기 어려워
 
공수처는 2021년 1월 공식 출범한 이래로 지지부진한 수사 행태로 모습으로 비판 받아왔는데 이제는 존재 의의조차 의문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공수처가 이런 상황까지 오는 데는 졸속 법안으로 기관의 출범을 밀어붙이고, 각종 논란과 비판에도 제도 개선은 하지 않은 채 방치한 민주당도 책임을 피하기는 힘들어 보입니다.
 
공수처는 그동안 인력 부족에 따른 어려움을 호소하며 법 개정을 요구해왔습니다. 공수처법에 따르면 공수처의 검사 정원은 25명입니다. 안 그래도 지역 소규모 검찰청 수준에 불과한데, 이마저도 출범부터 지금까지 정원을 꽉 채운 적이 단 한 번도 없습니다.
 
해외 사례와 비교해서도 현저히 부족한 인력입니다. 홍콩의 염정공서와 싱가포르의 탐오조사국는 공수처와 비슷한 구조를 가진 반부패기구인데, 염정공서의 경우 법률 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 박사급 전문가를 포함해 1400여명의 직원이 근무합니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지난해 9월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수민 기자 su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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