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채 수요예측서 속속 완판 행진
1분기 회사채 발행 역대 최대…투자수요 몰릴 때 서둘러 발행
입력 : 2024-04-05 15:44:02 수정 : 2024-04-07 14:59:03
 
[뉴스토마토 김보연 기자] 대웅제약이 1000억원 회사채 발행 모집에 9배 넘는 수요가 몰리면서 안정적으로 자금 수혈에 성공했습니다. 올해 들어 회사채 발행시장을 찾는 기업들이 끊이지 않은 가운데 총선 마지막까지 분주한 움직임이 계속되는 모습입니다. 금리 인하 전에 고수익을 얻으려는 풍부한 투자 수요가 뒷받침되면서 조 단위 이상 완판 행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대웅제약은 1000억원 모집에 9310억원의 매수 주문을 받았습니다. 신용등급 A+ 채권으로 개별 민간채권 평가회사 평균금리 기준 ±30bp 금리를 제시해 2년물은 -23bp, 3년물은 -44bp에 채웠는데요. 금리가 높은 것도 아니었는데 2년물 400억원 모집에 3780억원, 3년물은 600억원 모집에 5530억원의 자금이 몰리면서 흥행몰이에 성공한 것입니다. 
 
이날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회사채 발행액은 38조8726억원으로 역대 최대 수준인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지난해 같은 기간 33조2221억원을 발행한 데서 5조원(17%) 넘게 늘었습니다. 
 
이는 금리 인하 전망에 따른 것으로 풀이됩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연내 기준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란 전망에 조금 더 높은 금리의 이자 수익을 원하는 투자자들이 늘면서 기업들도 회사채 발행을 늘린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 개인투자자들은 1분기에만 장외 채권시장에서 3조4353억원어치 회사채를 순매수했습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2조3782억원에서 44% 늘어난 규모입니다. 
 
차환 물량이 몰린 것도 기업들이 회사채 발행을 서두르는 주된 이유입니다. 올해 1분기 회사채 만기 도래 규모는 19조5190억원으로 지난해보다 32.6% 늘었습니다. 
 
4월에 들어서도 회사채 시장의 열기는 식지 않았습니다. 지난 1일과 2일 회사채 수요예측을 진행한 10개 기업이 모두 완판에 성공했습니다. 이들의 수요예측에 몰린 주문금액은 총 8조3860억원에 달합니다.
 
AA급 우량채권에는 조 단위 매수 주문이 접수됐습니다. SK하이닉스(신용등급 AA)는 3800억원 규모 수요예측에 2조8550억원의 자금이 몰렸습니다. GS파워(AA)와 교보증권(AA-)은 모두 모집 물량의 10배가 넘는 주문이 접수됐습니다.
 
A급 회사채도 흥행에 성공했습니다. 올해 들어 신용등급이 ‘A-’에서 ‘A’로 상향된 HD현대일렉트릭은 500억원 모집에 5570억원이 접수됐으며, A급 중에서는 드물게 장기물인 5년물 조달에도 성공했습니다.
 
오랜만에 회사채 시장에 복귀하는 기업들도 목표 금액을 채웠습니다. 3년 만에 회사채 시장에 복귀한 롯데글로벌로지스는 500억원을 발행하는 수요예측에서 2590억원의 자금을 받았습니다. 지난 2021년 6월 이후 회사채 시장을 처음으로 찾은 코오롱인더스트리(A)도 750억원 모집에 3730억원이 모였습니다. 
 
이처럼 기업들이 서둘러 채권시장으로 몰리는 데는 다양한 이유가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우선 이달 중에 예정된 총선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등이 채권시장에 영향을 주기 전에 미리 자금을 확보하려는 의도가 있습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폭탄 등이 총선 뒤에 터진다"는 이른바 '4월 위기론' 등을 의식한 기업들이 자금조달을 앞당기고 있다는 것입니다. 
 
또 하반기엔 미국 대선 등 대형 이벤트가 대기 중인 만큼 당장 급하지 않아도 서두르는 기업들도 있는 것으로 파악됩니다. 미국의 금리 인하 시기가 하반기로 미뤄질 수 있다는 전망도 있어 불확실성이 크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일례로 대웅제약은 900억원어치 회사채 만기일은 7월이지만 이번에 한 발 앞서 차환에 나섭니다. HD현대일렉트릭도 앞당겨 조달한 자금을 오는 7월과 12월의 은행 차입금 상환에 투입한다는 계획입니다.
 
다만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시장의 우려와는 달리 총선 후에도 회사채 시장이 급격하게 위축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지적합니다. 황 연구위원은 "4월 위기설과 달리 회사채 발행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라며 "올해 금리가 하향 안정화될 가능성이 높으며 경영활동이 활발해지면서 자금 수요가 늘어날 것이기 때문에 회사채 발행 역시 견조하게 증가하는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대웅제약이 1000억원 회사채 발행 모집에 9배 넘는 수요가 몰리면서 안정적으로 자금 수혈에 성공했다. (사진=대웅제약)
 
김보연 기자 boye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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