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진단)공사비 불협화음…"중재 개입 이뤄져야"
입력 : 2024-04-23 16:04:53 수정 : 2024-04-23 17:07:29
 
[뉴스토마토 홍연 기자] 고금리와 원자잿값·인건비 상승에 따른 공사비 증액으로 갈등을 빚는 재개발·재건축 사업장이 늘고 있습니다. 정부는 공사비 갈등 중재에 나섰으나 강제성이 없고, 국회에선 관련 개정안도 발의됐지만 현재까지 계류 중이라 답보 상태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정책적으로 중재 개입이 필요하고, 건축 기술과 설계·감리·시공의 고도화를 통해 비용을 줄이는 것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읍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KICT)의 공사비원가관리센터 통계에 따르면 지난 2월 전체 건설공사비지수는 154.81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2022년 2월 142.38 대비 8.7%, 2021년 2월의 124.84과 비교해 24%나 올랐습니다. 물가 상승과 더불어 안전과 환경 절차가 강화되면서 공사원가가 치솟고 있는데요. 건설사가 공사비 증액을 요구하고 있지만 조합 측이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공사가 중단되거나 착공도 하지 못한 곳이 늘고 있습니다. 
 
현재 도시정비법엔 공사비 검증 요건이 규정돼 일정 수 이상의 조합이 요청하거나 공사비가 10% 이상 오른 경우 시행자가 한국부동산원에 공사비 검증을 요청할 수 있습니다. 한국부동산원에 공사비 검증을 신청한 건수는 제도가 도입된 2019년 3건에서 2020년 13건, 2021년 22건, 2022년 32건, 2023년 30건으로 점차 증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검사비 검증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 데다 검증 항목에서 물가 변동이나 금융비용 등이 제외되는 경우가 많고, 민간 주체 사이의 계약인만큼 정부 중재안에는 강제력이 없습니다.
 
 
사업기간 단축 중요…인허가 관청 중재개입 필요
 
전문가들은 공사비 갈등의 악순환을 끊기 위해서는 건설사에서는 공정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고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합니다. 또한 분양가를 억제하기보다 분양가 심의가 제대로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설명입니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건축기술과 설계·감리·시공의 고도화를 통해 비용을 줄여야 한다"면서 "정부에서도 해당 기술이 보급될 수 있도록 연구개발(R&D) 예산에서 혜택이나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사업이 지연될수록 공사비는 올라 합의가 더욱 어려워지는 악순환 때문에 사업 기간 단축이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김효선 NH농협은행 All100자문센터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전문가들이 투입돼 중단된 사업장이 속도를 낼 수 있도록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면서 "사업 단계별로 구분해 전문가 자문단을 구성해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주임교수는 "우리나라는 인허가 기간이 너무 길어 이를 줄여 공사 일정을 앞당겨야 한다"면서 "이와 더불어 분양가 자율화로 분양가를 현실에 맞춰 받으면 공사비 부담에 따른 추가 분담금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정책적으로 인허가 관청에서 중재개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전영준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미래산업정책연구실장은 "공사비 증액분 전부에 대해 다툼이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상호 인정되는 범위만큼은 지급을 빨리해서 공사 정지가 이뤄지지 않게 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면서 "사인 간의 계약이라 규율하기 어렵지만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움직일 여지가 많아 조금 더 중재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공사비 분쟁이 지속되면서 도심 주택 공급에 대한 우려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실제로 건설공사비 증가와 주택시장 경기 위축으로 사업성이 악화하면서 주택 공급도 지연되고 있는데요. 국토연구원의 '주택 공급 상황 분석과 안정적 주택공급 전략' 리포트를 보면 지난해 서울 주택공급 인허가 실적 등이 당초 수행계획 대비 30%대 수준으로 나타났습니다. 지난해 전국 주택공급 실적(연평균 대비)은 인허가(38만9000가구)와 준공(31만6000가구)이 70%를 넘었지만 착공(20만9000가구)은 47.3%로 낮았습니다.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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