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대북제재 감시망'…중·러 없이 실효성 담보?
대북제재위 전문가 패널 활동 30일 종료…“한미일 주도 감시망, 정치적 의미만 있어” 지적
입력 : 2024-04-23 15:21:45 수정 : 2024-04-23 18:08:03
[뉴스토마토 한동인 기자] 대북제재 이행의 '감시탑' 역할을 해 온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 패널의 활동이 이달 말로 종료됩니다. 관련해 한미일은 유엔 안팎의 '대안 기구' 마련을 위한 논의에 들어갔습니다. 하지만 북한 무역의 95% 이상을 차지하는 중국·러시아가 빠진 기구 마련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됩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주 유엔 미국대사를 접견하며 악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유엔 안팎서 '대안' 마련 고심
 
지난 14~20일 한국과 일본을 찾은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주유엔 미국대사는 활동 종료를 앞둔 대북제재위 전문가 패널의 감시 기능을 계승할 대안에 대한 모든 선택지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토머스-그린필드 대사는 "유엔 총회든 유엔 밖의 체제든 모든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한국, 일본을 비롯한 뜻을 함께하는 다른 이사국들과 창의적인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고 공개했습니다. 
 
특히 중국과 러시아가 참여하지 않는 '대안'을 만드는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 "당연하다"고 답했습니다.
 
주유엔 미국 대사가 대북제재위 패널을 대체할 새로운 메커니즘을 만들겠다고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인데요. 현재 두 가지 방안이 거론됩니다. 
 
우선 유엔 안보리 산하는 아니지만 유엔 총회 산하에 대북제재 이행 감시 메커니즘을 신설해 대북제재 이행 상황을 추적하는 방안입니다. 유엔 총회를 거치는 방법은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러시아의 반대와 무관합니다.
 
이 경우 유엔의 예산 지원을 받게 되는데, 임기 연장을 위해서는 매년 총회 차원의 새로운 결의를 받아야 합니다.
 
다른 하나는 한미일 주도 하에 개별 국가들과 비정부기구(NGO) 협력으로 대북제재 감시 이행 기구를 만드는 방법입니다. 주요 7개국(G7)과 캐나다·호주 등의 연대가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는 유엔 체제 밖에서 새로운 감시 체제를 만드는 건데, 이에 대해 미국 노트르담대학의 조지 로페즈 명예교수는 <VOA>(미국의소리) 인터뷰에서 "다른 많은 국가들과 교류하고 지속적으로 관여하지 않으면 처음부터 활동의 정당성을 잃을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지난해 2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안 투표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달러 중심' 제재 무용지물
 
문제는 두 가지 방안 모두 중국·러시아의 협조가 불가하다는 점입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의 '2022년 북한 대외무역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의 대중국 무역 의존도는 96.7%입니다. 또 올해 1분기 북한의 대중 수출액은 지난해 대비 94.4% 증가해 두 배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여기에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북한으로부터 무기를 받는 대신 연료를 비롯한 물자를 전달하는 것으로 알려집니다. 실제로 <뉴욕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러시아 선박은 북한과 블라디보스토크를 꾸준히 오가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중국·러시아가 협력하지 않는 대북제재는 '무용지물'이라고 지적합니다. 북한 경제의 중국·러시아 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달러 중심' 경제 제재가 무의미하다는 겁니다.
 
정재흥 세종연구소 중국연구센터장은 <뉴스토마토> 통화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미 대북제재에 관여하지 않겠다고 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꼬집었습니다.
 
특히 "중국이나 러시아가 이미 해외 교역에 있어 달러의 비중을 줄이고 위안화와 루블화 결제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며 "대북제재가 지난 수십 년간 효과를 볼 수 있던 건 중국과 러시아의 동참 때문인데, 두 나라가 빠졌다는 건 엄청난 변화를 야기하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제성훈 한국외대 러시아어과 교수도 "중국·러시아의 참여가 없는 대북제재는 실효성이 전혀 없다"며 "한미일 주도의 대북제재 감시망 마련은 실질적 제재보다 정치적 의미가 강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일각에서는 제재 위반 사안을 적발하는 것만으로도 중국·러시아에 대한 압박을 가할 수 있다는 주장을 내놓는데요. 이에 대해 제성훈 교수는 "제재 위반 근거라는 것이 최근 나오고 있는 위성·항공 사진인데, 이는 증거가 되기 어렵다"며 "사실 중국이나 러시아가 부인한다면 무용지물이 되는 것"이라고 반박합니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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