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4월 위기설' 없다지만…건설사 '미수금' 수면 위
박상우 국토부 장관 "4월 위기설 과장"
리츠·보유토지 매각으로 유동성 확보…효과 '미지수'
건설사 잠재부실 지표 '미수금·미청구공사금액' 증가세
미분양 해소 요원…건설사, '선별적 수주' 매달릴 것
입력 : 2024-04-03 15:57:48 수정 : 2024-04-03 17:09:42
 
[뉴스토마토 송정은 기자] 정부가 태영건설 발 부동산 PF 부실 우려로 제기된 건설업계 '4월 위기설' 일축에 나섰습니다. 국토교통부 등 정부 관계기관은 PF 시장 연착륙과 미분양 해소, 유동성 확보를 위한 리츠 도입과 건설사 보유토지 매각 등 다양한 방안을 강구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건설업계의 재무구조에 대한 불안감은 큽니다. 일종의 '뇌관' 역할을 할 수 있는 미수금과 미청구금액 등 잠재적 부실지표가 여전히 높게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업계와 전문가들은 건설사들의 미수금이 증가할 경우 부동산 경기 침체는 더 길어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습니다. 
 
박상우, "PF 시장 연착륙 추진"…'4월 위기설' 정면 반박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2일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최근 PF 위기상황이 과장돼 있다"고 태영건설 워크아웃을 계기로 확산하고 있는 건설업계 '4월 위기설'을 일축했습니다. 4월 위기설은 오는 10일 열리는 총선 전까지 정부가 건설업계 부실 사업장과 건설사들을 인위적으로 방어하고 있지만, 총선 후에는 모든 부실들이 한꺼번에 터지며 건설업계가 줄도산 위기를 맞는다는 우려를 일컫습니다.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이 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취임 100일 간담회에서 '건설경기 회복 지원 방안'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 장관은 "정부 내에서도 PF 시장에 대해 우려를 표하고 있지만, 항간에 떠도는 4월 위기설처럼 일하지 않는다"며 "PF 시장을 연착륙 시킨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 만큼 질서있게 개선안을 추진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박 장관은 건설업계의 부실 뇌관이 되고 있는 지방 미분양 물량 해소를 위해 기업구조조정 리츠(CR리츠)를 최대한 활용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또 건설업계 유동성 확보를 위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 주도로 올해 안에 최대 3조원 규모로 두 차례에 걸쳐 건설업계 보유토지 매각에도 나섭니다. 
 
정부가 이처럼 건설업계 4월 위기설을 정면으로 반박하고 있음에도 건설사들의 재무구조에 대한 불안감은 여전히 큽니다. 이는 건설업계의 잠재적 부실지표로 통하는 미수금과 미청구공사 금액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잠재적 부실지표 높아…미수금·미청구공사금액 증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GS건설과 신세계건설의 미수금이 전년 대비 큰 폭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GS건설과 신세계건설은 최근 한국신용평가와 나이스신용평가 등 신용평가기관으로부터 재무 불안을 지적받으며 신용등급이 강등된 건설사들입니다.
 
GS건설은 지난해 연결기준 미수금 장부금액 합계가 2조6579억원이었습니다. 이 중 공사미수금은 2조6100억여원, 분양미수금은 400억여원입니다. GS건설의 지난해 미수금 합계는 직전 년도인 2022년의 2조3862억원에서 3000억원 가량 늘었습니다. 
 
신세계건설도 지난해 연결기준 미수금 합계가 136억여원이었는데, 직전 년도의 61억원보다 두 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서울 시내 한 아파트 단지 모습. (사진=뉴스토마토)
 
미분양이나 발주처 미지급 등으로 받아야 할 공사비를 적기에 받지 못하는 미청구공사 금액도 증가추세입니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미청구금액은 발주처와 시공사 간의 공사 진행률 협의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발생한다. 일반적으로 장기간에 걸쳐 진행되는 공사 특성 상 해당 기간에 투입된 원가는 모두 시공사의 손실로 인식된다"며 "미청구 금액이 많을수록 재무상태가 위험하다고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미수금 증가 원인은 넓게 보면 고금리와 경기침체 영향 때문"이라며 "좁게 보면 주택을 위시한 건설시장 침체의 영향이 컸다. 건설사한테 돈을 줘야하는 시행사 등 주체들도 돈이 안 돌다보니 건설사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사업보고서를 공개한 대형건설사들의 지난해 미청구 공사금액을 살펴보면 현대건설이 5조3300억여원으로 가장 많고 삼성물산 1조4300억여원, 대우건설 1조2950억여원, GS건설이 1조2600억여원, DL이앤씨 8900억여원 등입니다. 이들의 미청구 공사금액만 합쳐도 10조원이 넘는 금액입니다. 
 
늘어나는 미분양, 건설업계 부실 '뇌관'
 
문제는 이 같은 건설사의 잠재부실지표가 앞으로도 더 오를 수 있다는 점입니다. 미수금 증가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는 미분양 문제 해결이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국토부의 주택통계에 따르면 올해 2월 기준 전국 미분양물량은 6만4874가구로 전월의 6만3755가구보다 1.8%(1119가구) 늘었습니다. 악성재고로 평가받는 준공 후 미분양 물량도 1만1867가구로 1월의 1만1363가구보다 4.4%(504가구) 증가했습니다. 이는 2020년 12월의 1만2006가구 이후 가장 많은 규모입니다.
 
대형 건설사의 경우 재무불안정성 해결을 위해 금융기관이나 해외자본으로부터 선제적 자금 차입 등의 방안을 강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서울 외 지역 주택사업 의존도가 높은 중견·중소 건설사들의 경우 미수금이 늘수록 위축된 경영을 펼칠 수 밖에 없습니다. 또 미분양 물량의 증가는 언제든 또 다른 태영건설 사태를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습니다. 
 
서울 시내 한 아파트 단지 모습. (사진=송정은 기자)
 
이은형 연구위원은 "수요 측면에서 위축되다 보니 공사 발주 물량이 줄어서 건설사가 일이 없는 상황"이라며 "미수금과 미청구공사 등 지표가 상승하면 건설사들은 더욱 선별적 수주에 매달리게 되면서 건설경기 침체가 지속되는 원인으로 작용"이라고 말했습니다.
 
송정은 기자 johnnyso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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