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서울 출마자, 윤석열 대신 '한동훈·오세훈'
서울, 한동훈이 윤석열 3배…경기는 '3배'가량
사라진 대통령 사진…'정권심판론' 속 거리두기
입력 : 2024-04-02 17:58:49 수정 : 2024-04-02 18:37:03
[뉴스토마토 박진아·유지웅 기자] 22대 총선 수도권에 출마한 국민의힘 후보 대다수가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찍은 사진을 활용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오히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 선거대책위원장과 함께 찍은 사진을 활용한 후보들이 더 많았습니다. 총선 최대 격전지 서울의 경우, 다수의 후보들이 한 위원장과 함께 오세훈 서울시장의 사진도 많이 활용했습니다. 통상 여당 후보들의 가장 강력한 무기가 대통령임에도 이번 선거에서는 '윤석열 마케팅'이 사라진 셈입니다. 거세지는 '정권심판론' 속에 국민의힘 각 후보들이 윤 대통령과 거리두기에 나선 것으로 풀이됩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사라진 '대통령 마케팅'…'한동훈·오세훈' 후광 효과만
 
2일 본지가 국민의힘 수도권(서울·경기·인천) 후보자의 총선 공보물을 전수 조사한 결과, 서울의 경우 한 위원장의 사진을 활용한 후보가 윤 대통령의 사진을 활용한 후보보다 4배가량 많은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한 위원장의 사진을 활용한 후보는 33명에 달했고 이어 오 시장과 윤 대통령의 사진을 활용한 후보는 각각 29명과 8명으로 집계됐습니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서울 지역에 출마한 여당 후보들은 한 위원장만큼 오 시장의 사진 활용도 많았다는 점입니다. 각 후보들은 대통령보다 이들의 후광 효과를 노린 것으로 분석됩니다.
 
실제 선거 공보물에서 한 위원장 사진만 활용한 후보는 김준호(노원을)·장성호(은평을)·이용호(서대문갑)·함운경(마포을)·김영주(영등포갑)·장진영(동작갑)·신동욱(서초을)·서명옥(강남갑)·박수민(강남을)·고동진(강남병)·배현진(송파을) 등 11명에 달합니다. 오 시장 사진만 활용한 후보 역시 김병민(광진갑)·김영우(동대문갑)·김경진(동대문을)·김재섭(도봉갑)·조정훈(마포갑)·구상찬(강서갑)·이성심(관악을) 등 7명으로 집계됐습니다.
 
오 시장과 한 위원장 사진을 동시에 활용한 후보도 이혜훈(중·성동을)·오신환(광진을)·이종철(성북갑)·이상규(성북을)·전상범(강북갑)·박진웅(강북을)·김선동(도봉을)·현경병(노원갑)·홍인정(은평갑)·구자룡(양천갑)·오경훈(양천을)·김일호(강서갑)·호준석(구로갑)·박용찬(영등포을)·박정훈(송파갑)·이재영(강동을) 등 16명에 달했습니다.
 
반면 윤 대통령 사진만 쓴 후보는 4선 현역 의원인 권영세(용산) 의원이 유일했습니다. 윤석열정부 초대 통일부 장관을 지낸 권 의원은 윤 대통령과 막역한 사이로 알려진 가운데, 용산엔 대통령실이 위치한 점을 고려해 윤 대통령의 사진을 활용한 것으로 분석됩니다.
 
통상 여당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대통령입니다. 정책을 실행하고 밀어붙일 수 있는 중앙정부의 힘이 공약에 생기를 불어넣을 뿐 아니라, 대통령 지지율이 당과 합쳐져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도 지난 2020년 총선에서 민주당의 많은 후보들이 문재인의 사람임을 강조하는 전략을 세웠습니다. '문재인의 입' 고민정 의원, '문재인의 복심' 윤건영 의원 등 대다수 의원들이 홍보전략의 핵심에 문 전 대통령을 두었고, 선거운동에 매진한 결과 승기를 거머쥐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서는 분위기가 다릅니다. 대통령이 선거의 얼굴을 차지하지 못한 가운데, 오히려 거리두기를 하는 모습입니다. 오히려 상승세를 타고 있는 '미래 권력' 한 위원장 사진을 활용해 후광 효과를 노리는 흐름이 뚜렷합니다. 현재 선거구도가 윤 대통령의 중간평가 성격을 벗어나지 못한 상황에서 정권심판론마저 탄력을 받자, 대통령과의 거리두기를 통해 선거 악영향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됩니다.
 
경기선 고작 2명 이용·장성민만 '윤석열 사진'
 
경기·인천 역시 분위기는 다르지 않습니다. 우선 경기에선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 사진을 활용한 후보는 총 45명인 가운데, 접전지인 반도체벨트의 경우 한 위원장 사진만 쓴 후보가 더 많았습니다. 실제 수원 갑·을·병·정·무에 김현준·홍윤오·방문규·이수정·박재순 후보, 화성 갑·병·정에 홍철호·최영근·유경준 후보는 모두 한 위원장 사진만 공보물에 활용했는데요. 수도권 최대 격전지로 꼽히는 만큼 한 위원장의 후광 효과를 업고 표심 공략에 나선 것으로 보입니다. 
 
경기에서 윤 대통령 사진만 쓴 인물은 용산 대통령실 출신인 장성민(안산갑)·윤석열정부 초대 행정안전부 차관 출신인 한창섭(고양갑)·윤 대통령의 호위무사로 불리는 '친윤(친윤석열)'이용(하남갑) 후보가 유일합니다. 대다수 윤 대통령과 직·간접적인 관계가 있는 인물들입니다.
 
인천의 경우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 사진을 활용한 후보는 7명으로 집계됐습니다. 한 위원장 사진만 활용한 후보는 정수연(연수갑)·신재경(남동을)·유제홍(부평갑)·박상수(서구갑)·박종진(서구을) 등 5명인 반면, 윤 대통령 사진만 활용한 후보는 한 명도 없었습니다.
 
정치권에선 공보물 단골손님인 현직 대통령의 사진을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이번 선거를 두고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총선을 앞두고 국민 여론 다수가 윤석열정권을 향해 심판론으로 기울고 있다"에서 "여권을 향한 민심이 악화된 상황에서 그나마 수도권에선 한동훈 효과라도 보려고 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서울 광진을에 출마한 오신환 국민의힘 후보의 선거 공보물. (사진=중앙선거관리위원회)
 
박진아·유지웅 기자 toyouj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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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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