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검사'에서 '내로남불'로…'김건희 철벽방어'
검찰 인사로 김건희 여사 수사 '차질'…윤 대통령, 야권 특검 명분 강화 '자초'
입력 : 2024-05-14 17:10:17 수정 : 2024-05-14 18:11:45
지난해 12월15일 네덜란드 국빈 방문 일정을 마치고 귀국한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검찰 인사 후폭풍이 거세게 몰아치면서 윤석열 대통령이 유탄을 맞았습니다. 특히 이창수 전주지검장의 서울중앙지검장 임명을 놓고 '김건희 수사 무마용' 논란이 일면서 윤 대통령이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습니다. 문재인정부 시절 '정의 검사'로 표상된 윤 대통령이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논란에 휩싸였는데요. 정치권 안팎에선 이번 인사가 4년 전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을 패싱하고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수사 라인을 물갈이했던 당시 사태의 판박이라는 비판이 지배적입니다.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은 14일 "'검찰총장 윤석열'과 '대통령 윤석열' 둘이 같은 사람이 맞느냐"고 직격했습니다. 김건희 여사 의혹에 철벽 방어로 일관하는 윤 대통령의 자기부정 행태가 되레 '특검'(특별검사)의 명분만 강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윤 대통령의 '이중 잣대'…검찰 인사 후폭풍 '유탄'
 
앞서 법무부는 지난 13일 서울중앙지검장에 이창수 전주지검장을 보임하는 등 대검검사급 신규 보임 12명, 전보 27명 등 검사 39명에 대한 인사를 단행했습니다. 이번 인사에서 단연 관심을 끈 대목은 김 여사 사건 수사를 지휘하는 서울중앙지검장에 이창수 전주지검장을 임명한 겁니다. 이 지검장은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을 지낼 때 대검찰청 대변인으로 보좌한 대표적인 '친윤'(친윤석열) 인사입니다. 윤 대통령이 김 여사 수사에 대해 노골적으로 방해하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입니다.
 
문제는 윤 대통령의 '이중 잣대'입니다. 윤 대통령 과거 검찰에 공정하고 엄정한 수사를 주문한 것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였는데요. 윤 대통령이 단숨에 대선주자 반열에 오르고,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정의로운 검사 윤석열'의 모습 때문이었습니다. 검사 시절이었던 지난 2013년 10월21일 국회 법제사법위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한 윤 대통령은 국가정보원 댓글조작 사건에 대한 검찰 수뇌부의 수사 외압을 폭로하는 과정에서 "저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고 했고, 이 발언은 국민의 뇌리에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지금의 윤 대통령을 만든 결정적 장면이었습니다. 당시 여주지청장이던 윤 대통령은 수사팀장을 맡아 국정원의 대선 개입 의혹을 파고들었습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이번에 이원석 검찰총장의 임기가 4개월 남은 상황에서 검사장급 대검찰청 참모진을 대거 교체하고 '윤석열 사단' 인사들을 전진배치하면서 김 여사 관련 수사 통제에 노골적으로 나섰다는 비판에 휩싸였습니다. 특히 이 총장이 지방 출장 중일 때 법무부에서 인사 발표가 나오면서 일각에선 '총장 패싱' 논란도 일었습니다. 문재인정부 당시 검찰총장이던 윤 대통령이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인사에 반발했던 사태와 꼭 빼닮았습니다. 
 
실제 2020년 1월8일 조 전 장관 일가 의혹과 유재수 전 부산시 부시장의 감찰무마 사건 등을 지휘한 당시 한동훈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은 부산고검 차장으로 전보됐고, 청와대 선거개입 의혹 사건의 지휘 라인인 박찬호 대검 공공수사부장은 제주지검장으로 이동했습니다. 같은 달 23일엔 조 전 장관 일가 비리 의혹 수사를 담당한 고형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장은 대구지검 반부패수사부장으로 전보됐습니다. 또 조 전 장관 가족 비리 수사를 지휘한 송경호 3차장은 여주지청장으로 좌천됐습니다.
 
취임 후 '김건희 보위'…검찰 인사권 '방탄용' 전락 
 
당시 검찰총장이었던 윤 대통령은 추 장관의 인사에 강력 반발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추 장관의 검찰 인사 단행 후 9개월이 지난 2020년 10월22일 국회 법사위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인사안이 이미 다 짜여 있었다"며 "그런 식으로 인사하는 법은 (과거에) 없었다. 전례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검사 윤석열'은 이른바 추·윤(추미애·윤석열) 갈등에도 권력에 굴복하지 않고 소신을 지켰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윤 대통령은 그다음 해인 2021년 3월4일 "이 사회가 어렵게 쌓아 올린 정의와 상식이 무너지는 것을 더는 두고 볼 수 없다"며 검찰총장직에서 물러났습니다. 이어 윤 대통령은 같은 해 6월29일 "자유민주주의와 법치, 시대와 세대를 관통하는 공정의 가치를 기필코 다시 세우겠다"며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공정과 정의를 앞세워 대선 판에 뛰어든 뒤 20대 대선에서 승리를 거두며 대통령에 당선됐습니다.
 
지난 2021년 3월4일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이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총장직 사의 표명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그러나 윤 대통령은 취임 이후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이나 명품가방 수수 등 김 여사와 관련한 의혹에 대한 진상규명에 대해선 철저하게 사전 차단하는데 나섰습니다. 지난해 12월28일 '김건희 특검법'(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의혹 특별검사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윤 대통령은 이 법안에 대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습니다. 이번에도 검찰이 김 여사 소환 조사를 검토했다가 지휘부가 교체되면서 수사에 제동이 걸렸습니다.
 
윤 대통령은 지난 9일 기자회견에서 김 여사에 대한 검찰 수사와 관련해 "공정하고 엄정하게 잘 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했지만, 이번 검찰 인사로 윤 대통령이 검찰 인사권마저 김 여사 방탄용으로 사용하는 등 내로남불 논란은 더욱 확산되는 모양새입니다. 무엇보다 이러한 윤 대통령의 행보가 야당의 '김건희 특검' 명분을 오히려 강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됩니다. 결국 정권이 붕괴한다면 김 여사가 단초를 제공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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