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굴기, 위협 아닌 현실)주력 산업 대중국 수출 부진…글로벌 경합도 증가
중국 자급화로 수출 부진…글로벌 수출도 경합
주력 품목 최근 5년간 대중국 수출 하향세 뚜렷
중국 수출 부진 배터리, 글로벌 수출 성장도 둔화
“중국 추격은 불가피…산업 진화가 단절된 게 문제”
입력 : 2024-05-10 16:00:00 수정 : 2024-05-10 16:00:00
 
[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중국이 국내 산업을 추격해 글로벌 경합도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과거 한국이 일본을 추격해 경쟁했던 구도가 재연되는 모양새입니다. 일본은 고부가가치 산업 위주로 재편해 한국과 분업화된 공급망 구조를 완성했지만, 한국은 중국 추격에서 벗어날 산업 진화가 더디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산업 구조적 혁신과 더불어 진화 시간을 벌기 위해 미중간 공급망 재편 구도를 활용해야 한다고 분석가들은 조언합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력 산업 대부분 대중국 수출이 부진하며 글로벌 경쟁에서도 경합도가 증가한 것으로 분석됩니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가전제품, 정보통신기기, 화공품, 철강, 배터리 등 주력 수출품목 모두 최근 5년간 대중국 수출 하향세가 뚜렷합니다.
 
수출 중량 기준, 가전제품은 대중국 수출이 5년 평균 –22.1% 성장률을 기록했습니다. 또 디스플레이는 –22%, 반도체는 –0.3%, 정보통신기기는 –19.6%, 철강은 –8.7%, 화공품은 –5.2%, 배터리는 –17.6%를 나타냈습니다. 5년 내 시간이 경과될수록 부진이 더 심해진 경향입니다. 중국의 기술향상과 자급력 확대 등으로 한번 따라잡힌 물량은 다시 되찾기 어렵다는 점을 방증합니다. 수출부진을 극복하기가 어려운 형편입니다.
 
반도체의 경우 2023년에만 마이너스(-44.6%)로 꺾였는데 업황 부진 여파가 커 보입니다. 다만 최근 화웨이 모바일에서 칩 국산화가 확인돼 업황이 회복된 뒤 추이가 주목됩니다. 마지막 보루로 여겨졌던 반도체마저 중국이 얼마나 따라왔을지 관건입니다.
 
자동차는 승용차가 대중국 수출 증가세를 보이나, 미래 산업인 전기차만 보면 급격한 하락세를 보이는 터라 전망이 어둡습니다. 승용차는 5년 평균 402.8% 성장률을 기록했습니다. 그런데 2023년 44.5%로 갈수록 성장이 둔화됐습니다. 전기차는 수출이 시작된 기간이 짧습니다. 그래서 월별로 보면, 2023년 5월부터 올 들어 3월까지 평균 –13%를 기록했습니다. 3월엔 –68.7%를 나타내 갈수록 부진한 모습입니다.
 
수출 부진 원인이 중국의 추격인 바, 대중국 수출 부진은 글로벌 수출에도 동조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배터리는 대중국 수출이 급감하자 글로벌 수출을 확대하는 전략을 써왔으나, 대글로벌 수출도 2022년부터 성장이 둔화됐습니다. 2021년엔 12.4% 증가했던 대글로벌 배터리 수출은 2022년엔 마이너스(–5.6%) 전환했습니다. 2023년엔 1.6% 소폭 회복했습니다. 그사이 국내에선 중국산 수입이 증가해 배터리 무역적자폭이 커지는 추세입니다. 2019년엔 2억2700만달러였던 적자 폭이 2023년엔 78억3827만달러까지 커졌습니다.
 
분석가들은 수출 산업 경쟁력 회복을 위해 고부가가치 영역으로의 산업 진화가 절실하다고 강조합니다. 아직까지 범용재 중심, 가격경쟁력, 공정혁신 중심 산업구조에서 탈피하지 못했다는 진단입니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중국이 우리 저부가가치 상품들, 지금은 저부가가치 이상까지 대체하기 시작했는데 경제 발전단계에서 자연스런 현상”이라며 “문제는 중국이 대체하는 게 아니고 우리가 새 프리미엄 상품군으로 진화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일본이나 독일의 경우 특수재라든지 고부가가치 중심으로 진화를 했다”며 “그렇게 되니까 중간재 부분도 중요해지고 산업 고도화가 일어나며 제조업이 발전해 갔는데 우리는 그 진화가 단절돼 있다. 중간재 산업 혁신이 일어나려면 (대중소)전속계약관계가 해체돼야 하고 그러자면 경제력 집중을 완화시켜 최종재 산업 내 경쟁이 일어나야 한다”고 분석했습니다.
 
아울러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는 사이 진화 계기를 만들 시간을 벌 수 있다. 중국이 미국에 직수출 못하니 한국을 통해 갈 것도, 반도체 등 공급망을 아시아권에서 우리 중심으로 가져올 것도 활용하면 기회가 된다”고 조언했습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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