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대구은행, 시중은행 전환이 달갑지만은 않은 이유
7번째 시중은행 탄생…금융위, 32년 만 인가
"과제 산더미인데, 지역 경제까지 살펴야"
입력 : 2024-05-17 17:24:36 수정 : 2024-05-17 17:2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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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토마토 이성은 기자] 대구은행이 '아이엠(iM) 뱅크'라는 이름의 시중은행으로 거듭난다. 대구은행은 금리적 이점을 고객에 제공하고 영업점을 확대하는 등의 방안을 통해 성장하겠다는 포부다. 다만 기존 시중은행의 역사와 인지도를 따라가기에는 아직 갈 길이 멀다.
  
대구은행 전경.(사진=대구은행)
 
32년만 시중은행 전환 인가
 
32년만에 7번째 시중은행이 출범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6일 9차 정례회의에서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을 인가했다. 이에 따라  대구은행은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은행, 외국계 은행(SC제일·한국씨티) 2곳과 함께 시중은행 대열에 합류하게 됐다.
 
대구·경북권의 지방은행인 대구은행은 지난해 정부의 지방은행 시중은행 전환 추진 발표 직후 전환 의사를 밝히고 지난 2월 은행업 본인가를 신청했다. 
 
금융위원회는 대구은행의 자본금 요건을 비롯해 대주주요건, 사업계획 타당성 등에 대해 검토하고, 해당 조건을 충족했다고 판단했다. 
 
특히 중점을 둔 부분은 내부통제체계의 적정성이다. 금융위원회는 대구은행이 국내 은행 내부통제 혁신 방안에 대해 가장 빠르게 이행했다는 점을 높게 샀으며, 증권계좌 임의 개설 사고에 대해 업무 단계별로 맞춤형 대응방안을 마련했다.
 
대구은행은 만반의 준비를 마쳤다는 입장이다. 우선 ‘iM뱅크’로 사명을 변경하고 영업점을 개점해 고객과의 접점도 늘린다. 대구은행은 3년 내 수도권을 비롯해 충청·강원지역에 영업점 14개를 신설한다. 부족한 영업 채널을 늘려 접근성을 향상시킨다는 계획이다. 우선적으로 원주에 첫 거점 점포를 열 예정이다.
 
오프라인 외에 디지털 채널도 강화한다. 비대면 채널의 대표인 대구은행 앱을 고도화하고 외부 플랫폼과의 제휴도 확대한다. 디지털 강화를 통한 비용절감으로 저금리 상품을 고객에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대구은행은 시중은행 전환을 기념해 리-본 페스티벌(Re-Born Festival) 마케팅도 진행한다. 예적금 특판을 비롯해 투택담보대출을 은행권 최저수준으로 제공하고 가계 비대면 신용대출의 금리를 감면하는 등 순차적으로 실시할 예정이다. 
 
 
 
대구은행은 중신용 중소기업과 개인사업자에 대한 여신 규모도 확대한다. 특히 기업영업전문역(PRM)제도를 활용할 방침이다. 대구은행은 지난 2019년부터 PRM제도를 활용해 기업대출의 증대를 이뤄왔다. 1분기 대구은행의 기업대출은 34조원으로 전년 동기 32조1000억원 대비 1조9000억원 증가했다. 지난해 말 33조3000억원에 비해서도 3개월만에 7000억원 증가한 규모다. 특히 PRM 대출은 지난해 1분기 2조4785억원에서 3조3086억원으로 1년 새 33.5% 증가했으며, 비제조업 위주로 기업여신을 확보했다는 것에 의미가 있다.
 
디지털 채널 경쟁력도 눈여겨 볼 만하다. 비대면 원화대출 대출금과 예수금이 꾸준한 증가 추이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1분기 대구은행의 아임뱅크 앱 이용자는 195만4000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23.3% 증가했다. 디지털 채널을 통한 원화 대출금도 1분기 2조원을 돌파해 2조244억원을 기록했으며, 예수금도 5조337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조6764억원 증가했다.
 
체급 차이, 인지도 등 해결과제 '산더미'
 
대구은행은 외형 성장을 지속하고 있으나, 4대 시중은행에 비해서는 체급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 1분기 4대 시중은행의 총자산은 국민은행 525조9997억원, 신한은행 481조2828억원, 우리은행 442조6175억원, 하나은행 483조2993억원이다. 같은 기간 대구은행의 총자산은 72조8384억원으로 가장 외형이 큰 국민은행과는 7배 넘게 차이가 난다. 
 
기존 시중은행의 역사와 이를 바탕으로 한 영업 채널 차이도 무시할 수 없다. 은행의 인지도가 영업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1분기 기준 서울에 위치한 4대 시중은행의 영업점은 국민은행 274개, 신한은행 264개, 우리은행 271개, 하나은행 221개다. 반면 대구은행은 국내 영업 지점 200개 중 120개가 대구, 59개가 경북에 있고 서울에는 3개 지점만 영업 중이다. 
 
대구은행의 수신 성장성도 의문이다. 16일 기준 대구은행은 이미 4대 시중은행 대비 높은 수준의 금리를 적용해 예금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대구은행의 정기예금 상품 중 가장 높은 금리를 받을 수 있는 상품의 12개월 기준 제공 금리는 3.85%다. 
 
은행 수익의 핵심인 예대마진을 줄이면서까지 높은 금리를 제공했지만 대구은행 저축성예금은 지난해 4분기 대비 1.9% 감소했다. 이 중 정기예금은 2.5%나 줄었다. 높은 금리로 수신을 늘리는 데 한계에 다다른 모습이다. 
 
대구은행이 직면한 과제는 시중은행과의 경쟁뿐만이 아니다.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신경써야 한다. 
 
대구은행은 본점을 대구에 두고 시중은행 전환 이후에도 대구·경북권 기업에 대한 자금 공급을 확대하는 등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는 지역민의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이에 따라 지난 1975년부터 50년 가까이 맡고 있는 대구시 1금고의 자리도 위태로워질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에 “대구은행의 경우 시중은행 전환에 성공했지만 인지도를 비롯해 디지털 혁신 등 많은 과제가 있는 상황”이라면서 “금리 등의 메리트를 제공하면 마진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이를 해소할 노하우와 경쟁력을 갖출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성은 기자 lisheng124@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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