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국인이라도"…면세점 주류·패션 강화
하늘길 열렸음에도 늘지 않는 외국인 매출
주류·패션 부가 카테고리 강화
정상화 시기까지 내국인 마케팅 집중…"고육책 가까워"
입력 : 2024-04-04 15:26:41 수정 : 2024-04-04 17:11:45
 
[뉴스토마토 김충범 기자] 최근 면세점이 주류·패션 부문을 강화하며 내국인 집중 마케팅에 나섰습니다. 국내 면세점 매출이 코로나19 팬데믹 시기를 거치며 사실상 반 토막 난 데 따른 조치입니다.
 
주요 면세점들은 지난해 하늘길이 열리고 해외 여행객도 늘면서 점진적인 매출 회복을 기대했습니다. 하지만 구매력이 큰 중국인 단체관광객 '유커'의 감소세가 두드러지고 전반적인 면세 소비 패턴까지 변화하면서 고전을 면치 못하자, 주류·패션 플랫폼 집중을 통해 내국인이라도 확보하겠다는 움직임으로 선회했다는 분석입니다.
 
4일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작년 국내 면세점 매출은 13조7586억원으로 전년 17조8164억원보다 22.7% 줄었습니다. 코로나19 발생 직전 연도인 2019년 24조8586억원과 비교하면 거의 반 토막 난 수준인데요.
 
그간 면세점 매출을 떠받치던 외국인 매출이 급감한 탓이 컸습니다. 지난해 해외에서 국내로 들어온 외국인 방문객 수는 602만명으로 전년(156만명) 대비 4배가량 급증했습니다. 하지만 같은 기간 매출은 16조3902억원에서 11조726억원으로 5조원 이상 감소하며, 사실상 방문객 증가 효과를 전혀 누리지 못했습니다.
 
이 같은 외국인 매출 급감에는 면세시장의 주력 수요인 유커와 보따리상인 '따이공'의 발길이 대폭 줄었고, 이에 따른 업계의 대규모 쇼핑 위주 마케팅 패턴에서 벗어나지 못한 점이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는데요.
 
반면 내국인 매출은 2022년 1조4262억원에서 지난해 2조6859억원으로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면세점 입장에선 내국인 마케팅 강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일 수밖에 없는 토양이 조성된 셈인데요.
 
이 가운데 면세점이 주목하고 있는 카테고리는 주류입니다. 내국인들이 면세점에서 주요 구매 품목 중 하나로 주류를 택하면서 업계가 관련 제품 확대에 나선 것이죠.
 
특히 술 면세 한도는 지난 2022년 9월 1인당 1병(1리터·400달러 이하)에서 2병(2리터·400달러 이하)으로 확대된 바 있는데요. 여기에 관세청이 주류 면세 한도 추가 확대를 검토하고 있는 점도 업계로서는 간과하기 어려운 부분입니다.
 
이에 주요 면세점들 역시 객단가가 높은 위스키 제조·수입사와 손을 잡는 추세인데요. 롯데면세점은 지난달 말 대만 싱글몰트 위스키 '카발란' 제조사인 '킹카그룹'과 전략적 업무협약을 체결했습니다. 또 신라면세점은 싱글몰트 위스키 '글렌알라키' 등을 국내에 수입·유통하는 '메타베브코리아'와 협력 체계를 구축하고 주류 확대에 나섭니다.
 
패션 분야에도 공을 들이고 있는데요. 롯데면세점은 하반기 경 해외 사업자와 국내 사업자를 연결하는 B2B(기업 대 기업) 방식의 패션 플랫폼을 선보일 계획입니다. 아울러 아미, 메종키츠네 등 프랑스 유명 패션 브랜드를 이달 1일부터 온라인 채널에 정식 입점시켰는데요.
 
한 면세점 관계자는 "코로나19 종식으로 점진적인 매출 회복을 기대했지만 아직 외국인 매출이 기대만큼 올라오지 못하는 실정"이라며 "대신 내국인들의 여행 수요 회복세가 빠르고 주류, 패션 등이 이들의 주요 쇼핑 리스트 품목인 점에 착안, 관련 콘텐츠를 강화해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오랜 세월 면세 업계는 외국인 매출이 근간인 구조였다. 하지만 유커 감소, 엔화 약세에 따른 일본의 급부상 등으로 과거와 같은 호조세를 기대하기는 어려워졌다"며 "사실 면세점 주력 품목이 화장품, 명품임을 감안하면, 주류, 패션까지 영역을 넓히고자 하는 것은 업계의 고육책에 가깝다. 외국인 매출이 다시 반등하는 시기까지는 업계가 내국인 집중 마케팅을 통한 버티기 전략을 유지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습니다.
 
인천국제공항 면세 구역 전경. (사진=뉴시스)
 
김충범 기자 acech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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