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나먼 주4.5일…대한민국 대표기업 삼성마저
임원 주6일 출근, 직원 유급휴가 놓고도 갈등…주4.5일 시범 시행과 대조
입력 : 2024-04-26 16:00:00 수정 : 2024-04-26 23:11:49
[뉴스토마토 임유진 기자] 삼성이 전 계열사 임원들을 대상으로 주6일제 시행에 돌입한 가운데, 직원들의 유급휴가 추가 제안마저 반대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대한민국 대표기업' 이미지에 금이 갔다는 분석이 제기됩니다. 주4일제에 앞서 일부 기업에서 주4.5일제를 시범 시행하고 있는 것과도 대조적입니다. 특히 재계 1위인 삼성이 시행하면 기업들 전반적으로 모델이 확산되었다는 점에서 염려도 뒤따릅니다. 
 
삼성전자 서초사옥.(사진=연합뉴스)
 
정치권에서는 우리나라 노동시간이 과도함에 따라 일과 가정의 병립이 힘들어지는 것은 물론 과로사 등이 늘고 있다며 야당을 중심으로 주4.5일제 도입을 서두르고 있습니다. 기업들로서는 아직 대다수가 반대 입장입니다. 다만 일부에서는 오히려 일의 효율을 도모할 수 있다며 긍정적 검토도 뒤따릅니다. 한일시멘트가 시멘트업계 최초로 격주로 4일제를 도입했으며,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 형제들은 2022년부터 주4.5일제를 시행 중입니다. CJ ENM 등도 주4.5일제를 운영 중입니다. 해외로 눈을 돌리면 아이슬란드, 뉴질랜드, 스웨덴, 독일, 일본 등이 주4일제 도입에 적극적입니다. 
 
하지만 최근 삼성은 반도체 위기 등을 이유로 전 계열사 임원들에게 주6일 출근을 제시해 논란이 됐습니다. 당초 삼성전자 개발·지원 분야 등을 중심으로 임원 6일제 근무가 시행되고 있었는데, 이번에 삼성전기, 삼성SDI, 삼성SDS, 삼성디스플레이까지 범위를 확대한 겁니다. 글로벌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고 경영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비상경영이 불가피하다는 측면에서 내린 결정으로 전해졌습니다.
 
이찬희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22일 삼성 주요 계열사 임원들의 주6일 근무에 대해 "삼성뿐 아니라 국가 전체가 위기고, 한국뿐 아니라 글로벌 경제 위기로 느끼시는 부분이 많은 것 같다"며 "삼성도 위기의 여파를 받고, 전 세계를 주도하는 사업 분야에서 치열한 경쟁을 하니 위기라고 봐야 할 것"이라고 정당성을 '위기'에서 찾았습니다. 실제, 삼성은 지난해 매우 힘든 한 해를 보내기도 했습니다. 
 
이에 더해 삼성전자는 지난달 노사임금·단체협약(임단협) 조정회의에서 유급휴가 하루 추가를 놓고 갈등을 빚은 것으로 확인돼, 추가 논란이 불가피해졌습니다. 특히 다른 기업들의 경우 통상 임단협 과정에서 임금 인상률 및 성과급 등을 놓고 노사가 다투는 것과 달리 삼성전자는 임금 인상폭에 대해서는 어렵지 않게 합의점에 도달한 가운데 유급휴가가 쟁점이 되었다는 점에서 매우 이례적이라는 평가입니다. 
 
재계 관계자는 "노사가 임금 인상률에는 점접을 이뤘으나 유급휴가 하루 추가라는 지엽적인 문제를 놓고 갈등을 확전시킨 것 자체가 실기한 전략"이라며 "삼성이 임원들 대상으로 주6일 근무를 전 계열사로 확산한 마당에 직원들 유급휴가까지 제동을 걸었다면 노사 문화에 있어서만은 여론의 좋은 평가를 받기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다른 관계자는 "임원이 출근하면 밑에 직원들도 가시방석"이라며 "임원 6일제가 시행되는 상황에서 주4.5일제는 먼 얘기"라고 했습니다.
 
임유진 기자 limyang8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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