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렉카' 방치…대형 플랫폼이 먼저 규제 나서야
유튜버 '쯔양' 폭로 사태로 사이버렉카 논란 또 불거져
익명성·외국 플랫폼 뒤에 숨은 사이버렉카…규제 미흡
거대 플랫폼에 제재 책임 부여할 근거법 마련 시급
입력 : 2024-07-15 14:09:52 수정 : 2024-07-15 15:01:06
[뉴스토마토 김민승 법률전문기자] ‘사이버렉카’는 다른 사람의 잘못이나 사고 등과 같이 이슈가 될 만한, 불행하고 자극적인 내용을 인터넷에 올리고 공론화해 조회 숫자나 광고 수익 등 이득을 챙기는 사람을 가리킵니다. 콘텐츠 조회 숫자가 곧 경제적 이득으로 연결되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구조를 노린 겁니다. 이런 특성 탓에 조회 숫자를 높이기 위해서는 사실이 아닌 내용을 확인 없이 내보내거나, 피해자의 동의를 얻지 않은 상태에서 피해자가 잊히기를 원하는 사건까지 공론화하는 등 여러 가지 부작용이 발생하게 됩니다.
 
(사진=뉴시스·쯔양 유튜브 채널)
 
최근 1000만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버 쯔양을 일부 사이버렉카 유튜버들이 협박해 돈을 받아내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는데요. 사이버렉카에 대한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습니다. 쯔양은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전 남자친구로부터 폭행과 갈취를 당했다고 밝혔습니다. 누리꾼들은 쯔양이 굳이 잊고 싶은 과거를 스스로 밝힌 배경에 주목했습니다. 쯔양에 대한 일부 사이버렉카 유튜버들이 협박이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겁니다.
 
사이버렉카와 관련한 잡음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사이버렉카는 조회 숫자를 통해 경제적 이득을 얻는 게 목적인 경우가 많다 보니 자극적인 영상을 만드는 데 혈안입니다. 악의적 혐오 콘텐츠를 많이 제작하는 이유인데요. 소위 신상털이나 사적제재도 많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행법상 규제는 미비한 실정입니다.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정보통신망법) 제70조에 따르면, 정보통신망을 통해 이뤄지는 명예훼손 행위는 사실을 드러낸 경우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집니다. 거짓 사실인 경우엔 7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합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처벌이 되더라도 벌금형에 그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이버렉카 입장에서는 설사 명예훼손으로 벌금형의 처벌을 받게 되더라도 영상을 통해 얻는 이득이 훨씬 큰 겁니다. 벌금을 내더라도 수익이 남는, 이른바 ‘남는 장사’인 셈입니다. 협박죄 등 다른 혐의가 추가되더라도 사이버렉카가 얻는 이득에 비한다면 처벌이 매우 경미합니다. 반면 피해자가 입은 손실을 회복하는 건 어렵습니다. 인터넷에 퍼진 영상은 파급력이 매우 크되 사실상 전부 삭제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입니다.  
 
한 유튜버가 자신의 스마트폰을 이용해 유튜브 방송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수사 과정도 쉽지만은 않은데요. 유튜브와 페이스북 같은 외국 플랫폼은 한국 수사당국의 수사 협조가 매우 어렵기 때문입니다. 법망을 피하고자 익명을 사용하는 사이버렉카라면 신상도 파악하지 못해 수사가 진행되지 못하는 경우도 생기게 됩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유해 콘텐츠 지정은 사후적 조치일 뿐이고, 그 지정까지는 일정한 시간도 걸리기 때문에 즉시적으로 적절한 규제가 이뤄지기 힘들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더구나 유튜브와 같은 플랫폼은 방송법의 적용 대상에도 포함되지 않으므로 실질적인 규제가 전무한 실정입니다.
 
사회의 다양한 분야에서 혐오와 관련된 문제가 지속적으로 나타납니다. 국민 대다수가 혐오의 심각성을 인정하는 데도 아직 이렇다 할 대책은 나오지 않습니다. 혐오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통해 정의를 마련하고 제재 대상을 세밀히 규정하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근거법의 제정이 표현의 자유를 한층 더 발전시킬 겁입니다.
 
근거법이 생기면 거대 플랫폼에 대해서도 영향력에 걸맞은 책임을 부여해야 합니다. 가이드라인을 벗어나는 콘텐츠를 모니터링하고, 최대한 짧은 시간 내 자체적으로 제재할 의무를 부여하도록 해야 합니다. 규제에 실패하면 그에 따른 피해를 배상토록 하는 방식을 도입하면 조금 더 적극적 조치에 나서는 걸 기대할 수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거대 플랫폼의 콘텐츠를 이용하고, 거기에 종속되는 건 막을 수 없는 건 시대적 흐름입니다. 다만 막대한 이득을 올리는 거대 플랫폼들은 유해 콘텐츠 제재엔 소극적인 걸로 유명합니다. 하지만 플랫폼이 스스로 혐오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제재하는 게 가장 효과적 방법이 될 것은 자명합니다. 거대 플랫폼들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방향으로 변화할 수 있는 합리적 근거법과 규제가 하루빨리 마련돼야 할 시점입니다.
 
김민승 법률전문기자 lawyerms@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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