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알리·테무 도약이 '기울어진 운동장' 탓?
입력 : 2024-03-21 06:00:00 수정 : 2024-03-21 06:00:00
"지난 수년간 이어진 이커머스 시장의 각축전도 사실상 마무리됐다고 생각했죠. 이렇게 중국 플랫폼들이 가세하면서 다시금 이커머스 시장이 격랑에 휩싸일지 누가 알았겠습니까?"
 
소수 강자들을 중심으로 재편되는 것으로 보였던 이커머스 시장은 예상치 못한 돌발 변수로 다시금 2차 춘추전국시대를 맞이하게 된 모습입니다. 알리익스프레스(알리)와 테무 등 중국 플랫폼들이 막강한 자본력을 토대로 국내 시장을 초토화한 까닭입니다.
 
중국 플랫폼들의 무시무시한 성장세는 수치로도 드러납니다. 앱·리테일 분석 서비스인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알리는 지난달 국내에서 가장 많이 사용한 종합몰 앱 순위에서 1위 쿠팡(3010만명)에 이어 818만명으로 2위에 올랐습니다. 지난해 같은 기간 355만명이었던 점과 비교하면 1년 새 2배 이상 늘었습니다.
 
또 테무는 581만명으로 4위에 올랐는데요. 최정상 자리만 쿠팡이 차지하고 있을 뿐 사실상 중국 플랫폼들이 이미 상위권을 장악했다는 의미입니다. 게다가 이들 업체의 빠른 성장세를 감안하면 빠른 시일 내 순위가 뒤집힐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습니다.
 
알리와 테무의 고속 성장에 대해 민관은 '기울어진 운동장'을 대표 이유로 꼽습니다. 중국 이커머스 업체들의 경우 우리 업체들이 적용받고 있는 전자상거래법, 표시광고법 등 제재에서 벗어나 있고, 관세, 부가세 같은 세금 부분에서 자유롭다 보니 공정한 경쟁이 힘들다는 설명입니다.
 
분명 맞는 말입니다. 이커머스 각축전이 심했던 3~4년 전에도 업체들은 각자의 룰 안에서 치열하게 경쟁만 하면 그만이었습니다. 적어도 편법적인 외부 요소를 고려할 필요는 없었던 것이죠. 그만큼 중국 이커머스 업체의 덩치가 커진 데는 이 같은 위법, 탈법적인 요소를 조기에 진압하지 못한 정부 탓도 분명 큽니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관점은 조금 다릅니다. 일단 가격이 너무 쌉니다. 웬만한 공산품들의 경우 국내 이커머스 업체들 가격보다 '0'이 빠진 경우가 다반사이다 보니, 눈길이 안 갈래야 안 갈 수가 없습니다. 가격 경쟁력은 시대를 막론하고 소비자들의 제1순위 고려 사항입니다. 그간 국내 기업들이 알게 모르게 폭리를 취한 것 아니냐는 합리적 의심도 곳곳에서 터져 나오는 실정이죠.
 
게다가 직구(직접 구매)가 베이스가 된 플랫폼이다 보니 다루는 품목이 매우 광범위합니다. 국내에서 구하기 어려운 약품은 물론, 군사 물품 등까지 그야말로 없는 것이 없는 지경이죠. 이 과정에서 문제의 소지가 다분한 물품들도 많이 판매돼 최근 논란이 있지만, 어쨌든 소비자 입장에서 다양한 물품을 접할 수 있다는 것은 분명 큰 장점입니다.
 
민관이 중국 플랫폼의 불량품에 대해 경고하며 소비자들의 주의를 촉구하고 나섰지만, 소비자들은 이 정도도 모르는 바보가 아닙니다. 게다가 거듭된 규제로 중국 업체들의 진입 속도를 어느 정도 늦출 수는 있을지는 몰라도, 크로스보더 이커머스가 보편화하는 시기에 이는 완벽한 해결책이 아니죠. 결국 중국 플랫폼들의 도약은 우리 소비자들의 현명한 선택이 켜켜이 쌓인 결과라는 겁니다.
 
요식업을 운영하는 분들의 말로는 직접적으로 클레임을 거는 손님보다 말 없이 옆 가게로 이동하는 손님이 가장 무섭다고 합니다. 국내 이커머스 업체들이 진정 중국 플랫폼들과의 경쟁에서 승리하고 싶다면, 수년 전 기존 오프라인 기업들과의 전쟁에서 승리한 DNA를 끄집어 내 조용히 빠져나가는 수요층을 잡아야 합니다.
 
소비자들이 진심으로 원하는 가격, 콘텐츠, 트렌드가 무엇인지를 파악하고 이에 맞는 서비스를 내놓지 않는다면, 업계는 앞으로 중국을 비롯한 해외에 주도권을 내주며 제3, 제4의 춘추전국시대를 맞이할 수밖에 없습니다.
 
김충범 산업2부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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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충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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