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활개치는 보이스피싱…‘AI적용 진화’에 선제대응 중요
입력 : 2024-03-28 13:13:40 수정 : 2024-03-28 13:13:40
[뉴스토마토 김민승 법률전문기자] 보이스피싱을 당할 뻔했거나 보이스피싱 조직으로부터 어설픈 전화를 받아 본 에피소드는 주변에서 흔히 들을 수 있습니다. 보이스피싱 조직이 피해자를 속이는 방법은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어 당국의 지속적인 홍보에도 여전히 많은 피해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경찰관계자가 대학생들에게 보이스피싱 대처 요령이 적힌 안내문을 나눠주고 있는 모습(사진=뉴시스)
 
끊임없는 보이스피싱
 
보험개발원은 지난 26일 ‘보험환급지원센터’라는 이름으로 꾸며 보험개발원을 통해 보험금을 환급해 주겠다고 한 보이스피싱 의심 사례가 발생했다며 주의를 당부했습니다. 신종 보이스피싱 사례가 발각된 것입니다.
 
경기 가평경찰서는 같은 날 로맨스스캠에 속아 보이스피싱 조직의 현금 수거책 역할을 한 30대 여성 A씨를 구속했다고 밝혔습니다. 자신을 사업가라고 소개한 남성 B씨가 올해 초 SNS를 통해 A씨에게 접근했고, 사랑에 빠진 A씨는 B씨의 지시를 받아 피해자 10명으로부터 2억2000만원을 받아 다른 조직원에게 전달하다가 경찰에 붙잡힌 것입니다. 구속된 A씨는 여전히 B씨의 말을 믿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특히 로맨스스캠의 경우 꾸준히 발생하는 유형의 보이스피싱 범죄인데요. 속은 사람의 감정을 지배하기 때문에 더욱 피해가 커지고, 의심하기가 어려워 잘 드러나지 않는 피해 유형에 해당합니다.
 
사기 피해의 예방은 의심에서부터
 
보이스피싱은 계속 신종 수법이 등장하지만, 피해자를 속이는 방법이 변하는 것일 뿐 결국 본질은 조직적 사기 범죄입니다.
 
보이스피싱 조직은 총책이나 중간 관리책 등이 주로 해외에서 조직을 구성하고 활동합니다. 이들은 하부 조직원을 모집하고 조직원의 역할을 분담시켜 피해자를 속입니다. 이렇게 속은 피해자들로부터 현금을 수거하고 대포통장 등을 통해 재산상 이익을 취득합니다.
 
총책이나 중간 관리책의 경우, 사기죄 등에 더하여 범죄단체조직 및 활동죄로도 처벌받으므로 징역 10년 이상의 중형이 선고됩니다. 하지만 주로 해외에서 활동하는 특성상 검거가 매우 힘듭니다.
 
따라서 주로 검거되는 보이스피싱 조직원은 일정 부분 속아서 현금 수거책 등의 역할을 하게 된 조직원들입니다. 앞서 언급한, 로맨스스캠을 통해 현금 수거책으로 구속된 A씨 같은 경우가 대표적입니다. 현금 수거책은 피해자와 피해액이 단기간에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특징이 있어 실형을 선고받고 전과자로 전락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본인이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 조직원으로 활동하게 되거나, 금전적인 피해를 입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예방이 가장 중요합니다. 금융당국의 공익광고와 같이 “늘 의심하고, 꼭 전화 끊고, 또 확인하고!”하는 습관이 그 첫걸음입니다.
 
하지만 국가기관을 사칭하면 쉽게 의심하거나 전화를 끊기가 힘든 것이 사실입니다. 피해를 막으려면 꼭 기억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국가기관은 아무런 행정적 절차를 거치지 않거나 법적 근거없이 직접 송금을 요구할 수 없다는 점 말입니다. 또한 전화를 끊지 못하도록 국민을 겁박할 권한도 없으므로 꼭 의심하고 전화를 끊은 후 확인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국가 차원의 대책도 물론 필요하겠죠. 특히 최근 AI의 발달로 특정인의 말투와 목소리를 따라할 수 있는 딥보이스 기술이나 챗GPT를 통한 보이스피싱의 기술적 진화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러한 진화에는 개인의 의심과 확인만으로 피해 예방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어떠한 대응 방안이 있을지 당국이 신속하고 선제적인 대책을 마련하는 게 시급히 필요한 시점입니다.
 
김민승 법률전문기자 lawyerms@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 김민승

김민승 법률전문기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