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기억하는 노무현…"진영 넘어 미래 그린 실용주의자"
"인간적 매력 많은 사람…진보적이지만 유연한 개혁가"
노무현 정신, 원칙도 신뢰도 없는 현 정치에 큰 울림
노 전 대통령 거침없이 비판한 노사모…"건강한 팬덤"
입력 : 2024-05-22 17:02:02 수정 : 2024-05-22 18:35:44
[뉴스토마토 김진양·박주용·이진하·한동인·윤지혜 기자] "진보적이지만, 유연한 실용주의자"
 
참여정부 인사들은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해 하나같이 "인간적인 매력이 많은 사람"이라고 기억했습니다. 노 전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했던 이들은 노 전 대통령의 소탈하고 인간적인 면모를 먼저 치켜세웠는데요. 국가 백년대계를 결정할 땐 진영을 넘어 미래를 그린 승부사였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첨예한 현안에 대해선 서생적 문제의식과 상인적 현실감각의 조화를 고민한 '실용주의자'였다고 회고했습니다.
 
 
"품 넓은 사람…약속의 정치인"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제2부속실장 등을 역임한 전재수 민주당 의원은 22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노 전 대통령을 "진보주의자이면서 유연한 철학을 가진 실용주의자"라고 회고했습니다. 노 전 대통령 임기에 추진됐던 이라크 파병이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등 진보 진영에서 환영받지 못했던 정책들을 소신 있게 추진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굉장히 진보적이지만 그 틀에 완고하게 얽매이지 않는 유연함"에 있었다고 진단했는데요. 동시에 "원칙적이면서도 절대 거기에 얽매이지 않았던 참 매력적인 사람"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정치권에서 이른바 '노무현 정신'을 그리워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현상에 대해 전 의원은 "품이 되게 넓은 분이었다"며 "그래서 돌아가신 지 15년이 됐음에도 노 전 대통령이 추구하고자 했던 정치 철학 등이 최근에 더 조명되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전 의원은 민주당의 험지로 분류되는 부산에서 출마를 고집하는 것도 "전적으로 노 전 대통령 때문"이라고 말했는데요. 그는 "곡괭이와 삽자루를 들고, 호미와 가래를 들고 국민의힘의 밭을 갈았다. 갈아서 국민의힘의 꽃밭을 국민의힘의 험지로 만들었다"며 "노 전 대통령이 자주 썼던 표현인 '우공이산'(우공이 산을 옮긴다) 철학의 한 조각을 실천했다고 스스로 생각하고 있다"고 자신의 정치관을 설명했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5주기를 하루 앞둔 22일 오전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에서 시민이 노 전 대통령 과거 사진 등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마찬가지로 참여정부 청와대에 몸담았던 김영배 민주당 의원은 '신뢰와 약속의 정치인'으로 노 전 대통령을 기억했습니다. 김 의원은 "노 전 대통령은 자신이 한 말을 끝까지 지키려고 하는 정치인"이라며 "신중하게 말씀하시고, 말씀한 것은 끝까지 지키려고 하는, 그러면서도 잘못됐으면 바로 바꾸기도 하는 그런 사람"이라고 말했는데요. 
 
이어 그는 "깨어있는 시민들이 당당하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정치권력이 신뢰와 약속을 지키면서 공정하게 작동해야 하는데, 요즘 정치는 원칙도, 신뢰도 없고 힘 있는 자만 살아남는다"며 "우리 사회가 공존할 수 있는 원칙과 약속이 필요하다"고 '노무현 정신'이 주목받는 이유를 진단했습니다. 
 
"결단력과 실행력, 끝까지 지켰다"
 
노 전 대통령의 인간적 매력과 올곧음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김진표 국회의장의 퇴임 기자간담회에서도 언급됐습니다. "노 전 대통령 덕분에 정치 인생의 꽃을 피웠다"는 김 의장은 '인간 노무현'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그를 정말 사랑하고 좋아한다. 보고 싶을 때가 많다"고 입을 열었는데요. 그는 "'바보 노무현' 소리를 들으면서 질 것이 뻔한 싸움을 할 때 국민들이 느꼈던 감동이 결국 노무현을 대통령으로까지 만드는 원동력이 됐다"고 평가했습니다. 
 
김 의장은 또 "정치인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옳은 일을 해서는 모든 것을 얻을 수 있다는 결단력과 실행력"이라며 "참으로 어려운 것이지만 노무현은 끝까지 지켜왔다"고 치켜세웠습니다. 
 
참여정부의 시작부터 끝까지 청와대를 지켰던 윤건영 민주당 의원 역시 노무현을 말하면 '소신'이 떠오른다고 했는데요. 그는 "당시를 생각해보면 모든 것이 '노무현 탓'이었다"며 "그런 상황에서 버티고 견디면서 당신이 생각한 정책들을 추진한다는 것은 정말 어렵다. 다들 말은 쉽게 하는데, 행동으로 옮기는 것은 결코 쉬운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참여정부 출신인 김성환 민주당 의원은 "윤석열정부가 편향 외교로 국익이 온데간데없는 반면 노무현 정신은 우리가 가야 할 방향과 가치를 기본으로 두고 국익 중심의 실용외교를 펼쳤다"면서 현 정부에는 부재한 국정 철학을 짚었습니다. 그는 "외교로 볼 때 원칙과 방향은 진보적으로 가져갔지만, 국익 중심의 실용외교를 펼친 대표적 인물"이라며 "한국의 진보적 미래에도 관심이 많았다"고 노 전 대통령을 돌아봤습니다. 
 
'노무현의 사람들'은 '팬덤 정치'의 시초라 불리는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의 역할도 높이 평가했습니다. 참여정부 초대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낸 문희상 전 국회의장은 "노무현에 대한 미안한 감정이 노사모를 중심으로 소통의 정치가 일어나면서 '참여정부'가 탄생했다"며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시작하는 것이 중요한데 지금은 증오만 가득한 분열의 정치"라고 일침했습니다. 
 
김진표 의장도 "노사모는 노 전 대통령에 대해서도 거침없이 비판했던 건강한 팬덤이었다"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상대를 경쟁의 장에서 배제하기 위해 집중 공격하는 극단적 팬덤은 대화와 타협이라는 정치의 본령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김진양·박주용·이진하·한동인·윤지혜 기자 jinyang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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