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수도권 출마자 60%, 공보물서 '이재명 제외'
'비명횡사' 공천 후 거리두기…서울서 가장 기피
입력 : 2024-04-02 18:13:35 수정 : 2024-04-02 18:37:39
[뉴스토마토 김진양·유지웅 기자] 표 앞에는 장사가 없었습니다. '친명(친이재명) 횡재, 비명(비이재명) 횡사'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낸 민주당의 공천이었지만, 정작 본선을 앞둔 각 후보들은 '이재명 대표 지우기'에 나섰습니다. 이 대표에 대한 중도층 비호감을 의식한 듯 선거 공보물에서 그의 모습을 감추기 바빴는데요. 지난 2022년 지방선거 때도 이 대표가 출마(6·1 보궐선거)한 인천은 물론, 정치적 기반이었던 성남을 비롯한 경기 지역 후보들이 이 대표를 외면했습니다.
 
 
 
 
 
서울 후보 10명 중 7명 'No 이재명'
 
2일 본지가 민주당 수도권(서울·경기·인천) 후보자 총선 공보물을 전수 조사한 결과, 전체 122명의 후보자 중 약 41%인 50명만이 이재명 대표와 같이 찍거나 이재명 대표의 얼굴이 담긴 사진을 사용했습니다. 역으로 10명 중 6명은 유권자에게 자신을 각인시키는 소개서에 의도적으로 당대표의 얼굴을 숨긴 것입니다. 
 
지역별로는 서울에서 이 대표를 배제한 비율이 가장 높았습니다. 전체 48개 선거구에 등록한 후보 중 14명(29%)만이 이 대표의 사진을 활용했습니다. 서영교(중랑갑·3회), 정청래(마포을·2개), 고민정(광진을·2개) 후보 등 현 민주당 최고위원들의 사용 빈도가 대체로 높았습니다. 5선에 도전하는 노원갑의 우원식 후보와 민주당 인재위원회 간사를 맡았던 노원을 김성환 후보도 이 대표의 사진을 2번씩 사용했습니다. 
 
이 외에 민주당 영입인재로 첫 출사표를 던진 정치 신인들이 이 대표의 사진으로 자신을 알렸습니다. 김동아 서대문갑 후보, 이지은 마포갑 후보, 류삼영 동작을 후보 등이 대표적입니다. 국민의힘으로 이적한 김영주 후보와 맞붙는 영등포구청장 출신 채현일 영등포갑 후보도 이 대표의 사진을 공보물에 넣었습니다. 
 
반면, 친명계로 분류됐음에도 의도적으로 이 대표와의 관계를 부각하지 않은 인물들도 적지 않았습니다. 공천 과정에서 '비명횡사' 논란이 있었던 선거구에서 이 같은 현상이 특히 두드러졌는데요. 은평을의 김영우 후보, 도봉갑 안귀령 후보, 강북을 한민수 후보 모두 이 대표의 사진을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윤석열 대통령 참석 행사에서 '입틀막'을 당하며 끌려나간 카이스트 졸업생 사진 등으로 '정권심판론'을 부각했습니다. 이 대표의 비서실장을 맡고 있는 천준호 강북갑 후보 역시 자신의 지역구 활동들로만 공보물을 채웠습니다. 
 
이재명 정치적 고향 '경기'…후보자 '과반' 외면
 
가장 많은 의석(60석)이 달린 경기 지역에서도 이 대표의 사진을 넣은 공보물은 절반이 되지 않았습니다. 선거공보물이 등록되지 않은 김성회 고양갑 후보와 윤호중 구리 후보를 제외한 58명 중 28명만이 이 대표의 얼굴을 자신의 선거공보물에 활용했습니다. 
 
경기도에서 이 대표의 사진을 가장 많이 사용한 사람은 경기 부천병의 이건태 후보입니다. 이 대표의 특별보좌역이란 경력을 전면에 내세운 이 후보는 이 대표와 함께한 사진도 4개나 넣었습니다. 이 대표의 단식 농성 현장과 회복 치료를 했던 병원을 방문한 사진도 넣으며 자신이 '이재명을 정치검찰로부터 지켜낸 최일선 방패'라고 강조했습니다. 
 
'꼼수 대출' 논란으로 현재 민주당이 가장 촉각을 기울이고 있는 양문석 경기 안산갑 후보 역시 이 대표의 사진을 가장 많이 활용한 사람 중 한 명이었습니다. 그는 공천 과정에서도 과거에 고 노무현 대통령 비하 발언을 했던 것이 밝혀지며 당 안팎에서 반발의 목소리가 컸었는데요. 이 대표와 함께한 사진을 3장 게재한 것에 더해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각종 논란들을 연대기로 나열하며 '정권심판론'도 부각했습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1일 인천 중구 영종하늘도시 별빛광장에서 조택상 후보 지원유세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인천서는 5명 빼고 '이재명' 앞세워
 
수도권 중에서는 유일하게 인천에서 절반 이상의 후보자들이 이 대표와의 친분을 과시했습니다. 이는 민주당이 인천의 판세를 낙관적으로 보고 있는 것과도 무관치 않아 보입니다. 전체 14개 선거구 중 8명(57.1%)의 후보가 이 대표와 함께 찍거나 혹은 이 대표의 단독 사진을 활용했습니다. 
 
눈에 띄는 것은 현재 국민의힘 의원이 현역으로 있는 중·강화·옹진의 조택상 후보가 5개로 가장 많은 이 대표의 사진을 사용했다는 점입니다. 조 후보는 인천시 정무부시장으로 재직하면서 자신이 이뤘던 일들을 소개하는 것과 함께 민주당의 공통 공약을 소개하는 페이지에 이 대표의 모습을 집중적으로 담았습니다.  
 
이 외에 민주당 영입인재인 노종면 부평갑 후보(2회), 박선원 부평을 후보(1회), 이 대표의 비서실 차장 출신 모경종 서구병 후보(1회) 등이 이 대표의 사진을 공보물에 활용했습니다. 
 
박찬대(연수갑), 허종식(동·미추홀갑), 맹성규(남동갑), 유동수(계양갑) 등 현역 의원들은 되레 이 대표의 사진 없이 자신들의 21대 국회 공적을 강조했습니다. 국민의힘 의원이 현역으로 있는 동·미추홀을에 도전하는 남영희 후보 역시 이 대표의 얼굴을 감췄습니다. 남 후보는 윤석열정권을 공격하는 내용도 크게 부각하지 않은 채 자신의 지역 공약에 집중했습니다. 
 
김진양·유지웅 기자 jinyangkim@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 김진양

안녕하세요. 뉴스토마토 산업1부 김진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