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영등포갑, 동지에서 적으로…허은아까지 가세
'4선' 김영주에 민주 '채현일' 도전장
허은아, 구청장·4선 사이 '캐스팅보터'
입력 : 2024-04-02 17:39:47 수정 : 2024-04-02 19:06:41
지난달 29일 (사진 왼쪽부터) 채현일 민주당 후보, 김영주 국민의힘 후보, 허은아 개혁신당 후보 선거사무소 건물에 현수막이 걸려있다. (사진=뉴스토마토)
 
[뉴스토마토 유지웅 기자] 한강벨트 '서남부 요충지'인 서울 '영등포갑' 민심이 요동치고 있습니다. 4·10 총선 격전지로 부상한 이곳은 최근 세 차례 총선에서 민주당이 승리한 대표적인 야당 강세 지역으로 꼽혔습니다. 하지만 19~21대까지 내리 3선한 김영주 후보가 민주당에서 국민의힘으로 당적을 이동하면서 '스윙보터'(부동층) 지역으로 급부상했습니다. 민주당에선 영등포구청장을 지낸 채현일 후보가 나섰습니다. 개혁신당에선 허은아 후보가 도전장을 냈습니다. 
 
12년간 민주당 독점…대선 이후 '보수 성향'
 
전통적인 민주당 텃밭인 영등포갑은 최근 보수 색채가 짙어졌습니다. 지난 2022년 대선에서 영등포갑에 속한 9개 동 중 7개 동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이겼습니다. 최종 득표율도 윤 대통령이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5.73%포인트 차로 앞섰습니다. 같은 해 6월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도 오세훈 서울시장이 송영길 당시 민주당 후보를 20.44%포인트 차이로 이겼습니다. 
 
최근 여론조사는 안갯속입니다. 2일 공표된 <CBS노컷뉴스·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여론조사 결과(3월28~29일 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4.4%포인트·무선 ARS 방식)에 따르면, 여야 후보 가상대결에서 채 후보 44.7%, 김 후보 40.6%로 나타났습니다. 두 후보의 격차는 4.1%포인트로, 오차 범위 내였습니다. 허 후보는 7.0%의 지지를 받았습니다.
 
앞서 지난달 27일 공표된 <메타보이스·JTBC> 조사(25~26일 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4.4%포인트·무선 전화면접)에선 채 후보가 40%로, 김 후보(26%)를 14%포인트 앞섰습니다. 허 후보는 4%를 기록했습니다.(이상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서울 영등포구 청과시장을 주민이 거닐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김영주 심판해야"…"민주당 견제 필요"
 
지난달 29일 영등포갑 현장을 찾아 직접 들어본 민심은 '김영주 심판론'과 '민주당 견제론'으로 갈렸습니다. 정권보다도 김 후보 개인을 심판해야 한다는 분노가 강했습니다. '민주당 독주를 막아야 한다'는 위기감에서 김 후보를 지지하는 주민도 있었습니다. 다만 인물 자체가 마음에 들어서라기보단, 국민의힘을 지지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반응이 많았습니다. 윤석열정부에 대한 평가는 대체로 부정적이었습니다. 민주당 지지자뿐 아니라 국민의힘 지지자, 특정 정당을 지지하지 않는 주민들까지도 "제대로 하는 게 없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가장 먼저 찾은 곳은 신길3동이었습니다. 도림사거리에서 채 후보가 유세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는 구청장 시절 성과를 언급하며 "더 큰 일을 하기 위해 더 큰 힘이 필요하다"고 지지를 호소했습니다. 근처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60대 여성 이모씨는 "채현일이 구청장 할 때 다들 잘했다고 말한다"며 "지역 주민은 대체로 좋아하는 것 같다"고 평가했습니다.
 
이씨는 또 김 후보에 대해 "김영주가 공천 탈락했을 때, 3선이나 했으니까 다른 사람한테 물려주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김영주는 민주당에서 지켜왔던 이념을 한순간에 버리고 당을 옮겨버렸다.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 이해가 안 간다"고 비판했습니다. 
 
도림동에서 만난 80대 남성도 "4선 하고 국회부의장까지 했으면 그만할만한데 더 하려고 국민의힘에 들어갔다. 김영주는 안 뽑는 게 아니라 못 뽑는다"며 민주당 탈당에 대한 배신감을 토로했습니다. 영등포 청과시장 근처에서 잡화점을 하고 있는 60대 남성은 "정치에 대한 피로감 때문에 투표를 할지 말지 결정하지 못했다"면서도 "김영주는 당선되기 어려울 것 같다. 얼마 전까지 민주당 현수막 걸었던 김영주에 대해 지역 반감이 크다"고 전했습니다.
 
중대형 평수 아파트가 많은 당산·영등포동 일대는 상대적으로 보수 성향이 짙다. (사진=뉴스토마토)
 
변수는 윤 대통령 비토 심리…빈틈 노리는 허은아 
 
대단지 아파트가 모여있는 영등포동에서 만난 30대 여성 김모씨는 본인을 국민의힘 지지자라고 소개했습니다. 다만 김씨는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해 "윤 대통령이 검사였을 때 소신 있는 모습에 지지했었는데 대통령이 되고 나선 눈과 귀를 막은 것 같다"며 실망감을 토로했습니다.
 
김씨는 "대통령이 보편적인 삶을 살아보지 않았는지, 물가나 육아정책에서 뜬구름 잡는 소리만 한다"며 "작년에 아이를 출산했고, 정말 둘째를 낳고 싶은데 엄두가 안 나는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지금은 어느 당도 뽑을 수 없다는 마음"이라며 "민주당을 견제해야 해서 김영주를 뽑긴 하겠지만, 당선될지는 모르겠다"고 했습니다. 
 
민심이 거대 양당으로 갈라진 사이, 허 후보는 제3지대 표심을 파고들었습니다. 현장에서 만난 허 후보는 "사실상 민주당 후보 2명과 경쟁하고 있는 셈"이라며 "두 거대 양당은 공정과 상식에서 벗어났다"고 날을 세웠습니다. 허 후보의 유세 현장에 만난 70대 남성은 "일부러 유세 시간 맞춰 찾아왔다. 개혁신당은 다르다고 느낀다"며 "사표가 되더라도 허은아에게 소신투표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유지웅 기자 wisema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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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지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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