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만 축내는 ‘연금개혁’…시민사회, 정부 무책임 규탄
“시민 공론화에 따라 21대 국회서 연금개혁 추진해야”
입력 : 2024-05-22 17:19:11 수정 : 2024-05-23 09:54:27
 
 
[뉴스토마토 안창현 기자] 21대 국회가 결국 연금개혁 합의안을 도출하지 못한 채 임기를 종료할 처지입니다. 21대 국회의 남은 임기는 불과 일주일입니다. 참다못한 시민사회단체들이 정부의 무책임한 정책 추진과 국회의 책임·의무 방기를 규탄하고 나섰습니다. 장장 17년간 미뤄온 연금개혁 과제를 이번에도 놓치면 앞으로 개혁은 더 어려울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21대 국회 내에 연금개혁 법안을 반드시 처리해야 한다고 요구했습니다.
 
그간 연금개혁 논의는 시민 공론화 과정을 거치면서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13%로, 소득대체율을 현행 40%에서 50%로 인상하는 방안이 지지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연금특위)에서 여당은 소득대체율 43%, 야당은 소득대체율 45%를 주장하며 평행선을 달렸습니다. 결국 합의도 불발된 바 있습니다. 
 
이에 22일 양대노총과 참여연대 등 300여개 노동시민단체가 모인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연금행동)은 여의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규탄 시위를 했습니다. 연금행동은 “시민 공론화를 통해 다수 시민들이 더 내고 더 받는 국민연금을 선택했고 국가책임 강화를 요구했다”며 “정당하게 진행된 공론화 결과에 따라 21대 국회에서 연금개혁을 마무리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공적연금강화행동 회원들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계단에서 ‘시민 공론화 결과에 따른 연금개혁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안창현 기자)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대통령직속 공적연금개혁위원회를 설치, 연금개혁을 추진하겠다고 공약했지만 국회로 공을 넘기는 등 연금개혁에 대해 무책임한 모습으로 일관했다는 게 연금행동 측 지적입니다. 정부와 여당이 개혁 방안 합의 때마다 ‘구조개혁을 해야 한다’, ‘22대 국회로 넘겨야 한다’는 등 연금개혁 추진을 무산시켰다는 겁니다.
 
국회 연금특위는 지난 2022년 7월 출범해 민간자문위원회를 통해서 개혁 방안을 논의했지만 최종 합의안을 내지 못했습니다. 이에 지난 1월 시민들이 참여하는 공론화위원회를 구성하고 3개월 동안 여론조사와 함께 500명의 시민대표단이 참여하는 사회적 공론 과정을 거쳤습니다. 이에 과거 연금개혁과 달리 처음으로 시민담여형 연금개혁 논의를 보였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최혜지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위원장은 “이번 공론화 절차는 대통령이 공약으로 약속했지만 지키지 못한 국민연금 개혁 방안을 시민들의 숙의와 결단으로 선택한 내용”이라며 “이를 부정하는 건 빈곤하지 않은 노후를 꿈꾸고, 보험료 인상 부담을 수용한 시민의 용기와 결단을 부정하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현행 국민연금 2055년에 기금 소진”
 
연금개혁의 시간은 촉박한 데 국회는 무사태평입니다. 만약 21대 국회가 공론화 절차를 거쳐 나온 ‘보험료율 13%, 소득대체율 50%’에 대해 합의하지 못하면, 22대 국회에선 연금개혁안 논의를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합니다. 정부와 여당은 소득대체율 50%가 미래세대 부담을 가중시킨다며 22대 국회에서 재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윤 대통령은 지난 9일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국민이 연금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갖게 해서 좀 더 폭넓은 공론화 과정을 거쳐 사회적 합의를 이끄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며 “한번 만들면 70년을 끌고 가야 하는 계획인데, 이것을 21대 국회 연금특위의 실적이나 성과로서 조급하게 마무리할 게 아니라 22대 국회로 넘기되, 제 임기 안에 확정될 수 있도록 정부도 적극 협력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대해 이찬진 연금행동 공동집행위원장은 “여야 합의 하에 500인 공론화위원회를 진행하고 그 결과를 존중해 연금개혁법안을 처리하기로 했다”며 “그 결과 시민 대표들은 수개월 간의 숙의를 거쳐 보험료를 더 낼 테니 적정한 국민연금을 안심하고 받을 수 있도록 소득대체율을 50%로 하는 연금개혁을 선택한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어 “시민들은 용돈 연금밖에 안 되는 현행 연금제도로는 노후빈곤을 벗어날 수 없고, 각자 당장의 삶을 살아내기 급급해서 결혼도 못하고 2세 계획도 포기한 채 각자도생의 늪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습니다.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2024 연금개혁 공론화 세부 결과 분석’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연금개혁을 미룰수록 미래세대 부담은 더욱 가중될 수밖에 없습니다. 지난해 3월 나온 정부의 제5차 국민연금 재정추계에 따르면, 국민연금 재정은 2041년부터 적자가 시작되고 2055년에는 연금기금이 모두 소진될 것으로 전망됐습니다. 또 기금 없이 보험료로 국민연금을 운용하면 2060년 기준 보험료율은 29.8%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은 이날 “노인빈곤율 1위 국가가 단행해야 할 제1의 개혁은 단연 공적연금 강화”라며 “공론화위원회에 참여한 시민들의 목소리는 국민연금의 법정 소득대체율 50% 제고를 포함해 국민노후에 대한 국가책임의 확대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요구”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21대 국회 내에 반드시 공적연금 강화를 위한 법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며 “국민연금의 보장성을 강화하면서 사각지대를 해소할 수 있는 다양한 조치를 당장 실행하고, 국가의 재정적 책무 강화와 지급보장 명문화 등을 통해 공적연금에 대한 국민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안창현 기자 chah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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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창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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