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고 고용률 '그늘'…경제 허리는 '뒷걸음질'
'수출 호조'에 고용 훈풍…4월 취업자 수 26.1만명 증가
한참 일할 '청년층·40대'는 줄고…'고령층' 재취업 늘어
단시간 근로 늘며 고용의 질도 '악화'…"근본적 대책 필요"
입력 : 2024-05-20 16:51:20 수정 : 2024-05-21 09:40:21
[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지난달 우리나라 고용률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정부가 견조한 고용흐름이 이어지고 있다고 자평했습니다. 고용시장의 호조세에 정부는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연간 취업자 수 증가 폭 전망치를 상향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옵니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고용시장의 견조한 흐름 뒤에도 '그늘'이 엿보입니다. 고용시장에 활력을 불어넣는 청년층(15∼29세)과 허리 역할을 해 온 40대 취업자 수는 줄었습니다. 또 양질의 일자리가 아닌 고령층 취업자와 단시간 근로자가 늘어나는 등 일자리의 질도 악화됐습니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착시 효과를 지적하며 고용시장의 구조적 난맥상을 해결할 정책 고민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읍니다.
 
'일자리 질'과 거리 먼취업자 수 전망치 상향 검토
 
20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취업자 수는 2869만3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26만1000명 늘었습니다. 취업자 수는 올해 1, 2월 30만명대 증가세를 이어오다 3월 17만3000명으로 대폭 쪼그라들었습니다. 하지만 수출 호조에 제조업 취업자가 증가하면서 4월 20만명대를 회복했습니다.
 
고용률도 매월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호조세를 기록 중입니다. 15세 이상 고용률은 63.0%로 전년 동월 대비 0.3%포인트 올랐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비교 기준인 15~64세 고용률도 1년 전보다 0.6%포인트 오른 69.6%로 집계돼 동월 기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경제활동참가율 역시 65.0%로 4월 기준 역대 최고를 보여줬습니다.
 
이에 대해 김병환 기획재정부 1차관은 지난 1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16차 일자리전담반(TF) 및 제21차 물가관계차관회의에서 "고용률·경제활동참가율 역대 최고, 20만명대 취업자 증가세 회복 등 견조한 고용 흐름을 확인했다"고 평가했습니다.
 
관가 안팎에선 정부가 내달 발표 예정인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연간 취업자 수 증가 폭 전망치를 끌어올릴 것이라는 전망도 조심스레 나옵니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이달 발표한 '상반기 경제전망'에서 취업자 수 증가 폭을 상향한 점도 이 같은 전망에 힘을 싣습니다.
 
지난 17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 구직자도약보장패키지 관련 안내문이 세워져 있다. (사진=뉴시스)
 
'청년층·40대' 일자리 감소…노동 양극화 '단면'
 
하지만 연령별 취업자 수를 보면 마냥 '견조'하진 않습니다. 연령별로 살펴보면 60세 이상 취업자 수는 전년 동월 대비 29만2000명 늘면서 전 연령층에서 제일 많이 증가했습니다. 반면 청년층 취업자 수는 8만9000명, 40대 취업자 수는 9만명 각각 줄었습니다. 한참 일해야 하는 청년층과 40대는 줄어들고 정년퇴직 등으로 고용시장을 떠났던 고령층의 재취업이 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됩니다.
 
통계청은 청년층의 경우 대학 졸업 후 취업 등 사회 진출 길이 좁아진 영향인 반면, 40대는 인구 자체가 감소하고 있다고 진단합니다. 특히 40대 취업자 수 감소는 고금리 장기화에 내수 부진이 이어지면서 도소매업 업황이 나빠지다 보니 취업자 감소가 두드러졌다는 설명입니다.
 
뿐만 아니라 단시간 근로자도 늘면서 일자리의 질도 악화했습니다. 4월 취업자 수를 취업 시간대별로 보면 36시간 미만 취업자 수는 36만5000명 증가했습니다. 36시간이 단시간 근로자와 전일제 근로자를 나누는 일반적인 기준임을 감안하면, 양질의 일자리는 줄고 임금이나 근무 환경 등이 상대적으로 열악한 단기 일자리는 오히려 늘었다는 평가입니다. 실제 지난달 36시간 이상 취업자 수는 9만4000명 줄었습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자평하는 고용시장 호조세에 '착시 효과'라고 지적합니다. 고용률이 역대 최고 수준으로 올랐지만 고용의 질은 뒷걸음치고 있기 때문에 근본적인 일자리 대책이 필요하다는 주문도 나옵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그동안 40대는 생애 주기로 봤을 때 소득이 제일 높고 생산활동도 가장 활발한 시기였는데, 이제 고용시장에서 옛날보다는 좋은 일자리가 줄어드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라며 "고령층 취업자 수 증가도 경제 전반을 고려했을 때 긍정적인 상황은 아니다"라고 꼬집었습니다. 그러면서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근본적인 고민과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지난 17일 오후 서울의 한 고용센터에서 시민이 일자리 정보 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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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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