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국회 유치원
입력 : 2024-07-24 06:00:00 수정 : 2024-07-24 06:00:00
#1. "앉으세요. 앉으세요!"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발의 요청' 국민동의 청원 관련 청문회가 열렸던 지난 1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회의실. 위원장석에 앉아 있던 정청래 법사위원장의 입에서 가장 많이 나왔던 말입니다. 아직도 의원들을 향해 호통치던 정 위원장의 목소리가 귓가에 선한 듯합니다. "조용히 하세요"와 "발언권 얻고 이야기하세요"도 그에 못지않게 많이 나온 말이었습니다. 
 
고성과 항의로 아수라장 같은 회의장에서 한결같은 목소리로 앉으라, 조용히 하라 지시하던 정 위원장의 인내심에 감탄을 금할 수 없었습니다. 그의 모습에서 유치원생, 초등학생 아이들에게 매일 같이 같은 말을 반복하며 호통치던 제 모습이 스쳤기 때문입니다. 당시의 회의장이 저희 집 거실이었다면 흥분해 날뛰는 아이들을 제지하던 저는 아마도 "진정하자"는 몇 마디 말끝에 고함을 쳤을 겁니다. 단전 저 아래에서 끌어올린 복식호흡으로요. '당연히 말을 안 들을 수밖에 없는' 아이들한테도 같은 말을 서너 차례 반복하다 보면 화가 나기 마련인데, '이성적인' 어른들을 상대하면서 감정에 동요되지 않는 정 위원장의 모습은 참으로 대단했습니다. 
 
#2. "세상에 어떻게 너 하고 싶은 일만 하고 사니. 싫어도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것이 있는 거야"
 
얼마 전 동료 기자들과 티타임 하던 중 '요즘 우리 아들에게 가장 많이 하는 말'이라고 육아 고충을 털어놓았던 적이 있습니다. 어른이라면 당연히 알고 있는 이치를 어린아이에게 가르쳐야 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얘기를 하던 차였습니다. 
 
그런데 제 말을 듣던 한 기자가 웃으며 "그거 왠지 용산에 계신 분도 들어야 할 말 같은데요?"하고 말했습니다. 지난해 4월 이후 야당 주도의 법안에 한결같이 '거부권(재의요구권)'을 사용하며 일방통행 행보를 보이고 있는 분도 마음에 새겨야 한다는 얘기였습니다. "그런 얘기 잘 못 했다가는 입틀막 당해서 끌려 나간다"고 그날의 농담은 마무리됐지만, 국민 절반 이상이 찬성하는 '채상병 특검'(순직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조차 두 번이나 외면하는 그분이 과연 이런 사회생활의 기본도 생각하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하는 의문이 들었던 찰나였습니다. 
 
이번 여름이 지나고 나면 국회에 출입한 지 1년을 채우게 됩니다. 지난 1년여간 지근거리에서 바라본 우리나라 정치의 민낯은 너무나 부끄러웠습니다. 아이들에게는 '서로 양보하며 사이좋게 지내자', '상대방의 이야기를 경청하자'고 가르치는데, 정작 이 나라를 이끈다는 정치인들에게는 전혀 통하지 않는 이야기 투성이였습니다. 생산적인 논쟁은커녕 당리당략에 얽매인 정쟁에만 몰두하는 국회가 과연 우리 아이들에게 어떠한 미래를 가져다 줄 수 있을까요. 생각할수록 가슴만 답답해집니다. 
 
22대 국회가 개원을 한 지 벌써 두 달이 다 돼 가지만 여전히 개원식조차 제대로 열지 못하고 있습니다. 타협 없는 여야 대치 상황을 비판하는 것도 이제는 지칠 지경입니다. 국회 정상화를 바라는 글은 이번이 마지막이었으면 좋겠습니다. 
 
김진양 정치팀장 jinyang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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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진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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