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국내 ETF 왜 안 담나
ETF 시장 성장에도 글로벌 대비 1% 미만
"국민연금 들어온다면 시장 활성화 기여"
입력 : 2024-03-28 15:48:54 수정 : 2024-03-28 18:17:50
 
[뉴스토마토 심수진 기자] 국민연금이 운용하는 국내 주식 규모는 약 148조원에 달하지만 상장지수펀드(ETF) 투자는 전무합니다. 기금운용 규정에 따른 것인데요. 업계에서는 국민연금이 해외 ETF에 투자하는 만큼 국내 ETF 시장 활성화를 위해 투자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국내 ETF, 글로벌 시장 비중 1%
 
28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ETF 순자산총액은 138조9487억원(3월26일 기준)으로, 지난해 100조원을 돌파한 이후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다만 글로벌 ETF 시장에 비교하면 여전히 작습니다. 글로벌 ETF평가기관 ETFGI에 따르면 전 세계 ETF 자산 규모는 2월 말 기준 12조2500달러(약 1경6200조원)으로, 한국 ETF 시장은 11위권이지만 차지하는 비중은 0.8%에 불과합니다.
 
운용업계에서는 국민연금 같은 연기금의 참여가 활성화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옵니다. 국민연금을 포함한 연기금들이 ETF 투자를 하고 있지만 대부분 해외 ETF이고, 국민연금의 경우 규정상 국내 ETF 투자가 불가능합니다. 해외 ETF는 투자하고 있지만 국내 ETF는 담을 수 없는 것입니다.
 
국민연금측은 "최근 2~3년 동안은 국내 ETF 투자를 논의한 바 없으며 ETF 투자에 대한 방향, 검토 여부를 밝힐 수 없다"고 전했습니다. 
 
이중보수 논란·의결권 행사 제약 해결돼야 
 
여기에는 이중 보수, 의결권 행사 등 현실적인 제약도 있습니다. 국민연금이 위탁운용사를 선정해 ETF에 투자하면 ETF와 운용사 양쪽에 보수를 내야 하고, ETF의 의결권도 운용사에 있어 행사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반면 운용업계에서는 ETF 보수가 과거보다 낮아졌고, 운용으로 충분히 커버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평가합니다. EMP(ETF펀드매니지드포트폴리오)처럼 운용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기술적인 제약도 있습니다. ETF 시장이 커졌지만 유동성 측면에서 보면 아직까지 조 단위로 투자하는 국민연금이 들어오기엔 유동성이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은 "국내 ETF는 몇 개를 제외하면 아직 유동성이 부족해서 국민연금이 매수하면 시장이 출렁일 수 있고, 매매 형태가 분 단위로 공개되다 보니 개인투자자들의 추적매매가 나오면 시장을 왜곡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국내 ETF, 기관 비중 점점 낮아져
 
해외의 경우 주요 연기금이나 기관이 자국 ETF에 투자하는 사례가 많은 반면, 국내에는 아직까지 기관 투자가 저조한 편입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작년 9월 기준 국내 ETF 시장의 기관투자자(유동성공급자 제외) 비중은 11%, 개인투자자 비중은 48.1%입니다. 개인투자자 비중은 꾸준히 높아진 반면 기관 비중은 2012년 17.6%에서 11%로 낮아졌습니다. 코스피 시장에서 기관투자자 비중이 20.8%인 것과 비교해도 낮은 수준입니다. 
 
한 자산운용사 고위관계자는 "한국이 일본보다 ETF 수는 많지만 시장 규모는 작은데, 일본은 ETF 시장 발전을 위해서 중앙은행(BOJ)이 자국 ETF에 투자하고 있는데 한국은 그렇지 않다"라며 "그런 시각에서 보면 우리나라도 국민연금의 참여를 요청할 수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업계에서는 현실적 제약이 있지만 장기적 관점에서는 국내 ETF도 국민연금 같은 연기금의 투자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자산운용사 한 관계자는 "미국에서는 공모펀드 투자가 ETF로 스위칭되고 있다"라며 "다른 나라 연기금이나 일본 사례를 보면 국내 ETF를 담지 않는다고 단언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국거래소도 올해 하반기 중 국민연금과 접촉해 투자 현황을 파악할 계획입니다. ETF 등 상품 투자 유치를 위해 기관들과 꾸준히 미팅하고 있지만 최근 수 년 동안 국민연금과는 접촉이 없었다는 겁니다. 거래소 관계자는 "국민연금도 주식 한도에서 ETF 투자를 하고 있는데, (국내 ETF 투자에)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등을 파악해 보려고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 실장은 "국민연금이 국내 ETF를 투자하려면 이중 보수나 의결권, 시장 왜곡 문제 등이 우선 해결돼야 하고, 그렇게 된다면 시장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국민연금 외에도 여러 기관투자자들, 외부위탁운용관리(OCIO) 기금에서도 ETF에 시장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심수진 기자 lmwssj0728@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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