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지배구조 핵심 ‘글로비스’, 무차입경영 전환
지난해 순차입금 마이너스 전환…1분기까지 이어져
실적 부진하나 현금흐름 개선된 재무관리 성과
“글로비스 가치상승은 지배구조 개편에 필수적”
입력 : 2024-05-13 14:58:38 수정 : 2024-05-13 17:17:19
 
[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현대글로비스가 지난해부터 올 1분기까지 사실상 무차입경영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영업실적은 부진하나, 재무관리를 통해 차입금이 줄고 보유현금이 늘어난 결과로 풀이됩니다. 현대차그룹 내 핵심 회사로 꼽히는 현대글로비스의 재무사정이 좋아질수록 지배구조 개편도 수월해질 전망입니다.
 
 
13일 현대글로비스에 따르면 지난해 차입금은 2조331억원(회사채 포함), 보유 현금은 2조2908억원으로 현금이 더 많아 사실상 무차입경영 상태로 전환했습니다. 순차입금이 –2577억원입니다. 2022년만 해도 차입금이 현금보다 많았습니다. 그러다 작년 당기순이익이 감소했지만 차입금이 줄고 현금이 늘어난 덕분에 순차입금은 마이너스로 바뀌었습니다. 작년 장기차입금이 15.1% 감소해 전체 차입금도 4.8% 줄었습니다. 특히 현금이 11.2%나 늘었습니다. 내역을 보면, 영업에서 벌어들인 직접적인 현금유입은 감소했으나, 매출채권과 재고자산을 줄여 현금흐름이 개선된 결과입니다.
 
올 1분기 무차입경영 상태는 한층 좋아졌습니다. 1분기 차입금은 1조7962억원, 현금은 2조9419억원입니다. 순차입금이 –1조1457억원을 기록할 정도로 현금이 대폭 늘어났습니다. 1분기에도 영업이익은 전년동기대비 5.4% 감소하는 등 영업실적은 크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현대엔지니어링 실적 개선 등에 힘입어 지분법이익이 상승했습니다. 이는 영업이익이 감소했음에도 당기순이익이 7.9% 증가한 데 기여했습니다. 1분기엔 매입채무도 2조1517억원으로(작년말 1조7912억원) 늘어나 현금사정에 도움을 줬습니다.
 
무차입경영은 추후 채권을 발행하는 데 유리합니다. 채권 원금 회수 위험성이 낮아지는 만큼 이자율을 낮출 수 있습니다. 마침 회사는 친환경 선대 투자를 확대할 계획입니다.  이를 위해 채권 발행이 유효해 보입니다. 지난달 말부터 이미 1조원 넘는 액화천연가스(LNG) 자동차선 이중연료 추진엔진 선박 6척 신조 투자에 돌입했습니다.
 
재계에선 현대글로비스 가치 상승이 정의선 회장의 사내 지분 20%와 얽혀 지배구조 개편 과정의 필수 전제가 될 것으로 내다봅니다. 현대차그룹은 여전히 현대글로비스를 포함한 순환출자를 풀지 못한 상태이며, 금산결합집단에 포함돼 금융당국의 관리 압박을 받고 있습니다. 지배구조 개선 요구 압력이 안팎에서 상승하는 가운데 여러 가지 개편 시나리오가 시장에서 거론됩니다.
 
재계 관계자는 “현대글로비스는 관심을 부인했으나 다시 매물로 나올 HMM의 인수 후보군에도 거론된다”며 “실적이 좋아 현대엔지니어링(현대글로비스가 지분 11.67% 보유) 상장 가능성이 높아진 것도 지배구조 개편의 촉매가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편, 현대글로비스는 그룹 내 저PBR(주가순자산비율 1미만)주로 분류돼 추후 밸류업 정책을 내놓을지도 관심이 쏠립니다. 밸류업 프로그램은 이달 말 확정돼 조만간 시행될 예정입니다. 회사는 순이익이 감소해도 지난해까지 배당을 늘리며 배당성향이 증가한 추세입니다. 배당은 대표적 주주환원 수단이지만 투자여력이 감소할 수 있어 늘어난 배당성향을 유지할지 주목됩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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