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림돌 많은 펫보험…보험사들, 손해율 관리 각양각색
동물병원·수의사단체와 손잡고 데이터 확보
자체 데이터 기반 상품 다양화 잰걸음
입력 : 2024-05-02 06:00:00 수정 : 2024-05-02 07:57:29
 
[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펫보험의 보험상품 비교·추천서비스 플랫폼 입점을 앞두고 보험사들이 손해율 관리에 만전을 기하고 있습니다. 반려동물 질병 관련 데이터를 대규모로 갖고 있는 동물병원이나 수의사단체와 협력하는 등 손해율 관리를 위한 양질의 데이터 확보 경쟁에 나선 모양새입니다. 
 
양질 데이터가 손해율 좌우 
 
1일 금융권에 따르면 보험사들은 반려동물 치료비 보장을 확대하거나 특화 보장을 신설하는 등 경쟁적으로 펫보험 상품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현재 펫보험 시장이 매년 두 자릿수 성장세를 보이고 있고 플랫폼에서 가입이 더욱 용이해지며 시장 성장도 기대되는 상황입니다.
 
보험사들이 펫보험 손해율 관리를 어떻게 하느냐가 관건으로 꼽힙니다. 손해율은 보험사가 상품을 만들 때 지급액 등을 손해액으로 간주해 산출합니다. 손해율은 곧 보험료를 결정하고 보험사의 실적과 직결되기 때문에 상품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입니다.
 
사람 중심으로 만들어진 보험 제도가 동물 대상으로 확대되기 위해서는 관련 통계가 절실합니다. 다만 동물은 사람과 달리 등록제가 강제화되지 않았고 개체 식별도 어려운 상황입니다. 아직까지는 펫산업 규모에 비해 펫보험 가입률은 크지 않습니다. 그렇다 보니 다양한 특약을 탑재한 상품은 많지만 손해율 관리는 업계에서 대부분 영업 비밀로 취급되고 있습니다.
 
보험사들이 펫보험을 취급한지 시간이 지나면서 동물 진료 관련 데이터를 축적하는 곳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반려동물이 언제 치료를 받고, 소비자들이 지불한 진료비 데이터를 기반으로 손해율 관리를 하는 것입니다.메리츠화재는 동물병원협회·서울시수의사협회 등 수의사업계와 연달아 업무협약을 맺고 반려동물 보험 활성화를 위한 협업 체계 구축에 나섰습니다.
 
현대해상은 펫보험에 7·10년 만기 상품을 추가했습니다. 기존 펫보험은 3·5년 만기로 갱신주기가 짧아 보험료 인상 부담으로 이어졌습니다. 이번에는 반려동물의 평균 수명이 늘어난 점을 고려해 상품을 개정하게 됐습니다. 현대해상이 장기보험 상품에 집중할 수 있었던 건 1년짜리 단기 보험이나 배상 책임 등에서 꾸준히 쌓은 데이터가 기반이 됐습니다.
 
삼성화재는 동물등록증을 등록하면 월 보험료에서 5%를 할인해 주고 있습니다. 보험료 부담을 줄이는 것에 핵심을 둔 삼성화재 펫보험은 동물등록 등을 권장하는 방식으로 가입자 정보의 정확성을 높이고 있습니다.
 
보험사 관계자는 "최근 인구구조가 급격하게 변화하면서 동물도 사람 가족처럼 반려자라는 인식이 생겼고, 자녀와 똑같이 키우는 층이 넓어졌다"며 "여기에 디지털이 발달하면서 정보가 많다보니 펫보험 관심도가 높다"고 말했습니다.
 
펫보험이 곧 보험 비교·추천서비스 플랫폼에 탑재 시장 활성화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지만 손해율 관리가 펫보험 성공 유무를 가릴 핵심이 될 전망이다. 사진은 지난해 6월1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스타트업 박람회에서 한 스타트업 관계자가 AI 기반 반려동물 생체인식 어플을 소개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손해율 관리돼야 상품 다양화 가능"
 
보험업계의 펫보험 진출 역사를 보면 15년여 전으로 거슬로 올라갑니다. 지난 2008년 동물 등록과 학대 방지 내용을 담은 동물보호법 개정안 시행을 앞두고 펫보험이 처음 등장했습니다. 당시 동물복지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삼성화재와 현대해상, KB손해보험(당시 LIG손해보험) 등이 잇따라 상품을 출시했습니다.
 
당시 시장 반응은 냉랭했습니다. 당시만 해도 펫산업이 발달하지 않았기 때문에 펫보험은 생소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보험사들은 반려동물 관련 통계가 부족해 보험료 산출에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소비자들은 비싼 보험료를 감당하면서까지 가입 필요성을 느끼지 못 하는 분위기였습니다.
 
가입률이 저조하고 수익은커녕 손해율만 악화되자 펫보험은 슬그머니 시장에서 사라졌습니다. 이후에도 손보사들은 지속적으로 펫보험을 내놨지만 대부분 4~5년도 버티지 못하고 물러났습니다. 현재 펫보험 점유율 1위를 지키고 있는 메리츠화재도 2013년 펫보험 시장에 뛰어들었다가 철수하 바 있습니다.
 
보험개발원이 2019년 보험개발원이 정보의 비대칭성을 해소하고 표준 진료비 적용, 보험료 산출 데이터화 등 제도 개선에 나서기 시작하면서 펫보험 시장은 새 국면을 맞았습니다. 메리츠화재, 삼성화재, 현대해상 등 초기부터 펫보험을 내놓았던 보험사들은 물론 한화손해보험, DB손해보험, NH농협손해보험 등 11개 손보사들이 경쟁적으로 펫보험 상품 판매에 나섰습니다.
 
그 결과 보험사들의 펫보험 보유계약건수는 2019년 2만5000여건에서 2021년 5만건이 넘게 늘어났고 이 기간 수입보험료도 87억원 수준에서 213억원을 초과했습니다. 지난해는 보유계약 11만건, 수입보험료 443억원을 기록하며 매년 비약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지난해 손보사의 펫보험 신계약 건수는 5만8456건으로 전년 대비 39% 증가했습니다. 다만 반려동물 규모 대비 펫보험 시장은 아직 태동기에 불과합니다. 800만 마리로 추정되는 반려동물 시장에서 보험 가입률은 1.4%에 불과합니다.
 
따라서 펫보험 시장은 블루오션으로 꼽히기는 하지만 동물 등록제 활성화와 비문·홍채 등 개체 식별, 진료비 공시·정보 표준화 등 손해율 개선을 위한 제도 개선은 산적한 과제입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펫보험은 계약 기간이 3~5년 정도로 짧고 보험사에서 수익 비중도 크지 않기 때문에 당장 손해율이 나빠도 리스크가 크진 않다"면서도 "하지만 과거부터 이어져 온 개체 식별 문제나 과잉진료를 막기 위한 제도 개선이 있어야 성장 한계도 극복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펫보험 시장은 블루오션으로 꼽히지만 동물 등록제와 비문·홍채 등 개체 식별, 진료비 공시·정보 표준화 등 손해율 개선을 위한 제도 개선은 산적한 과제다. 사진은 2022년 4월1일 서울 서초구 aT센터에서 열린 펫쇼에서 강아지가 모자를 쓴 모습. (사진=뉴시스)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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