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미래 '공천장사' 논란…"신청비 500만원에 면접 1분"
당비 300만에 심사비 200만원…530명 지원에 26.5억 거둬
한동훈 영입 인사들, 대거 당선권 앞번호 배정…'사천' 의심도
입력 : 2024-03-26 14:06:18 수정 : 2024-03-26 14:09:23
[뉴스토마토 최병호 기자] 국민의힘 비례정당인 국민의미래가 '공천 장사' 논란에 직면했습니다. 공천 신청자들에게 심사비 명목 등으로 500만원이나 받았지만 면접은 1~2분에 그친 겁니다. 또 공천이 확정된 후보들 면면을 보면,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영입 인사들이 대거 앞번호를 받았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국민의힘 고위 관계자는 26일 "국민의미래 공천이 공천 장사, 돈놀이로 전락했다"며 "이 당에서 30년 가까이 일했지만, '신청비 500만원에 면접 시간 1~2분' 같은 광경은 생전 처음 본다"고 밝혔습니다.
 
국민의미래가 22대 국회의원 총선거(총선) 공천 신청자들에게 받은 신청비는 500만원입니다. 세부적으로는 특별당비 300만원과 심사비 200만원입니다. 21대 총선 당시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비례정당인 미래한국당의 신청비는 290만원이었습니다. 4년 사이 신청비가 72.4%나 오른 겁니다.
 
이번 총선에 나선 다른 비례정당들 신청비와 비교해도 훨씬 비쌉니다. 민주당 비례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의 신청비는 300만원, 개혁신당은 290만원, 조국혁신당은 200만원 등입니다. 국민의미래 공천 신청엔 총 530명이 지원했습니다. 국민의미래가 이번에 거둔 신청비 총액은 26억5000만원에 이릅니다.  
 
18일 유일준 국민의미래 공천관리위원장이 여의도 국민의미래 당사에서 비례대표 후보자 순번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전종학 공관위원, 유 공관위원장, 전혜진 공관위원. (사진=뉴시스)
 
문제는 신청비 500만원을 납부하고 제대로 된 심사가 이뤄졌느냐입니다. 국민의미래가 공천 신청자 1명당 배정한 시간은 1~2분에 그쳤습니다. 앞선 관계자는 "면접 때 자기소개가 기본 1분인데, 자기소개만 하다가 나간 사람도 있다. 자리에 앉으려고 500만원을 낸 꼴"이라며 "한 후보는 부실한 면접에 너무 화가 나서 난리를 치자 당에서 수습하느라 신청비 절반을 환불해 주고 겨우 달래기까지 했다"고 했습니다.
 
공천 심사는 공천관리위원 앞에서 이뤄진 1~2분의 초간단 면접으로 갈음했습니다. 더불어민주연합이 오디션과 온라인 문자투표 등을 진행해 후보 명단을 확정한 것과 대비됩니다. 국민의미래에 공천을 신청한 김대호 사회디자인연구소장도 동일한 문제점을 제기했습니다.
 
김 소장은 지난 1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국민의미래는 다른 당에 비해 월등히 많은 당비 300만원과 심사비 200만원을 요구했다"면서 "정당의 고수익 사업 일환으로 비례 신청을 받은 것이 아닌가 의심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3명의 공관위원 앞에서 4명이 10분 면접을 봤다"며 "비례 순위 선정 과정에서 슈퍼스타K 방식은 말할 것도 없고, 당원이나 지지층의 휴대폰 투표 참여 기회도 주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런데 정작 신청이 반려되고 면접을 보지도 않은 신청자는 공천이 확정되고 비례 순번에서 앞번호를 받기도 했습니다. 비례 후보 10번에 공천된 김위상 한국노총대구지역본부 의장입니다. 앞서 김 의장은 국민의미래 공천관리위원회에 공천 심사 서류를 제출했지만, 전과 등의 이력 탓에 접수 자체를 거부당한 바 있습니다. 면접을 보지 않았는데도 김 의장은 공천이 확정된 겁니다.
 
18일 국민의미래는 비례 후보자 명단을 발표했다. 후보는 총 35명이고, 예비명단10명이다. (이미지=국민의힘)
 
국민의미래는 국가유공자 자격의 신청자들에게도 500만원을 그대로 다 받았고, 당직자 자격으로 신청하면 100만원을 감해준 걸로 알려졌습니다. 21대 총선 당시 미래한국당에선 국가유공자가 비례 공천을 신청하면 신청비 290만원 중 100만원 감해준 것과 대비됩니다. 이 관계자는 "보수정당은 안보를 가장 중요한 가치로 여긴다. 국가유공자는 심사에서 특별히 우대해야 할 대상"이라며 "그런데 국가유공자에겐 심사비를 다 받고, 당직자에게 100만원을 빼준 건 역차별"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국민의힘은 지난 18일 비례대표 후보자 35인의 명단을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국가유공자는 명단에 없었습니다. 21대 총선 때 미래한국당이 비례 후보 1번으로 윤주경 의원을 공천한 것과 비교하면 차이가 있습니다. 윤 의원은 '훙커우 의거'를 한 윤봉길 의사의 장손녀입니다.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국민의미래 공천에 관여했다는 의혹도 있습니다. 실제로 한 비대위원장이 영입했던 인사들이 국민의미래 공천에서 당선권인 앞번호를 받았습니다. 최수진 한국공학대 특임교수와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진종오 2024강원동계청소년올림픽 조직위원장이 각각 3번과 4번을 받았습니다. 여성 첫 육군 소장인 강선영 전 육군 항공작전사령관(5번), 김건 전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6번), 김소희 기후변화센터 사무총장(7번), 한지아 을지의과대학 재활의학과 부교수(11번) 등도 한 비대위원장의 영입 인사입니다.
 
이 관계자는 "한 비대위원장은 '제가 자의적으로 공천에 관여한 것으로 보이는 사례 한 가지만 들어달라. 못 찾을 것'이라고 했으나, 그는 국민의미래 공천 명단 작성을 주도했다"면서 "그 과정이 투명하지도 않았다"고 주장했습니다. 김 소장도 "서류를 내지도 않았다는 김위상 의장에게 후보 10번을 준 것을 보면 사전에 대부분의 사람을 내정해 놓고 신청을 받았다고 비판해도 할 말이 없을 것"이라며 "지역구 공천은 한 위원장의 재량이 크지 않지만, 비례는 거의 100% 재량을 행사했다"고 의심했습니다. 
 
한편, 본지는 국민의미래 측에 비례대표 공천 과정에서 제기된 공천 장사 논란과 초간단 면접시간, 한 위원장과 관련된 사천 의혹 등을 질의했습니다. 하지만 국민의미래 측은 답변을 하지 않았습니다. 
 
최병호 기자 choib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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