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6 김재규 재심개시절차 시작…'개시'까지 넘어야 할 산
입력 : 2024-04-18 15:18:29 수정 : 2024-04-18 15:18:29
[뉴스토마토 김민승 법률전문기자] 1979년 10월26일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이 박정희 전 대통령과 차지철 전 경호실장을 살해한 사건이 세상을 놀라게 했습니다. 사건 이후 김 전 부장은 내란목적 살인 및 내란수괴 미수 등 혐의로 사형을 당했습니다.
 
40여년이 지난 이 사건이 최근 다시 주목을 끌고 있습니다. 17일 서울고법 형사7부(재판장 이재권)가 김 전 부장 사건의 재심개시결정을 위한 심문기일을 열었기 때문인데요. 김 전 부장의 유족이 2020년 5월 법원에 재심을 청구한 지 4년만입니다.
 
김 전 부장의 유족 대표가 재심 청구 기자회견에서 발언하는 모습(사진=뉴시스)
 
재심으로 구제된 사건은
 
형사사건의 수사와 재판은 사람이 하므로 실수나 고의로 죄 없는 사람이 처벌받거나 죄에 비해 중하게 처벌받을 가능성이 상존합니다. 실제로 재심을 통해 뒤늦게 구제된 사례가 있습니다.
 
‘약촌오거리 사건’은 2000년 8월10일 전북 익산시에서 택시 기사가 흉기에 여러 차례 찔려 사망한 사건인데요. 당시 청소년이던 최모 군이 범인으로 지목됐습니다. 경찰의 폭행과 강압수사로 혐의를 허위로 인정한 최모 군은 징역 10년의 형기를 채우고 나왔습니다. 
 
최모 군은 2016년 광주고법에 재심을 신청했고 무죄 판결이 선고됐습니다. 2003년 진범 김모 씨가 잡혔으나 검찰이 물증이 없다는 이유로 영장 청구를 거부하여 결국 석방됐는데요. 진범은 2018년 징역 15년이 확정됐습니다.
 
군사정권 초기인 1981년 9월 부산에서 일어난 ‘부림사건’도 있습니다. 사회과학 독서 모임을 하던 시민을 영장 없이 체포하고 장기간 불법 감금하면서 고문했는데요. 허위 자백으로 반국가단체 찬양,고무 등 혐의로 총 22명이 징역 5년부터 7년까지 선고받은 사건입니다.
 
당시 김광일, 문재인 변호사와 함께 무료 변론을 맡았던 노무현 전 대통령은 이 사건을 계기로 인권변호사의 길을 걷게 됐습니다. 부림 사건의 변호인 가운데 훗날 대통령 2명이 배출됩니다.
 
피해자들은 1983년 12월 형집행정지로 풀려났는데요. 1999년 재심 청구를 한 이래 기각, 재항고, 일부 혐의 무죄 등을 거쳐 2014년에 이르러서야 모든 혐의에 대해 무죄 판결이 선고됐습니다.
 
쉽지만은 않은 재심
 
재심은 인용되기도 어렵고 매우 오랜 기간이 소요되는데요. 이는 매우 제한적인 사유로만 확정된 원판결을 뒤집는 특별소송절차라는 특성 때문입니다.
 
재심사유는 형사소송법(형소법) 제420조, 제421조와 특별법상 사유가 있습니다. 형소법의 재심사유는 원판결의 증거가 허위인 때와 새로운 증거가 발견된 때 인정됩니다.
 
형소법상 재심사유로는 △원판결의 증거 등이 위·변조된 것이 확정판결로 증명된 때 △원판결의 증거가 된 증언, 감정, 통·번역이 허위인 것이 확정판결로 증명된 때 △무고로 유죄를 선고받은 경우 그 무고의 죄가 확정판결로 증명된 때 △원판결의 증거가 된 재판이 확정재판으로 변경된 때 △지식재산권을 침해한 죄로 유죄를 선고받은 사건에 관해 그 권리에 대한 무효 심결·판결이 확정된 때 △원판결·전심판결·기초조사 관여 법관, 공소제기·수사 관여 검사·사법경찰관이 그 직무에 관한 죄를 지은 것이 확정판결로 증명된 때 △유죄를 선고받은 자에게 무죄·면소, 형을 선고받은 자에게 형의 면제나 원판결이 인정한 죄보다 가벼운 죄를 인정할 명백한 증거가 새로 발견된 때 등과 같은 사유가 있습니다.
 
재심을 청구하면 우선 재심개시절차를 거치게 되는데요. 재심의 청구 시기는 제한이 없으나 재심사유가 있다고 인정돼야 재심개시결정을 합니다. 이때 원판결을 한 법원이 관할하게 되는데요. 김 전 부장은 군사재판을 받았으나 민간인 신분이고, 제2심을 담당한 육군계엄고등군법회의에 해당하는 고등군사법원이 폐지된 관계로 서울고법이 관할하게 된 것입니다.
 
서울고법이 재심사유가 있다고 판단하면 그 심급인 제2심의 절차에 따라 다시 심판하는 심판 절차에 돌입하게 됩니다. 절차의 산을 넘어 김 전 부장 유족의 바람대로 살해 동기가 왜곡된 점 등에 관한 실체적 판단을 받아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김민승 법률전문기자 lawyerms@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 김민승

김민승 법률전문기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