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비사업 수주 가뭄…현대·포스코만 웃었다
1조 부산 대어 잡은 포스코이앤씨 1위
수주액 전년 대비 12% 감소
선별 수주 기조 극심…경쟁 입찰 실종
입력 : 2024-04-02 15:26:24 수정 : 2024-04-02 16:25:39
 
[뉴스토마토 송정은·홍연 기자] 상위 10개 대형건설사 중 올 1분기 도시정비 사업 수주고를 올린 곳은 현대건설과 포스코이앤씨, SK에코플랜트 등 3곳에 그쳤습니다. 길어지는 건설경기 침체와 원자잿값 상승으로 수익성이 악화하고 미분양에 대한 우려도 커지면서 업계가 보수적인 경영에 나섰기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건설사들의 '선별적 수주' 전략으로 인해 1분기 전체 정비 사업 수주액도 전년 대비 5000억원 가량 감소했으며, 사업지 수주를 위해 혈전을 펼치던 경쟁입찰도 사라지는 분위기입니다. 아직 수주고를 올리지 못한 대형건설사들은 최대한 출혈 경쟁을 피한 채 주요 사업지에서 수의계약을 통해 올해 마수걸이 수주를 올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1분기 도정사업 수주…현대·포스코·SK 3곳 뿐
 
2일 업계에 따르면 수주 실적을 공개한 국내 상위 10개 건설사 중 올해 1분기 정비사업 수주 소식을 전한 곳은 현대건설, 포스코이앤씨, SK에코플랜트입니다. 
 
현재까지 정비사업 수주액이 가장 많은 건설사는 포스코이앤씨로 2조3321억원을 기록했습니다. 포스코이앤씨는 부산 촉진 2-1구역 재개발(1조3000억여원)과 고양 별빛마을 리모델링(4988억원), 금정역 산본1동 재개발(6337억원) 등 3곳에서 수주고를 올렸습니다. 
 
포스코이앤씨에 이어 현대건설이 두 번째로 많은 수주액을 기록했습니다. 현대건설은 여의도 한양아파트(7740억원)와 성남중2구역 재건축(67822억원) 등 두 곳을 수주했습니다.
 
SK에코플랜트는 지난 1월 서울 미아 11구역 재개발(2151억원) 사업을 따내며 대형건설사 중 올해 가장 먼저 마수걸이 수주를 기록했습니다. 
 
이외 대형건설사들은 관심 사업지에서 수의계약을 통해 올해 첫 수주고를 올릴 전망입니다. 주요 수의계약 유력 사업지로는 △부산 광안3구역 재개발(삼성물산) △부산 민락2구역 재개발(GS건설) 등이 꼽힙니다. 이 중 부산 광안3구역은 삼성물산이 우선협상대상 예정자로 선정된 상태입니다. GS건설은 민락2구역 재개발 사업에 2회 연속 단독 입찰하면서 수의계약 가능성이 높은 상황입니다.
 
서울 시내 한 아파트 공사 현장. (사진=뉴스토마토)
 
대우건설과 DL이앤씨의 경우 올초 주요 사업지 경쟁 입찰에 단독 응찰한 바 있습니다. 대우건설은 오는 5일로 예정된 개포주공5단지 재건축 사업 입찰에 앞서 지난달 조합이 입찰참여확약서를 접수 받은 결과 건설사 중 유일하게 확약서를 제출했습니다. 
 
DL이앤씨는 삼환가락아파트 재건축 사업에서 지난달 건설사 중 유일하게 입찰참여확약서를 제출했습니다. 이에 조합 측은 재공고를 내고 오는 5월 14일 재입찰 절차를 마감할 예정입니다.
 
롯데건설은 본사 사옥과 100m도 떨어지지 않은 신반포12차 재건축 사업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해당 사업지 조합이 냈던 지난 1월 시공사 입찰에 건설사들이 한 곳도 응찰하지 않았었는데, 조합 측은 공사비를 조정해 지난달 2차 시공사 입찰공고를 내고 일정을 진행 중입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올해는 하반기 착공과 분양이 예정된 4조5000억원 규모의 서울 노원구 광운대역세권 개발사업(H1 프로젝트)에 집중할 전망입니다. 
 
공사비 상승·고금리 부담…건설사, 출혈경쟁 '지양'
 
연도별 1분기 정비사업 수주액. (그래프=뉴스토마토)
 
이처럼 주요 건설사들의 수주 행진 속도가 나지 않자 올 1분기 정비사업 수주액도 예년 대비 줄었습니다. 지난 1분기 정비사업 수주액은 3조999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 가량 줄었습니다. 2년 전인 2022년 1분기 6조7786억원과 비교하면 40%가량 감소한 규모입니다.
 
건설공사 계약액 규모도 감소하고 있습니다. 2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지난해 4분기 건설공사 계약액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건설공사 계약액은 총 240조6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8.9% 줄었습니다. 건설공사 계약액은 2022년 4분기에 전년 동기보다 18.4% 줄어든 것을 시작으로 이후 작년 3분기까지 4개 분기 연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기업 규모별로도 상위 1∼50위 기업의 계약액이 102조9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6.2% 줄어드는 등 건설경기 침체 양상이 뚜렷합니다.
 
여기에 건설사들은 경쟁입찰 자체를 지양하는 분위기입니다. 전국 정비사업장에서 시공사의 단독입찰에 따른 수의계약 비율은 2022년 60%에 이르렀는데, 지난해에는 80%를 넘었습니다. 금리가 치솟고 시공비 조달 부담이 커지면서 건설사들이 돈 되는 곳에만 집중하는 이른바 '선별적 수주 전략'을 전면에 내세웠기 때문입니다. 
 
길어지는 건설경기 침체에 공사비 상승까지 겹치면서 출혈경쟁을 지양하는 양상은 지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하반기 주요 격전지로 꼽히는 압구정 3구역, 한남4구역 정도 등에서만 본격적인 수주 경쟁이 예상되며, 이외 사업장에서는 예년과 같은 치열한 경쟁입찰을 찾아보기는 힘들 것으로 예상됩니다.
 
권대중 서강대 일반대학원 부동산학과 교수는 "원자잿값이 올라서 건축비 자체가 인상된 데다가 금리가 높다 보니 건설사들이 수주를 못했다"면서 "이주비 대출에 대한 보증을 서야 하는데 이자가 높은 상황이라 금리가 떨어져야 정비 사업 수주가 돌아갈 거고, 올 하반기쯤이나 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송정은·홍연 기자 johnnyso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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